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이 좋은 인연을 만들 줄은 몰랐다. 학교에 두꺼운 책을 포장한 듯 한 소포가 도착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라는 단체에서 보낸 것이어서 청구서가 날아올 것을 예상해 반송시켰다고 한다. 학교에는 책자를 먼저 보내놓고 뒤에 대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소포를 풀어보지도 않고 반송했던 것이다. 며칠이 지난 후에 교감 선생님에게 항의전화가 왔다. 책을 보낸 분은 그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계시고 본교 제1회 졸업생이신 진태하 박사라고 했다. 충주시에서 발행하는 '월간 예성'에 실린 필자의 글을 읽고 강단 50주년을 기념, 발간한 책을 모교에 기증본으로 보냈던 것이다. 소포 안에 편지글을 넣어 보냈는데 남의 성의를 무시하여 기분이 나쁘다며 꾸짖는 전화였다. 다시 발송되어 온 소포에 편지글과 함께 세권의 책을 받고 보니 한편으로 너무 미안했다. 책을 강매하기 위해 학교에 물건부터 보내고 책값을 요구하는 상술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웃어넘기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각박해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단체는 수익단체가 아니고 좋은 일을 하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반송되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교장이 사과하는 전화를 걸어 진 박사
2010-05-20 23:04고교의 글쓰기 지도교사인 나는 2010년 개교100주년기념으로 서울산업대학교가 실시하는 전국고교생문예백일장 안내를 유심히 보았다. 자세한 내역을 알아야 학생 참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참가비가 1만 원인 것을 알고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는 돈을 내가며 백일장에 참가할 학생이 없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하긴 중앙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등 2만 원의 참가비를 버젓이 받는 백일장대회도 있으니 그보단 양반일지도 모르겠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참가비는 없지만, 심지어 백일장참가 학생을 인솔한 지도교사 차량의 주차비를 받기도 했다. 그 황당함이 얼마나 컸던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참가비는 미술실기대회(사생대회)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더욱 ‘단가’가 올라간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4~5만원, 지방대학에서도 보통 2~3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장삿속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런 대회는 전문계고교 문예지도 교사인 내가 볼 때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대학교 주관의 백일장이나 미술실기대회의 또 다른 목적은 학교홍보일 것이다. 자기 학교를 알리려면 그만큼 홍보비를 써야…
2010-05-20 00:00고3 담임을 연임하면서 힘든 점도 많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기쁨은 학급의 모든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 한 해(2009학년도)는 다른 어느 해보다 담임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그건 우리 반 학생(36명) 모두가 대학(서울대, 교원대, 춘천교대, 성공회대, 한동대, 부산대, 경북대, 강원대 등)에 100% 진학(4년제-33명, 2·3년제-3명)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맞춤식 진학지도가 수시모집에서 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또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혼연일체 돼 이루어 낸 결과라고 본다. 1.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학기 초, 고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서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대학입시자율화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철저한 분석이 곧 대학진학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전 학년(1·2학년)까지의 성적(교과영역·비교과 영역)을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물로 수시
2010-05-18 22:03박세리는 오랜만에 우리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아름다운 골프 선수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장(파72·6646야드)에서 열린 벨 마이크로 LPGA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연장전 세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만큼이나 값진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운동 선수 중 박세리 선수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박 선수에게서 배울 점이 많고 골프선수로서의 모범이요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하며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도 큰 꿈과 도전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박 선수에게서 배울 점은 우선 단정함이다. 골프 선수로서 단정한 복장, 머리를 단정하게 한 채 모자를 쓴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운동선수로서의 자세가 반듯함을 보여줘 볼 때마다 아름답고 매력적임을 느끼게 된다. 외모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단정한 용모,반듯한 자세 등은 배우는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 또 하나 박 선수에게서 배울 점은 뛰어난 영어실력이다. 운동하는 선수로서 영어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을 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운동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도 잘하고 그 외에 지적인
2010-05-18 17:505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 부부의 날이 꼬리를 문다. 짙은 녹음과 따뜻한 날씨가 기념일을 즐기기 좋게 하는데다 법정공휴일이 이틀이나 되니 1년 12달 중 제일 신나는 달이기도 하다. 오늘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33번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기쁨보다 ‘스승의 날을 또 맞이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앞선다. 어린이날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나 어버이날 자식에게 대우받지 못하는 어버이들을 생각해보라. 기뻐해야 할 기념일이 슬프고 원망스러울 것이다.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이 꼭 그 꼴이다. 이번에도 학부모나 아이들에게 ‘꽃이나 기념품을 절대 받지 않겠다’는 것을 알리며 낯이 뜨거웠다.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이지만스승의 날 자체를 폄하시키는 말을 교사들이 왜 해마다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교사들이 도와줘야 할 아이들도 있다. 학부모들의 의식 수준도 예전과 다르다. 혹 기념품을 바라는 교사가 있다면 교원평가 등 교직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된다. 지난 어린이날, 학급의 아이들에게 칼라 연필세트와 지우개를 선물했다. 유난히 지우개를
2010-05-16 14:42이영관 선생님께 선생님, 축하 축하합니다. 처음에는 한국교육대상에 대해 잘 몰랐으나 어제 시상식에서 선생님과 여러 수상자를 보았을 때 이 상이 정말 교육자로 있을 때 타는 ‘정말 대단한 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약력 소개 시 ‘대지초등학교를 초임으로’ 라는 말에 왠지 짜릿하고 제가 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참석 못한 친구들 대신하여 축하드립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해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요, 좋은 글 계속 쓰시고, 훌륭한 제자 많이많이 길러 주세요. 어제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오니 미흡하지만 이해해주세요 선생님 덕분에 시상식 끝나고 전일 부부, 영희 부부와 같이 황학동 벼룩시장 및 원할머니 족발 본점에 들려서 데이트하고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 전해 주시고요. 제자 최재관 올림 최재관, 이영희, 김전일에게 어제 먼 길 마다 않고 시상식에 달려온 그 정성 고맙습니다. 역시 초임지 3년 동안의 제자가 최고예요. 그 이후 여러 학교를 근무했지만 스승과 제자 사이를 만들지 못했지요. 아마도 스승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나 봅니다. 부족한 스승의 시상
2010-05-16 14:40"내 영혼을 바치지 않았다면 남의 영혼이 흔들리기를 바라지 말라." - 이외수의 청춘불패 요즈음은 많이 사라진 애국주회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두 번쯤은 생활주회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애국주회 시간. 나는 그 시간이 되면 30년이 다 되어가는 햇병아리 교사 시절을 떠올리며 혼자 웃음짓곤 한다. 고생을 미덕으로 알고 달린 젊은 시절, 직선도로를 달릴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우회도로로 산길을 지나며 어찌어찌 교단에 섰던 스물넷의 새내기 교사였던 나는 고향을 떠나 거의 반나절이나 차를 타고 찾아 산길과 바닷길을 지나던 털털거리던 시골버스 속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바닷가 학교를 찾아갔다. 500명에 가까운 12학급의 초등학교는 운동장에서 공을 세게 차면 바다로 풍덩 빠질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바다 냄새가 나던 학교였다. 그 시절은 교사가 부족했었다. 그래서 우리 반 48명은 거의 반 년 동안 옆 반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학력은 말이 아니었다. 매년 누적된 학습결손을 보충하지도 못한 채 학년만 올라온 아이들이라 15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글을 못 읽거나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의 문맹 수준이었다. 부임 첫
2010-05-16 14:36오늘 아침 우리학교에서는 명심보감을 통한 인성교육으로 하루를 열었다. 명심보감 효행편(孝行篇)의 첫 문장이었다. 효행편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길에 대한 내용이고 첫 문장은 이렇다. “詩曰(시왈) 父兮生我(부혜생아)하시고 母兮鞠我(모혜국아)하시니 哀哀父母(애애부모)여 生我劬勞(생아구로)삿다. 欲報深恩(욕보심은)인대 昊天罔極(호천망극)이로다.” 이 문장의 뜻은 “‘시경’은 이렇게 이르고 있다. ‘아버지께서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께서 나를 기르셨다. 아아! 슬프도다! 부모여, 나를 기르시느라 애쓰셨도다. 그 깊은 은혜에 보답하려지만, 넓은 하늘과 같이 끝이 없도다’이다. 詩는 시경(詩經)을 말한다. 兮(혜)는 여기서는 감동, 감탄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그러므로 父兮生我(부혜생아)는 ‘아~ 아버지께서 나를 나으셨구나, 그리고 母兮鞠我(모혜국아)는 아!~ 어머니께서 나를 기르셨구나!’ 로 해석하면 된다. 시구에서는 종종 바꾸어 나타내기도 하니 ‘아~ 부모님께서 나를 나으시고 기르셨구나! 너무 고맙고 고마워라’고 줄글로 바꾸어 볼 수 있다. ‘哀哀父母(애애부모) 生我劬勞(생아구로)’ 슬프도다 부모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애써 주셔서 부모님이…
2010-05-14 09:0927년째 교사다. 지난 달 말 성과급 지급이 완료된 가운데 ‘교원 성과급 차등분배 무의미’라는 신문기사를 보니 다시 화가 끓어 오른다. 필자가 학교에서 하는 일은 국어, 문학 수업 외에도 학교신문 제작 및 글쓰기 지도 등이다. 어쩔 수 없어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맡아 한다는 후배 국어교사가 없어서이다.그렇더라도좋아서 스스로 자청, 열심히 하고 있는 일이다. 학생지도의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전문계고에서 필자가 하는 일은 의미가 남다르다. 기본적으로 열패감에 빠져 있는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팍팍 심어주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해지도한 한 학생은 우정사업본부주최 보은의 달 편지쓰기대회에서 1등을 차지,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교원성과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담임을 맡지 않고, 부장 보직도 없으니 딴은 그럴만하다. 게다가 평가항목에서 경력을 제외했으니 C등급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하긴 해마다 C등급이니 감회가 새로울 것도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은 강제 연수를 받아도 모자랄 C등급 교사에게 방과후 학교 수업까지 맡겨진 점이다. 누가 봐도 모순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걸 받
2010-05-12 16:183대 잔소리가 있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하는 잔소리,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잔소리다. 이 잔소리는 아무런 덕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만 된다. 듣는 것마다 스트레스가 된다. 잔소리하는 이들의 잔소리가 아무 쓸모없는 말이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두가 맞는 말이다. 그래도 듣는 이는 아예 좋은 말씀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러니 행동의 변화도 없다. 학부모님이 자녀에게 하는 잔소리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바로 ‘공부해라’다.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잔소리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공부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고 답한다.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들어온 자녀들인데 잔소리를 듣고 부모님이 기대하는 것만큼 공부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하라고 해도 공부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실천하지 않는 공부를 자녀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녀를 힘들게 할 뿐이다. 자녀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부모님께서 자녀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면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책이 아닌가 싶다. 공부는 스스로 하고 싶어야 한다.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부모님의 모범을 배워 공부하게 된다. 자녀들은 부모님의 모범을 보고 배운
2010-05-11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