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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물 건너간 ‘수업시간 10% 단축’

교육부, 수업 준비․평가 위한 시간 의무화 합의
정작 예산지원은 늑장…학교선 편법으로 운영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 없다” 절반이상 부정적

지난해 영국 교육부와 영국교원노조(NUT), 여교사 및 교장노조, 전국교장협의회, 중등학교 교사노조 등 4개 교원단체가 합의한 ‘10% 근무시간 단축’ 시행령이 정부의 예산지원 늑장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2003년 교육법에서는 ‘수업준비와 평가를 위한 시간(Plan, Preparation and Assessment, PPA)'이라는 명목으로 교사와 학교와의 고용계약에서 명시된 주당 수업시간의 10%를 면제 한다는 안이 명시됐다. 그리고 이 안은 시행령으로 채택돼 지난해 9월 신학기부터 각 학교에 의무화되었고, 학교에서는 ’당장‘ 실행을 해야 되는 입장에 놓여졌다.

이 ‘PPA 10%’ 라는 시간은 간단히 계산하면, 일주일에 반나절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교사들에게, 일주일에 반나절, 수업을 맡기지 않고, 다음 일주일간 수업 계획을 짜고, 준비물을 준비하고, 그리고 학생들의 숙제나 발달상황을 기록하는 시간으로 할당한다는 것이다. 이 시행령에 맞춰 정부에서 재정적인 지원이 만족스럽게 이루어진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시행령 집행의 의무시한은 ‘9월 신학기부터’라고 못 박아 두고, 그에 맞추어 예산이 내려오지 않으니 교장들로서는 고민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교장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교사들에게 'PPA 10%'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지만, 이것은 학교가 가진 예산의 여분이라든가, 학교 내 교직원 간의 관계 또는 ‘교장의 배짱’ 등에 따라 제각기 달리 운영되어오고 있다.

학교로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교육부가 현 교사수의 10%에 해당하는 교사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증액해 주는 것이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본다면 교육부가 그렇게 많은 예산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 3일자, TES지가 545명의 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 의하면, ‘동료교사로서 메운다’ 가 72%로 가장 많고, ‘보조교사를 활용한다’ 가 45%, ‘스페셜리스트 활용’이 35%, 그리고 ‘교장 자신이 수업을 한다’ 가 28% 로 나타나고 있다.

랭카스터 지역의 NUT 지부장 켄 크리드랜드씨는 “일단 빚을 내서라도 쓰고 봐라. 그리고 나중에 그 책임은 루스 켈리(교육부 장관)에게 물으면 된다”라고 교장들을 독려하지만, 학교경영 파산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교장으로서는 선뜻 그렇게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많다. 만약, 은행에서 돈을 빌려 썼다가, 나중에 교육부가 준다고 했던 만큼의 예산을 이런 저런 구실을 달거나, 또는 교장과 교육부와의 문서조항 이해 차이로 인해, 교장이 추측한 것 보다 적게 내려온다면, 그 은행의 부채는 고스란히 학교가 떠맡아야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장들은 자신이 가진 재량권의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최소한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 다분히 비교육적이며 편법적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동료 교사로 메운다’ 라는 경우,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보면, 한 명의 교사가 서너명의 보조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자원봉사를 받아서 세 개 학급의 학생을 데리고 체육수업의 일환으로 수영장을 가거나, 박물관이나 자연 탐사를 가기도 한다. 또한 그런 인적 여유가 없을 경우, 일주일에 오후 반나절, 강당에 세 개 반의 학생을 모아 두고, 한 명의 교사가 ‘교육용’ 비디오를 틀어주고 학생들이 시청을 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두 명의 교사는 계약상 ‘10% PPA'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수업 방법이 교실 수업보다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보조교사를 활용한다’는 것도 다분히 위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보조교사는 일종의 ‘교사자격증 취득코스’ 에 있는 교생이고, 그 코스의 한 과정에서 교생 혼자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교사가 그 교실에 있어야 된다’ 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러한 코스를 활용하여 ‘교사가 교생의 수업에서 빠져도 된다’라고 교장의 재량권으로 허락해 주는 경우이다.

이러한 ‘파행’에 따라 ‘보조교사노조(Higher Level Teaching Assistant, HLTA)는 “시급 만 원 짜리 보조교사에게 시급 3만 원 짜리 교사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착취” 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임금의 상향조정 없으면 학교의 이런 파행을 집단 보이코트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러한 굴절을 겪고 있는 ‘10% PPA 시간’ 이 “학생의 학습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TES 가 471개교의 교사에게 질문한 결과, 31%가 “그렇다” 고 답변한 반면, “효과 없다”와 “낮아진다” 라고 답변한 교사가 각각 25%, 24%로, 약 절반의 교사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편 10일자 TES에 의하면 4개 교사노조는 교육부와 동의한 ‘10% PPA 시간 협약’ 은 파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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