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교사는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다. 교실에서 날이 선 말투,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퇴근하면서 걱정을 학교에 놓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내일 수업 고민, 처리해야 할 업무 등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학년 마무리인 12월쯤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교무실은 벌써 내년도 학교 이동, 부서 배치, 담임 배정 등으로 술렁거린다. 가슴 한편에는 체념과 실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어차피 나는 또 인정 못 받을 거다.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고통으로 이어지겠지. 나의 처지를 배려해 줄 여건도 안 되고, 힘든 업무와 학생 지도를 피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 모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뒤처졌던 동창들이 더 잘나가고 행복한 듯싶다. 힘들다고 푸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안정된 데다 방학까지 있는 선생님이 뭐가 힘들다 그래?”라는 질책(?)만 되돌아 뿐임을 잘 아는 탓이다. 이럴수록 명예퇴직과 이직을 꿈꾸는 일도 잦아진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2024-12-05 10:00
내 실수 경험 2024년 7월,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열린 제18차 세계비교교육학회에서 ‘연구를 위한 생성 AI: 인터넷에서 연구 수행을 위한 일반 대형언어모델의 현 수준’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 저자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네이싼 옹(Nathan Ong) 박사이고, 나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내가 담당한 분야는 ‘ChatGPT의 데이터 분석력 실험’이었다. 논문 최종 발표본을 제출하기 전에 옹 박사로부터 내가 담당한 분야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울러 최근 ChatGPT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 과거의 답과 현재의 답을 비교하는 부분도 포함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0월에 수행했던 실험에서 ChatGPT가 제시했던 답을 다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제시된 답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실수를 할 뻔했다. 내가 했던 실험에 사용한 자료는 ‘퀴즈앤’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전인출(가르치기 전에 보는 시험) 결과인 엑셀파일이다. 이 파일을 ChatGPT에 탑재하고, “첨부한 엑셀파일을 바탕으로…
2024-12-05 10:00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볼러 지음, 고현석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68쪽, 1만 9,800원) 수학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이 수학문제를 접하면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처럼 공포 중추가 활성화한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은 뇌 일부를 무력화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인드셋과 메타인지 이론을 활용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오늘도 너를 응원해 (홍영주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64쪽, 1만 8,500원) 교직생활을 통해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체득한 중견교사가 동료와 아이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깨달은 것은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려주어야만 서로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 진심 가득한 응원 사이사이로, 교직생활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문해력이 자라는 수업 (안녕어린이책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92쪽, 1만 9,500원) 문해력 수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책 읽기부터 퀴즈, 인터뷰, 그래픽 조직자, 클로바더빙 등 디지털 미
2024-12-05 10:00
만약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고 싶은가? 타임슬립(Time Slip: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늘 흥미롭다. 만약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당신이 타임슬립으로 다시 초등학생이 된다면 안정적인 미래와 부를 위하여 학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 이미 수십 년을 살아온 성인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확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공부를 잘하더라도 바른 인성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 배려하며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올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심 교육, 학생의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학습, 질문과 탐구 중심의 학생 주도적인 수업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우리가 삶을 통해 배웠듯이 지식과 암기 위주의 학습이 아닌 학생들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이 재정립되어 교육이 대전환…
2024-12-05 10:00
2024년도 벌써 달력 한 장만 남은 12월이다. 한 해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때로는 탄식과 때로는 절망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세밑으로 다가간다. 2024년의 마지막 달에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릴까? 가족 코미디 영화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당시로 관객을 데려가는 영화까지 기대작들로 가득하다.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러서 볼 영화부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까지! 아귀 김윤석 배우부터 이승기, 데미 무어, 주원, 곽도원, 김성령, 송강호, 현빈, 이동욱까지…. 12월 극장가는 이 배우들이 책임진다는데! 부부 또는 연인의 데이트용으로도, 자녀 또는 학생과 함께 보고 토론할 거리로도 충분한 ‘12월 놓쳐서는 안 될 개봉영화 Top 5’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대가족(감독 양우석) _ ‘타짜’ 아귀가 38년 만둣집 사장이 됐다! SNS가 없던 시절부터 줄이 끊이지 않던 노포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무옥’(김윤석)은 38년을 운영해 온 가게의 대가 끊길까 노심초사다. 대를 이을 줄 알았던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갑자…
2024-12-05 10:00
올해 재밌었던 수업들이 있다. 같은 주제, 다른 교과, 다른 결과물이 나온 도서관 협력수업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수업 준비부터 진행, 나아가서는 평가까지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는 수업이다. 나는 주로 준비부터 진행까지 협력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창체 진로독서수업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서교사 단독수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서관 수업이 협력수업이다. 협력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활용교육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교사에게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사서교사의 역할 및 필요성을 제대로 각인시켜 줄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단독수업보다 보람이 크다(실제로 학교도서관 홍보나 활성화에도 협력수업이 더 도움이 됐다). 올해는 ‘미디어 비평하기’를 주제로 두 교과와 협력수업을 하게 됐다. 1학기에는 3학년 사회문화교과에서, 2학기에는 1학년 국어교과에서 실시했다. 수행평가 이름은 같지만 교과도 다르고 활용하는 정보원도 다르기에 결과물도 다르다.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두 가지 방법의 미디어 비평하기 수업을 소개한다. 3학년 사회문화, 미디어 비평하기 사회문화교사는 도서
2024-12-05 10:00
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가 2016~2020년 발표한 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이 소설집은 2021년 ‘백수린 문학의 한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단편 여름의 빌라는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작가의 단편 폴링 인 폴을 읽고 “물건 되겠다 싶데”라고 높이 평가한 일화가 유명하다.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며 회상하는 형식이다. 주인공 주아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독일에서 한스와 베레나라는 중년 부부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남편 지호가 독일 유학을 가면서 5년 정도 더 교류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를 보는 한·독 부부의 시각차 남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아 부부는 삶이 엉망이 됐다. 남편은 교수 임용 심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 부부는 강사료가 적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의를 맡아야 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변두리로 이사를 거듭했다. 아이를 낳아 키울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임신과 출산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학문적 열정은 식어갈…
2024-12-05 10:00
지난 호에서는 질문 만들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개인별·모둠별로 만드는 작업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서로 풀어보고 공유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의 삶에 녹아들면서 성장시키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기초-핵심, 심화질문 풀어 공유하기 기초질문과 핵심질문을 공책(학습지)에 적어 모둠토의로 질문을 푼다. 심화질문은 학생들이 만들기도 어렵고 풀기도 어려우므로 다시 질문을 만들어 풀기를 한다. 공유하는 방법은 둘 가고 둘 남기, 월드카페·갤러리워크·패들렛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와 순서를 정해 발표로 공유하기 등 두 가지를 먼저 적용할 수 있다. ●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 모둠별로 4절지에 답을 작성한 뒤 게시판에 붙인 다음 순서를 정해 모둠의 한 학생이 발표한다. 전체 발표가 끝나면 발표한 내용에 대해 학생 또는 교사가 수정·보완할 내용을 말한다. 수정·보완 내용을 들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공책에 쓴 답을 수정·보완한다. 심화질문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본 뒤, 미흡할 경우 교사
2024-12-05 10:00
다수의 교권침해 사례를 겪고 있는 교육현장 교권침해 사건을 접할 때마다 사실, 교사에 대한 ‘범죄’라고 좀 더 강력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행위를 범죄라 지칭할 수는 없기에, 그냥 마음만 그랬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노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는 특수교사들은 대학교에서 특수교육 개론을 배울 때부터, 아니 대학 원서를 쓸 때부터 이미 많은 ‘사명감’과 ‘헌신’을 알게 모르게 주입(?)받고 교육현장으로 나오게 된다. 최소한의 사명감이 없다면, 침 비린내 가득한 특수학교에서 한 달간의 교생실습도 버티지 못한다. 그 말은 특수교사들은 자기희생을 조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길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기희생이 당연하니, 권리가 침해되어도 심지어 과격한 일부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일단 참게 된다. 다른 교사들이 참으니 나도 참아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하소연을 나누고 다시 수업하러 간다. 원고 청탁을 받고 바로 특수교사 동기와 후배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특수교육현장에서 겪었던 최근 사례를 공유해달라고. 그러자 역시나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다. 학교 교실…
2024-12-05 10:00
사람의 생명은 단 한 번이기에,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를 경험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 이번 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과연 죽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죽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게 들리고, 보이며, 어떤 경험을 할까요?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죽는 순간이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임종 순간에 사람은 말이 없거든요. 그런데 말이 없다고 해서 진짜 의식까지 없을까요? 전 세계에는 실제로 죽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사망 직전에 심장이 멈춰도 여전히 의식은 수십 분간 계속 지속되고, 말은 못 하지만 청신경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여러 임종 환자가 대화를 듣거나 인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Q2. 그럼, 과학적으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람이 말하
2024-12-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