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소도시를 여행했다.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 정답고 다정하게 다가왔던 작은 도시들.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오직 포르투갈에서만, 오직 소도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들. 비, 비, 비. 비가 내렸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비가 내렸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에보라와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를 거쳐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8일간의 일정 동안 단 한 평의 푸른 하늘도 볼 수 없었다. 비는 때로 추적추적 내렸고, 부슬부슬 날렸고, 와당탕 쏟아졌고,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딱 하루,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하늘은 ‘심심한’ 위로라도 보내는 듯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잠깐 보여주었다. 그래도 좋았다. 포르투갈이었으니까. 비가 내려도, 아니 비가 내려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사진 욕심 내려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비를 피한다는 핑계로 카페로 뛰어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낮부터 와인 잔을 기울였다. 커피는 더 진했고, 와인은 더 향기로웠다.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포르투갈이 더 깊이 그리고 더…
2024-04-05 10:00
정년을 1년 앞둔 3월 첫 주 강의를 마쳤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강의를 해 왔지만, 첫 주 강의는 언제나 설렘과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첫 주 수업을 3시간 빡빡하게 진행했지만, 다행히 학생들이 내 기대에 호응하여 열심히 임해주었다.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와 드러난 반응은 그러했다. 2월 초에 강의계획을 제출하라는 대학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몇 년간 해오던 강의계획서를 그대로 유지할까, 아니면 생성 AI 시대에 초점을 맞춰 강의계획을 크게 수정할까가 고민의 핵심이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3학점짜리 ‘교육행정 및 교직실무’ 강의계획서는 총 32페이지로 이뤄져 있는 한 학기 수업설계도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강의계획서를 보면 강의를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만들어 놓았다. 생성 AI 시대의 학교·학급경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학기밖에 남지 않았으니 강의계획서를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정하고 싶은 내용을 반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획서를 보며 한 학기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계획서와 다르게 수업을 진행할 경우 혼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2024-04-05 10:00
흥미와 몰입 수업을 왜 추구하는가? 기술·가정은 삶의 맥락 속에서 지식·수행역량·가치·태도를 함양하여 생활 속 문제를 탐구하는 교과이다. 탐구과정에서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하면 주제를 소개하는 단계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실시간 협업으로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그룹 프로젝트, 토론 및 문제해결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과제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몰입감 있는 학습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적 학습경험은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실천적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수업을 즐거워하기에 나는 흥미와 몰입 수업을 추구한다. 수업주제는 ‘챗.G.P.T. 프로젝트로 탄소중립 실천하기’로 전 지구적으로 처한 기후위기를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AI 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AI·디지털 활용과 탄소중립 수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기기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앱을 설치하는 방법은 보통 수준이며 인공지능이나 디지털 활용 수업에 대한 경험은 부족한 편이었다. 또한 기후변화나 지구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은 있
2024-04-05 10:00
‘순직 공무원’이란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한 공무원, 재직 중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공무원, 퇴직 후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 제1항 제3호). 최근 인사혁신처는 수업시간에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 손을 다친 학생 학부모의 금전 요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호원초 교사,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출근길에 강력범죄로 사망한 신림동 둘레길 교사를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하였다. 최근의 교권에 대해 우호적인 사회적 분위기, 교권 4법 개정,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순직 인정의 요건이 완화된 것일까? 하지만 위 사례와 달리 여전히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있어서 순직 인정의 요건이 완화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 순직 공무원 인정은 인사혁신처에 구성된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가 판단하는데,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의 불승인 결정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소속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할 수 있다(특별행정심판 절차).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의 심사청구도 기각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심사청구는 필수 절차가 아니므로 공무원재해보상심의…
2024-04-05 10:00
“대한사립교장회는 1919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교직단체입니다. 4년 임기 동안 백년 전통의 사학정신을 확고히 세우겠습니다. 화끈하게 단디(단단히)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김해관 대한사립교장회 회장(사진)은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임기를 시작하는 포부를 밝혔다. 사학의 자율성과 정체성 회복을 화두로 삼은 그는 교장회가 중심이 돼 교육입국의 창학이념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립교장의 권한 강화와 처우개선, 법인 간 교원교류 등 구체적인 추진방향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또 공사립 차별 없는 공평한 지원을 교육당국에 주문했다. 누가 설립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며 사학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교사로 시작해 교장에 오른 30년 경력 교육자답게 교육현장의 사정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고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소신도 뚜렷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타인에겐 관대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 서울 종로구 대한사립교장회 집무실에서 12만 사립교원을 대표하는 그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본다. 대한사립교장회는 1919년에 설립된 국내 최고 교직단체다. 대표로서 자부심이 클 것 같다…
2024-04-05 10:00“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4월은 3월 같지 않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학교 분위기도 활기차게 피어난다. 그러면서 수업하기는 조금씩 버거워진다. 조용하게 숨죽였던 3월 교실과 달리, 4월 수업에는 삐딱선을 타는 친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탓이다. 선을 넘나드는 친구들과의 신경전과 기 싸움은 교사 감정노동의 끝판왕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내지르는 말들이 가슴에 파고들 때도 많다.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교사 권위가 무너질 듯하여 걱정이다. 그렇다고 깐깐하게 조목조목 따지기에는 어린 학생과 씨름하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져 싫다. 아직 방학까지는 한참 남은 상황,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분노와 무력감이 수시로 가슴에 찾아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무능한 교사가 아닐까? 가라앉는 생각은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절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이유 말고 목적을 보라” 이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lder, 1870~1937)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란다. 아들러에게는 ‘용기를 주는 심리학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에게는 닦달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성품과 능력을 잘
2024-04-05 10:00
지난해 국민적 관심이 주목되었던 교육활동 보호 관련 이슈들로 오랜 시간 국회에서 잠들어 있던 교육 법안들이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합의 속에 속도감 있게 법률의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에 ‘교권보호 4법’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교권보호 4법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을 말한다. 이 중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개정 내용은 보호자에게 교육활동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는 등 다소 선언적인 부분이 많고, 교원에게 가장 와 닿을 실무적인 변경 부분은 「교원지위법」에 모여 있다. 법 시행일은 공포 후 6개월 뒤이고, 「교원지위법」의 개정은 2023.9.27. 이루어졌으므로, 사실상 이번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호를 통해 핵심적인 변경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자.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 이번 「교원지위법」 개정 부분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개별학교에서 운영하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되는 점이다(「교원지위법」 제18조 제2항). 기존에 학교가 교권보호위원회와 관련하여 특히…
2024-04-05 10:00
보통 사람들은 행동을 하면 빠른 결과를 얻어내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면 조금만 운동을 해도 살이 빠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은 투입하는 자원은 최소한으로 하되, 결과는 빠르고 확실하게 얻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초과학은 매우 비효율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초과학은 현대 사회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그 가치가 세상에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상’이라고 알려진 ‘노벨상’ 역시 당대의 뜨거운 감자로 피어오르는 부분에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 주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사람에게 상을 줍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며, 꾸준히 탐구를 해낸 사람을 찾고자 하고 그것이 기초과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초과학의 본질은 오랜 시간 꾸준히 탐구하며 연구하는 것 몇 년 전 중국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박사 역시 장기간 말라리아 치료제 하나만 연구하며, 개똥쑥이 말라리아 치료제의 핵심 물질이라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기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습…
2024-04-05 10:00
올해로 데뷔 42주년을 맞는 최민식 배우가 파묘(감독 장재현)에서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분했다. 누울 자리를 봐달라는 부탁을 들으면 일단 단가부터 계산하지만, 자연과 땅에 대한 철학만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캐릭터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이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개봉하자마자 한국 영화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오는데…. 최민식 배우는 1982년 연극 우리 읍내로 데뷔했다. 1989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알렸고, 서울의 달(1994)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2024-04-05 10:00
사자자리는 황도 12궁 별자리 중 하나로, 서쪽의 게자리와 동쪽의 처녀자리 사이에 있다. 봄철 초저녁 하늘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레오(Leo)’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사자자리는 별자리 이름과 그 형상이 아주 그럴듯하게 잘 들어맞는 별자리다. 사자가 동물의 왕다운 위용으로 밤하늘에 서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페르시아·시리아·인도·바빌로니아 등의 고대 국가에서도 모두 이 별자리를 사자의 명칭으로 불렀다. 그리스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죽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용맹함을 기리기 위해 하늘로 올려 사자자리(Leo)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자자리의 낫(Sickle)은 농기구인 낫, 혹은 뒤집힌 물음표처럼 보이며 사자의 머리와 어깨를 나타낸다. 사자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1등성인 레굴루스(Regulus)를 비롯해 모두 1~4등성으로 아주 밝다. 알파별 레굴루스는 ‘작은 왕’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레굴루스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쌍으로 구성된 네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레굴루스를 하늘의 네 수호자로 불린 ‘네 개의 황제별’ 중에서도 우두머리 별로 여겼다. 서…
2024-04-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