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교사를 잃은 지 3주가 흘렀다. 매주 토요일, 교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검은 옷을 입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향하고 있다. 고인이 떠난 후 49일째를 배웅하기 위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회는 규모를 더해가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던 교사들을 한여름 아스팔트보다 더 뜨겁게 끓어 넘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이다. 현재 ‘안전한 교육 환경’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 학대 처벌법이다. 교사는 한 학급 25명의 학생을 교육한다. 한 학생으로부터 비롯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나머지 24명 학생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더 나아가 선량한 48명 학부모의 교육권을 빼앗고 있다. 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교사의 교육권과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 대응 지침이 절실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교육 공동체라고 했다. 공동체란 상호 의무감과 공유된 이해를 바탕으로 정서적 유대를 함께하는 조직이다. 우리는 학부모에게 평가받고 질책받는 대상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로서 함께 교육하고 싶다. 내
2023-08-14 09:10최근 연이어 발생한 교육 현장의 안타까운 사연들은, 교권 침해를 넘어 교육 붕괴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준다. 따라서 교육부는 비장한 각오로 특수교육을 포함한 교권 회복 및 교육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중 보편성과 특수성을 망라한 특수교육 교권 회복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권 존중'보호자 의무 담아야 첫째, 교권 침해를 조장하는 법률 개정이다.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권과 학생 인권이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교권이 심하게 무너져버렸다. 이제는 학생 훈육이 불가능한 지경이고, 심지어 교원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행위로 둔갑하는 실정이다. 특수교육 교원들은 이런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따라서 모든 교원을 잠재적인 아동학대범으로 취급하는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률의 독소 규정들은 개정돼야 마땅하다. 적어도 ‘교원지위법’ 등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 조항을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 둘째,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소송 또는 분쟁에 대한 교육 당국의 조직적 지원이다. 지금은 일이 벌어지면 교원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관련 규정이 부족하고, 있어도 유명무실한 편이다. 특수교육…
2023-08-14 09:10광화문 거리에서 3주째 교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교원들은 ‘교원 생존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침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교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하다. 교원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증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및 통계를 보면 9일 만에 무려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믿기 힘든 지경이다. 자해로 멍이 든 학생을 교사가 학대했다고 신고한 사례, 체험학습 중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자 거지 취급했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렸다고 항의한 사례,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본인이 조폭이라며, ‘내 딸을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례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폭언, 욕설, 폭행은 물론 교사를 상대로 한 성추…
2023-08-07 09:10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선택 이후 교사들의 교직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유독 이번 사건이 촉매제가 된 이유는 교육 현실이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의 정상화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제도와 인식 전반을 새롭게 계획해 결국에는 대한민국 교육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사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부터 시작해 S초 교사가 일기장에 쓴 소위 ‘업무 폭탄’뿐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까지, 다방면에 이르는 압박에 늘 직면하고 있다. 교사는 비교적 높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나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면역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들 대부분은 스스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 누군가로부터의 비난이나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교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교사에게 가해지는 무리한 요구, 폭언, 협박의 강도와 횟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교직에 대한 미덕인 인
2023-08-07 09:10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첨단 교육자료의 인프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교사는 인재 5% 안에 드는 우수집단이다. 반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 즉 교권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어 강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의 근간인 교권 흔들려 교권이라는 중심가치가 흔들리니 부속가치도 혼돈의 연속이다. 줄기가 흔들리니 가지가 요동치는 격이다. 국가 근간을 이루는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조례는 노조와 좌파 교육감 주도로 제정되었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는 교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손발을 묶어 놓은 꼴이 되었다. 교육은 실종되고 법적 판단이 지배한다. 청소년들의 비판성, 저항성, 정의감은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원천이자 원동력이 된다.하지만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숙되는 건전한 성장통이 아니라, 퇴행적 질병통을 유발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둘째, 사회문화의 변화로 인한 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왜곡과 오류다. 교육의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나뉜다. 공교육은 본질적(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사교육은 도구적 가
2023-08-07 09:10그동안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마약 국가라는 오명이 남게 됐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오다가 검거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청소년이 마약을 투약하고 SNS로 자연스럽게 마약을 사고판다는 뉴스도 많아졌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청소년 마약 범죄 건수는 119건에서 무려 454건으로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소년 마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점점 저연령화되고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을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저연령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류는 청소년기인 10대 후반에 대부분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단순한 호기심과 일탈의 유혹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가의 마약인 필로폰과 헤로인을 청소년들이 바로 접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탄가스, 강력접착제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흡입하다가 마약류로 쉽게 빠진다. 요즘 청소년들은 특히 SNS, 메신저를 사용해 개인 사이에 중고물건을 사고파는 등 인터넷 접근성이 뛰어나다.
2023-08-07 09:10안도현 지음|다산책방 펴냄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거론하며 한민족을 기록에 미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 말고 기록에 미친 민족이 또 하나 있다. 앵글로·색슨족이다. 정복자 월리엄이 영국을 정복한 후 세금 징수를 위해서 작성한 수천 쪽 분량의 토지 조사 기록 둠스데이 북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앵글로·색슨족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전기 문학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오죽하면 영미인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작가 평전을 집필할 때 쓸데없는 사소한 것까지 넣는다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겠는가. 앵글로·색슨족이 남긴 작가 평전을 살펴보면 조선왕조의 사관이나 스토커처럼 평생 쫓아다니며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기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록에 진심인 민족들 앵글로·색슨족의 작가 평전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하다. 영미 문화권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는 조셉 프랑크의 도스토옙스키 전기는 5권 전집으로 무려 2500쪽에 달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전기는 2000쪽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도 한 작가에 대한 평전이 이토록 방대한 사례를
2023-08-03 14:37선생님! 지난해 교육대학을 졸업하며, 선생님의 가슴은 새 소망의 꿈과 보람을 향하여 참으로 청신(淸新)했었습니다. 그리하여 오롯한 책임감과 사랑으로 교단에 선 지 불과 한 해 남짓인데, 선생님이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아프게 듣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착잡한 마음 첩첩합니다.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의 순정한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명복을 비는 이 순간에도 이렇듯 아리게 감지되어 오는 선생님의 아픔을 헤아려 봅니다. 어찌 그런 극단을 택했단 말입니까.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그런 길을 가려 했습니까.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했으면, 그렇게 자신을 차단해 버리려 했습니까. 교단에 대한 자기 책무를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물으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을 선생님! 슬픔과 아픔과 안타까움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자리입니다. 선생님을 그렇게 몰고 간 병든 우리 사회의 생태에 대한 각성이 밀려듭니다. 그것은 바로 선생님의 영전에 선 우리에게 밀려와 쌓이는 부끄러움과 분노와 회한의 마음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우리 교실 현장 선생님들이 서 있는 자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절박하게 느끼며 마음이 어둡습…
2023-07-31 10:33“스승의 이름으로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감내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1일 교총-교육부, 교권확립을 위한 현장교원 간담회에서 정성국 교총회장이 모두 발언을 통해 밝힌 말이다. 이 말은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2년차 선생님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 회장의 발언에 ‘속 시원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교권 추락이라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스승’이라는 이름 앞에 참고 견뎌야 했던 많은 교원의 공감을 산 것이다.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성직자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스승’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모든 일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존재였다. 이런 인식 속에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무고성 악성 민원이 난무함에도 홀로 삭혀야 했던 많은 스승이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더 나아가 사회를 향한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선생님들의 외침은 스승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류 보편의 인권적인 선언인 것이다. 작금의 교육계 현실을 보
2023-07-31 09:10최근 경남교육노조가 급식실 노동자의 산업재해와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업무담당자로 보건·영양교사를 지정하고 과업을 준수토록 주장함에 따라 한바탕 혼란을 겪고 있다. 학교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 적용된 후 학교에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없이 비전문가가 업무를 맡는 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단체의 주장처럼 급식실 근로자의 안전 강화·담보를 핑계로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를 법에도 없는 산업안전보건 업무담당자(또는 분임담당)로 지정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같은 주장은 학교에 법이 적용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학교 현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학교 구성원 간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법에도 없는 요구 과도해 영양교사는 식중독으로부터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영양적으로 건강한 급식 제공 및 영양·식생활 교육 등의 직무 외에도 4세대 나이스 급식업무 전면 개편 등으로 인한 추가업무 수행으로 매우 힘든 여건이다. 여기에 학교에 법이 적용되면서 공문 등으로 인한 각종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분리보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비치 및 관리요령 게시, 기계‧기구 안전작동법 게
2023-07-31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