우리의 전통 교육은 유학이 지배적 중심을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주자학(성리학)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세계를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의 의식·무의식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유학적 사유다. 단적인 예로 스승을 공경하고 제자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우리 사회가 다른 어떤 사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것은 유학적 사제동행관(師弟同行觀)이 짙게 배어 있는 하나의 예악(禮樂)이다. 어떤 에토스가 그런 삶의 의식을 유인했을까? 그 결정적 중흥의 계기는 우리 역사에서 주자학을 도입한 것으로 기록된 ‘안향(安珦)’이라는 지적 거장의 활동이 아닐까? 시대적 사명감으로 교육에 앞장서 1970년대 중고교 역사 시간에 등장하는 안향은 ‘주자학을 도입했다’라는 짤막한 소개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안향이 주자학을 전래하여 학문을 장려하고 인재를 양성하려고 했던 배경과 노력 과정을 이해하면 그의 위대성은 더욱 돋보인다. 안향이 활동하던 시기, 고려는 장기간의 무신 세력이 집권하여 정치적으로 불안정하였고, 몽고의 침탈로 국가 주권이 상실 위협에 놓이는 등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고려 건국 때부터 중시되었던 불교도 부패하여 흉흉한 민심을…
2009-02-16 10:58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때 같이 놀던 고향동무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 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가고파’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추억에 깊이 잠기게 해주는 정겨운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남쪽 바다는 바로 작사자 이은상의 고향인 마산 앞바다 합포만이다. 이은상은 1903년 일제 강점기에 부유한 한의사 집안에서 출생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학교와 집 사이에 있던 노비산에 올라가 바다를 내려다보며 맑은 동심과 시심을 키우게 됐고 후에 그의 호를 ‘노비산’ 앞뒤의 글자를 따서 ‘노산’이라고 지었다. 그는 부친이 설립한 창신학교 고등과를 졸업하고 연희전문 문과에 진학했으며 얼마 후 일본에 유학해 와세다대학 사학과를 나왔다. 귀국 후에는 이화여전 교수를 거쳐 신문사 등에서 근무했으며 호남신문사사장, 예술원회원, 민족문화협회장 등의 중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전래의 시조형식을 현대적으로 소화한 새로운 시조형식을 개척하여 2천여 편의 시와 시조를 남김
2009-02-10 10:00이 책의 저자 장 지글러(Jean Ziegler)라는 스위스 출신으로 사회학자이다. 그는 제네바 대학,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2000년부터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기아 문제가 기아에 직면한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현실인식을 널리 공유할 것을 주장한다.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1이 선진국 소의 사료로 쓰이는데, 선진국에서는 이 소의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영양과잉이나 다른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일인당 하루 1.05kg(1997년 기준)이라고 한다. 반면 하루에 10만 명이 기아로 죽음에 직면하고, 매 5초마다 어린이 한 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아프리카와 페루 심지어 브라질에서도 도시 빈민들은 부자들의 쓰레기를 식량으로 삼아 연명한다. 또 그 때문에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죽어간다. 저자는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기아 문제는 학교에서도 가르쳐지지 않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사실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아 문제의 핵심은 기아 그 자체에 있기도 하지만, 기아를 정치적으로 악
2009-02-02 11:23연말연시나 졸업식 때에 널리 불리는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의 민요로 알려져 있다. 민요는 그 나라 민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소박한 노래로써 대체로 오래된 노래일수록 작사자나 작곡자는 알려져 있지 않고 구전되어 온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기보법이 일반화된 이후에 만들어진 노래로 작사자와 작곡자가 알려져 있다. 이 민요의 가락을 작곡한 사람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영국사람 윌리엄 쉬일드(1748-1829)라는 설이 정설로 돼있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잉글랜드의 더햄(Durham)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작곡 공부도 해 두 방면에 뛰어난 음악가가 됐다. 그가 1783년 오페라 로지나(Rosina)를 작곡했는데 이 때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지던 한 민요가락을 정리해서 서곡의 주제가락에 사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1788년 이 서곡의 주제가락에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즈(1759-1796)의 시 ‘올드 랭 사인’이 붙여짐으로써 스코틀랜드는 물론 영국 전역에 걸쳐 유명한 민요로 불리게 되면서 그는 일약 스코틀랜드의 민족 시인으로 추앙을 받게 된다. 이 노래는 특히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민속악기인 백
2009-01-29 11:34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 온 것은 1900년을 전후로 기독교가 전래되면서부터이다. 이때 서양선교사나 천주교 신부들이 가져온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같은 다양한 악기로 찬송가, 성가를 연주하게 되면서 서양음악이 소개됐다. 또 그들이 설립한 교회당이나 기독교계 학교 등을 통해 악기의 연주법이나 음악의 기초이론, 작곡법 등을 교육하게 되면서 점차 많은 음악가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때는 일제의 강점기이므로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의 민족적인 전통음악보다는 서양음악을 장려했으며 학교를 통해 교육하기에 이른다. 이때의 작곡자들은 대체로 빼앗긴 조국과 두고 온 고향,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 등의 감정을 서정적이면서 애상적인 가곡을 많이 작곡하게 된다. ‘선구자’의 작곡자 조두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두남은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음악에 눈을 뜨게 됐고 6세 때에는 동네의 성당 신부였던 조지프 캐논스에게서 피아노와 작곡의 기초를 배웠으며, 후에는 숭실학교에 입학해 말스베리 미국인 선교사에게서 작곡을 공부했다.
2009-01-12 13:35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우리 가곡 중에서 제목과 가사만 다를 뿐 똑같은 선율과 반주로 불리어지는 곡이 있다. 정지용작사의 '고향'과 박화목의 '망향', 이은상의 '그리워' 3곡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정지용과 박화목, 이은상이 쓴 시가 어떻게 똑같은 선율의 노래로 불리게 된 걸까? 우선 이 선율을 만든 작곡자 채동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자. 작곡자 채동선은 1901년 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태어나 순천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로 유학해 경기고등보통학교를 다니면서 1918년 홍난파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음악의 길에 접어들었다. 1919년 3·1운동에 가담해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못 이겨 다시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됐다. 베를린 슈테르텐 음악학교에 입학,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했고 1929년 귀국했다. 이후,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당시 일
2008-12-24 14:2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김영사)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생각과 이론을 현대의 사례들과 적절히 결부시킴으로써 그들에 대한 이해가 이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소중하고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도 역사의 줄기를 바꿀 만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경제사를 장식하고 있는 이들의 사상과 주장을 통해 경제학이 무엇이며, 경제적 사고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핵심 경제 원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비교우위론이나 합리적 기대 가설과 같은 경제 이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저자 부크홀츠의 재능 덕분에 일반인들의 머릿속으로 간결하고 재미있게 녹아들어간다. 그의 책에는 그래프가 없으며 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학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으며, 여기에 적절한 유머 감각과 신랄한 풍자까지 곁들여져 있어 딱딱한 경제학이 그의 손끝에서 부드러운 경제학으로 변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뿐 아니라 그와 같은…
2008-12-22 16:48열심히 쓴 글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많은 작품들에서 어떤 한 유형의 수필을 지향하는 경향이 눈에 띠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다소 기형적으로 형성된 수필 개념 탓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내면 체험을 시적으로 표현하려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그런 작품들은 매우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생각의 선이 가늘고 플라스틱 꽃처럼 향기가 없어 보였다. ‘겨울, 나는 행복을 굽는다’와 ‘석양’의 경우, 너무 미문주의에 흘러서 체험의 진실성이 약해지고 내용도 빈약해진 듯하였다. 그리고 ‘소쇄원’은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제재와 정서를 익숙한 태도로 다루어서, 독자의 감흥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이렇게 수필을 경수필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은 응모자의 거의 대부분이 지닌 고정관념 같았다. 그래서 탈개인적이고 비판적인 제재를 감성보다 이성, 느낌보다 논리 중심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찾기 어려웠다. 가작과 당선작으로 뽑힌 글들 역시 같은 경향이고,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지닌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응암골 황조롱이’는 사물과 만나는 필자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 그것이 다시 독자의 삶과 만나 공명하는 수필 특유의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아들의 신앙’ 역시 그런 장점이
2008-12-09 09:44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야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행복해야하고, 글을 읽는 사람도 행복해야한다. 수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필을 쓰는 사람도 그리고 수필을 읽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수필은 빛난다. 수필이 주는 행복은 오락이나 재미일 수 없다. 수필의 행복은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깊은 사랑을 원천으로 한다. 수필의 행복은 근원과 본질에 대한 순수한 성찰을 통해 자기를 창조하는 과정 속에 있으며, 미적 사유를 통해서 삶의 가치를 고양하는 가운데 존재한다. 수필의 행복은 사람으로 살아가야하는 버거운 운명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그리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마음속에 자리한다. 나는 수필 쓰는 일이 행복하지만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수필 쓰는 일이 고통스럽기 조차하다. 그래도 쓴다. 그래도 써야한다. 쓰지 않으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수필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내 존재를 확인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붓 가는 대로 써도 수필다운 수필이 되는 날이 오면 참 좋겠다. 그 날이 오면, 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만큼 더 행복해질 것이다. 당선 소식을 듣고 먼저 거울을 보았다. 내 모습이 제법 괜찮
2008-12-09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