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몇 가지 표현을 살펴보겠다. 대학에 다닐 때 용돈이 궁해서 별다른 안주 없이 ‘깡소주’를 마셔본 경험이 한번씩 있을 것이다. ‘깡’이 깡다구를 뜻하기 때문에 어려운 형편에 안주 없이 깡다구로 마시는 소주가 ‘깡소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깡소주’는 ‘강소주’의 잘못된 표현이다. 여기에서 ‘강’은 ‘다른 것이 없는, 또는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이런 뜻으로 쓰이는 단어에는 강조밥, 강된장, 강굴, 강참숯, 강풀 등이 있다. 마찬가지로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은 ‘강술’이고, 국이나 반찬도 없이 맨밥으로 먹는 밥은 ‘강밥’이다. 여름철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먹는 음식 중에서 냉면 다음으로 많이 찾는 것이 메밀국수다. 하지만 음식점마다 ‘모밀국수’라고 적힌 곳도 있고 ‘메밀국수’라고 적힌 곳도 있어 어떤 것이 맞는지 헷갈린다. 맞는 표현은 ‘메밀국수’이다. 모밀은 메밀의 함경도 사투리이다. 모밀과 메밀이 헷갈릴 때는 이효석의 소설 제목 ‘메밀꽃 필 무렵’을 떠올리면 되겠다.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일품인 오이소박이도 ‘오이소배기’나 ‘오이소박이’를 섞어쓰는 경우가 있다. 바른 표현은 ‘오이소박이’다. 소박이는 소를 넣어
2006-07-10 15:24‘고즈넉하다’는 말은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수산의 ‘유민’을 보면 “아지랑이만 가득한 들판을 바라보며 거들은 인적도 없이 고즈넉한 길을 걸어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고즈넉하다’는 ‘말없이 다소곡하거나 잠잠하다’는 뜻도 있다. “그녀는 고즈넉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고즈넉한 정황은 장소로 치자면 ‘뒤꼍’ 같은 곳이다. 뒤꼍은 집 뒤에 있는 뜰이나 마당을 가리키는데 이런 뒤꼍은 대부분 늘 고즈넉하고 깊다. 또한 시골마을에 있는 골목길, 또는 골목 사이를 뜻하는 ‘고샅’도 고즈넉한 곳이 되겠다. 이 때의 ‘고샅’은 ‘고샅길’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에는 “누나와 나는 마을의 고샅길을 온통 순례하며 감나무란 감나무는 죄 찾아다녔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고샅’은 좁은 골짜기의 사이, 또는 사타구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중 하나가 바로 ‘도린곁’이란 단어이다. ‘도린곁’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을 가리킨다. 송기숙의 ‘암태도’를 보면 “남강 선탕에서 저쪽으로 해변을 돌아가면 후미진 도린곁에 문
2006-07-06 09:57우리말 ‘에두르다’는 ‘에워서 둘러막다’는 뜻을 지닌 동사다. “경찰이 집을 에두르고 범인에게 자수하기를 권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도 이 단어가 등장한다. “예배당을 에두른 야트막한 담에는, 쫓겨 나간 아이들이 머리만 내밀고 족 매달려서….” 채만식 역시 소설 ‘탁류’에서 백마강을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주위를 둘러막는다는 뜻 외에도 ‘에두르다’는 ‘바로 말하지 않고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둘러대다’는 뜻도 있다. 같은 뜻으로 ‘에둘러대다, 에둘러치다’ 등으로 쓸 수도 있다. “기분 상하지 않을 테니 에두를 것 없이 바로 말해라.” “그가 말을 에둘러 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언젠가부터 ‘에두르다’라는 표현 대신 ‘돌아가다, 돌려서 말하다’라는 말이 더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물론 뜻은 더 분명하게 와 닿곤 하지만, 에두르다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애틋함이나 애잔함은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에둘러서 말하는 사람을 답답하다고 다들 싫어하는 듯하다. 하지만 에둘러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내 말에 혹시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러워서 망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분명히
2006-06-29 14:33▶즐거운 책 만들기=유치원 등 교육기관에서 활용하기 쉬운 북 아트 지도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북 아트가 제시돼 있다. 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토대로 교과 프로그램과 연계시킨 점도 눈에 띈다. 박정아 외|예경 ▶교실 밖의 한국사=고려의 건국부터 국명이 처음 서양에 알려져 얻게 된 ‘Corea’라는 호칭 등 고려 발전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에 각종 자료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솔이의 집중탐구’와 ‘논술탐구’를 통해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 번 짚어주는 한편, 스스로 생각하고 쓰는 능력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이근호|청솔 ▶생활금융=현직 교사인 저자가 알아두면 편리한 금융 상식들을 한권으로 엮었다. 돈이란 무엇인가, 금융기관의 종류와 특성을 비롯해 국민연금제도, 외환과 환율, 가계부 작성법, 용돈 기입장 활용법, 보험과 증권에 대한 내용까지 총 4장에 걸쳐 소개돼 있다. 서울시교육감 인정 도서로 수업 중에 재량활동 교재로 활용 가능하다. 김창학|한국교과서주식회사
2006-06-28 09:47단위를 나타내는 말을 쉽게 쓰면서도 그 뜻을 제대로 모르거나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위를 나타내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신문 한 부, 종이 한 장처럼 물건에 따라 단위를 나타내는 말이 다른 경우가 많다. 채소나 과일을 묶어 세는 단위인 ‘접’과 한약의 분량을 나타내는 ‘제’도 그런 예이다. 한 접은 채소나 과일 백 개를, 한 제는 탕약 스무 첩을 말한다. 즉 ‘마늘 한 접’은 마늘 백 개를 뜻하고, ‘오이 두 접’이라고 하면 오이 이백 개를 가리킨다. “부모님께 보약 한 제 지어드려야겠다”라고 할 때의 한 제는 물론 보약 스무 첩을 가리키는 말이 되겠다. 비석이나 무덤을 세는 경우는 어떨까. 흔히 ‘비석 몇 개’, ‘몇 개의 무덤’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비석이나 무덤은 세는 단위는 ‘기’이다. ‘기’는 비석이나 탑, 무덤, 큰 기계 따위를 세는 단위다. 따라서 비석 한 기, 무덤 열 기, 미사일 여덟 기 등으로 세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십삼만여개의 군소업체가 모여 있다”, “백만여명의 군중이 몰렸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런데 이십삼만여개 군소업체, 백만여명의 군중에서 ‘개’와 ‘명’은 군소업체나 군중과 의미가 겹치는 단위다.
2006-06-22 12:55▶우리는 이제 우주로 간다=우주 개발 현황과 미래를 담은 책. 인류역사에서 우주비행의 도전과 실패, 러시아와 미국, 중국의 유인 우주비행, 1세대 우주 정거장인 샬류트와 미르에서부터 초호화 우주 실험실 등 우주 정거장의 역사까지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다. 한국인 최초 우주인 배출을 준비하고 있는 저자가 선발 조건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채연석|해나무 ▶동양신화 백과사전=동양의 신화적 인물들을 통해 고대 문명을 조명하고 있다. 1부는 중동신화로 수메르와 바빌로니아, 이집트 등을, 2부에서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찾아간다. 인도, 스리랑카, 티베트, 네팔의 힌두교·불교 신들을, 3부에서는 중국의 도교와 불교신화, 민간신앙을 비롯해 일본의 신도, 동남아시아의 애니미즘과 샤머니즘을 다룬다. 레이첼 스톰|루비박스 ▶소설로 읽는 도덕경=노자의 ‘도덕경’은 우주, 자연, 생명, 인류사회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읽기에 다소 딱딱했던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감각으로 도덕경을 재구성했다. 주인공 노자와 타오가 우주선 허무호를 타고 겪는 사건들을 통해 노자의 심오한 철학과…
2006-06-14 13:47시대가 변하면서 형태와 격식은 바뀌었지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제사는 현실과 문학 속에서 여전히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상국 시인의 시 ‘형님마저 강선리를 떠나시며’를 보면 “제삿날 움벼 시퍼런 달빛 밟으시며 실오리 같은 길 숨찬 서낭고개 넘어 해마다 갱 물릴 무렵에야 댓돌에 신발 터시며 큰 아야 큰 아야 하고 부르시던 아버지 그리운 강선리는 얼마나 쓸쓸하시겠습니까”라는 구절이 있다. 아마 이 시에 등장하는 ‘움벼’가 무엇인지 의아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움벼’란 가을에 베어낸 그루에서 움이 자란 벼를 가리킨다. 겨울에 벼를 베고 나면 음력 정월 즈음, 벌써 양지쪽에 싹이 터온다. 그 벼를 베어낸 그루터기에서 나오는 새파란 싹이 움벼인 것이다. 제사와 연관된 단어를 더 알아보자. ‘메’란 제사 지낼 때 조상님께 올리는 제삿밥, 또는 밥의 궁중말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제사 때 쓰는 국은 뭐라고 할까. 메 옆에 놓는 무와 다시마 따위를 넣고 끓인 국은 ‘갱’이라 한다. 갱은 다른 말로 '메탕'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아두자.
2006-06-14 13:46‘선유도가 틀림없어!’ 선유도를 본 적도 없으면서 나는 확신했다. 군산 내항을 떠나 먼 바다로 내닫고 있는 여객선 앞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고군산군도의 많은 섬 중에서 특별한 기억으로 다가오는 섬 하나가 있었다. 외갓집 사랑방 병풍에서 보았던 신선이 산다는 섬과 꼭 닮은 섬이었다. 나는 신선도의 신선을 보고 기겁하여 어머니 품에 숨었었다. 갑판 위에는 여름을 밀쳐내는 비가 내리고 선실은 늦은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낀 빨간 립스틱의 농염한 중년 부인이 젊은 청년의 건장한 팔에 쓰러지듯 기대 있는 모습과 어깨가 단정한 청회색 옷을 입은 수녀 세 명의 모습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안동에서 출발하여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지방도를 무려 4시간이나 달려와서 배를 탔다. 10년이 지난 승용차의 칭얼거림을 달래가면서 말이다. 선유도는 익숙한 솜씨로 배를 품었다. 선착장은 잠시 가벼운 흥분이 일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했다. 몸을 숨길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는데 불안의 꼬리는 길어지기만 했다. 수녀 세 명은 앞서 내려서…
2006-06-12 13:59가수 박진영의 노래 ‘청혼가’ 중에는 “네가 나의 부인이 돼 줬으면 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 가사에는 문제가 있다. ‘나의 부인’ 혹은 ‘우리 부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 ‘부인’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의 아내를 높여서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내’는 ‘혼인하여 남자의 짝이 된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만약 사람들 앞에서 자기 아내를 부인이라고 부르면 자기 아내를 높이는 격이 된다. 그렇다면 부모님 앞에서는 아내를 가리켜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까. 부모님 앞에서는 집사람, 또는 안사람이나 처 정도로 호칭하면 무난하다. 동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그 앞에서 아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이 경우 역시 집사람, 안사람, 또는 아내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일상생활에서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자신의 아내를 가리킬 때는 부인이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자리에 어울리는 호칭을 사용할 때, 그 관계는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
2006-06-05 15:51▶빛과 파동 흔들기=과학기술부 우수과학 도서로 선정된 ‘속 보이는 물리’ 시리즈 제3편. 과학교과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물리 단원 중 생소하게만 여겨지던 파동이 우리 생활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파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짚어줌으로써 파동이 다른 단원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알려준다. 한국물리학회|동아사이언스 ▶청소년을 위한 서양수학사=‘수학’을 떠올리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는 청소년들을 위해 인류와 함께 걸어온 수학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공식 하나, 증명 하나에 담겨 있는 수학자들의 고뇌와 함께 수학이 특별한 몇몇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수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책. 고상숙·고호경|두리미디어 ▶뚝딱쿵 생태미술 공작실=주5일 수업이 확대되면서 가족끼리 함께 할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고스란히 부모들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어린잎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 때 왜 잎을 따면 안 되는지, 바람의 모습을 그리기 전에는 바람을 느끼기 위해 어떤 놀이를 해야 하는지 등 아이들과 함께 생태미술놀이를 하는 방법을 자
2006-06-01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