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생님 한 분이 교정의 한 켠에 심은 조롱박이 탐스런 열매를 맺었습니다. 칡넝쿨 같은 조롱박 줄기가 지주대를 감고 올라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려 있는 모습은 풍성함을 뛰어넘어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주렁주렁 열린 조롱박을 보며 교육자의 보람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마치 씨앗과 같은 존재이기에 거름을 잘 주고 가지를 잡아 앞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한다면 조롱박처럼 행복한 결실을 가져다 준다고 말입니다. 시인 박노해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맞습니다. 박노해가 말한 그 희망을 키우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고 그래서 교육은 선생님의 헌신과 희생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것을.
2005-09-17 10:26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슴에 부는 휑한 찬바람으로 미리부터 쓸쓸해집니다. 저는 결혼 생활 23년이 넘은 주부이자 남매의 어머니이며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교사랍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저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대신 명절이면 시댁으로 달려가던 21년 동안의 세월을 접었습니다. 이제는 달려가도 맞아주실 시부모님 두 분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퇴근이 바쁘게 두 아이들을 앞세우고 선물을 준비하고 용돈을 싸 가던 그 날들이 이젠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바쁜 학교 생활과 집안 살림을 하며 바쁘게 사는 중에도 자식 노릇을 하려고 마음만은 열심이었던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돌아가시기 한 해 전, 추석 전날에 시댁에 갔을 때, 아버님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아픔을 줍니다. 여든을 넘기시면서도 늘 정정하시고 깔끔한 성품이셨던 시아버님이 재작년 추석에 찾아뵈었을 때는 약간의 치매 증세를 보이셨던 겁니다. 두 분 노인만 사시니 추석 전날 가서 음식 장만을 거들려고 부리나케 달려가곤 했습니다. 워낙 말씀이 없으신 아버님은 갈 때마다, "에미 왔냐?" 하고 웃으시면 끝이고, 명절을 지내고 다음 날 출발하려 하면, "하룻밤만 더 자고 가
2005-09-17 10:24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에는 아직도 무덥다. 특히 45명 정도의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은 사람의 열기를 더해서 그런지 땀이 흐를 정도다. 학습을 방해할 정도다. 얼마 전, 4교시 복도 순시를 하고 있는데 3학년 3반 어느 남학생이 나를 부른다. "교감 선생님, 에어컨 켜 주세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교실에 들어가 본다. "더위 때문에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나 보죠?" "네" 반 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이 반는 복도 옆에 화장실이 있어 맞바람이 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덥습니다." 교과 선생님의 보충 설명이 이어진다. "교감이 에어컨 스위치, 올리는 것 아닙니다. 행정실에 이야기 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더위에 지친 표정으로 교감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듣는다. 발걸음은 행정실로 이어진다. 행정실장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곧바로 담당 기사에게 지시가 떨어진다.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교육을 이해하여 주는 행정실장이 고맙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교감의 체면, 위신이 서게 되었다. 학교행정실과 교무실, 일반직원과 선생님, 교감과 행정실장 사이가 좋은 곳도 있지만 티격태격하는 곳도 보
2005-09-17 10:19지난 1년간 여·야간 줄다리기 속에 표류해 온 사립학교법 개정의 향방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최근 사학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막판 조율을 시도하였으나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교육위에서는 여·야간 공방만 되풀이하다 결국은 조율에 실패하였다고 한다. 이제 개정안은 오는 11월초쯤 본회의에 직권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직권상정을 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사학법 개정안은 찬반이 팽팽한 사안이다. 개정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모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조율에 실패한 법안을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상정되어 표결처리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사학에 문제가 많았음에도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기여한 역할 또한 크다. 따라서 좀더 처리가 늦어지더라도 정치권에서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낼 때까지 보류해야 옳다고 본다. 개정의 여부를 떠나 조율이 안된 사학법 개정안이 상정된다면 그 결과에 대하여 불신을 가지는 쪽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개정 후에도 지속적인 논란이 나타날 것이 뻔하다. 사학법 개정에 찬·반
2005-09-17 10:18다시, 국어 교육을 생각한다 주당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국어 시간의 의미는 그만큼 우리 언어인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입니다. 우리 1, 2학년 교실에서 첫 시간을 여는 모습입니다. "1학년, 국어 공부 준비를 하면서 요즈음 외우고 있는 '은혜 갚은 꿩'을 네 사람이 소리 맞춰 외워 봅시다." "예, 선생님. 자신 있어요. " 대답과 함께 조그마한 입을 벌려 앙증맞게 합창하기 시작하는 우리 1학년 네 마리의 병아리들을 보는 행복으로 하루를 엽니다. 날마다 반복하다 보니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2학년 나라도 자연스럽게 같이 외우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받아 쓰기를 합니다. 날마다 일과가 된 일입니다. 그런데 내가 내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아이들이 꽤나 고생스럽답니다. 긴 문장을 10개씩 보는 받아 쓰기에서 다 맞으면 포인트 2점, 띄어 쓰기가 완벽하면 1포인트 추가, 글씨가 교과서처럼 예쁘면 1포인트 추가해서 모두 4포인트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학기부터 줄곧 받아쓰기만 보면 소리나는 대로 적어서 점수가 오르지 않아 기가 죽어 있는 은혜가 최고 점수를 맞은 겁니다. 알고 보니 며칠 동안 3쪽에 달하
2005-09-17 10:169월 14일. J일보 '최고의 대우, 최악의 공교육'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읽고 분노와 동시에 암담함을 느낀다. 이 나라 제4부라 하는 언론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논자의 시각이 이렇게 편협하고 또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니 필봉이 아니라 침봉이었다. 1. 미국 중학교 교사는 1127시간 수업하는데 비해 한국 교사는 달랑 701시간 수업한다. 수업 시수를 어떻게 산출하여 비교한 것이며, 한국 교원이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수업은 매우 적게 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의 법정 수업일수는 한국에 비해 분명하게 적은데, 어찌하여 이런 비교가 나왔는지 납득하기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높은 임금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일을 하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교사는 월급에 걸맞은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으며, 대다수 교사는 62세 정년 때 까지 적당히 가르치고 월급이나 받겠다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다고 하였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힘들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게으름뱅이로 매도하고, 62세까지 적당하게 학생을 가르친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을 왜곡한 보도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교사의 임금이 박봉이
2005-09-17 10:14교정에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지난 5월,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주홍이가 교무실로 찾아왔다. 평소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녀석이 어렵사리 내놓은 것은 바로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있는 원고 뭉치였다. 몇 달 동안 고민해서 쓴 소설인데 선생님이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홍이가 다녀간 다음날, 같은 반 대영이가 찾아왔다. 아이들한테는 탤런트로 통할 만큼 발랄하고 재치넘치는 녀석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는 달리 쑥스러운 듯 한참을 서성대더니 "선생님, 제가 쓴 시(詩)인데 한번 봐주세요"라며 빛바랜 누런 종이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주홍이의 소설은 입시 중심의 교육 현실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주홍이 자신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문체나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 그리고 능란한 서술 기교로 미루어 볼 때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재목이 될 듯 싶었다. 대영이의 시는 아직은 설익은 풋고추 같았다. 시어 하나하나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애쓴 흔적은 역력했으나 단순한 구성과 상투적인 표현이 눈에 거슬렸다. 시를 쓰겠다는 의욕은 넘쳤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적절히 녹여내기까지
2005-09-17 10:03연일 계속되는 수시 모집 인터넷 원서접수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가고 있었다. 수업이 많은 날은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그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담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에 내색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하루가 짧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대부분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의 원서 접수 마감일이 오늘(9월 15일)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눈치 작전을 벌이며 기다려왔던 아이들의 원서를 한꺼번에 작성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교무실 앞에는 우리 반 아이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사전에 여러 번 상담을 했지만 치솟는 경쟁률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어 가는 듯했다. 몇 명의 아이들은 상담을 했을 때 가고자 했던 대학과 학과를 경쟁률 때문에 바꾸기도 하였다. 경쟁률에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고 소신껏 지원해 보라고 타이르기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이렇듯 아이들과 의견 충돌로 언쟁을 벌이다 보면 한 시간에 고작 쓰는 원서가 3개 내지 4개의 대학뿐이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점수보다 상향 지원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화가 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원서를 작성하고 난 뒤, 말 없이 교무
2005-09-17 09:26정부는 농산어촌 근무 교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유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복식수업수당과 순회교사수당을 신설해 2006년도부터 월 10만 원씩 지급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 대상은 2개 학년 이상의 학급을 1학급으로 편성해 복식수업을 하는 교사와, 2개 이상의 인근 학교를 순회하면서 수업하는 순회교사 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68억 9200만원의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나 역시 3년째 복식학급을 맡아 월3만 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계획이니 금년이 만기인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책이지만 후임 교사들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생활 근거지와 왕복 200km나 되는 거리를 통근하면 막대한 차량 유지비와 시간을 길에다 뿌리는 게 아까워서 자취를 선택하였지만, 10만 원의 수당은 한강에 돌 던지기이다. 그래도 그 의지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애쓴 사람들과 단체의 노력이 정부와 입법부를 움직였으리라. 교직은 천직이니 선생님들에게 소명의식으로 무장해서 열악한 근무 조건과 낮은 대우에 만족하면서 아이들의 초롱한 눈동자를 보며 2세 교육에 전념하는 보람만 먹고 살라고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선생님들도 일구고 살아가야 할 가정
2005-09-17 09:24최근 보도에 의하면 고등학교 성적 부풀리기 관행이 아직까지 자행되고 있으며 일부 일선 학교에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고사가 치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시판 중 참고서 문제 그대로 전제 2. 전년도 출제 문제 재출제 3. 객관성 결여, 논란이 되는 문제 출제 4. 정답이 없는 문제 출제 5. 복수 정답 인정(or처리) 6. 문항 배점 동일 7. 난이도 조정 비율 미 준수 8. 평균 90이상 및 100점 만점자 과다 발생 9. 수행평가 기본점수 부여 10. 수행평가 기준안과 다르게 채점 11. 수행평가 만점부여 과다 발생 12. 영역별 평가 미 구분 13. 태도, 준비물 영역 누가기록물 미 보관 따라서 본교에서는 10월초에 시행되는 2학기 중간고사(10. 4∼10. 7)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기존의 출제안에 대해 위의 사항들을 점검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2학기 중간고사 출제 시에는 위와 같은 사례 중 어느 것 하나도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성적관리에 있다고 본다. 이것은 성적 조작 대부분의…
2005-09-17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