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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사 자격증에 더해 ‘면허증’ 도입 추진

법안 국회 상정…5년마다 평가해 면허 갱신
‘유럽 인권법’ 위반 vs 무능한 교사 퇴출해야

영국 교육부(DCSF)는 2009년 백서 ‘Your Child, Your schools, Our future-Building a 21st Century Schools System’ 에서 ‘교사면허증(licence to teach)’을 발급, 교사의 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교사면허증과 관련해 2010년 3월 현재, ‘매 5년마다 교사의 자질 및 능력을 평가해 면허증을 발급 갱신한다’는 구체적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있으나, 상임위 논의 단계에서 “이 법안은 유럽 인권법이 명시하고 있는 ‘전문가의 직업적 양심적 활동 간섭 금지’ 조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한국과 흡사한 ‘교사자격증(Qualification of teachers)’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 교육부는 ‘무능한 교사는 퇴출해야 한다’는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옹호를 앞세워 그 ‘교사 자격증’ 위에 ‘교사 면허증’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면허증 제도가 도입되면 교사자격증이 있어도 5년마다 실시되는 교사평가에서 실패하면, 교사면허증이 갱신되지 않아 학교가 고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영국 교육부는 현재 교사 고용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은 학교별로 교사를 공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부적격 교사가 학교에서 쫓겨나더라도 그 사실을 숨기고 또 다른 학교로 옮길 수 있다. 특히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취약지구 기피학교에는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학교는 자질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지원만 해 주면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전국 단위에서 부적격 교사를 걸러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면허’ 형태의 시스템은 교사 해고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해 교원단체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 현재의 구조에서도 부적격 교사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형사법에 저촉되거나 교사라는 전문가 직업윤리에 비춰 심각한 위배행위를 했을 경우, 교사 자격증을 관리하는 GTCE(General Teacher’s Council for England)에 통보해 자격증을 박탈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극소수이며, 문제가 되는 부적격 교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가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위원회’에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안정위원회를 만족시킬만한 증거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것도 까다롭고 번거로우며, 해고 교사가 항변이라고 하면 안정위원회에 불려 다니면서 반론을 해야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전국 50만 명의 교사들 중에 부적격 교사를 2만 명 정도로 보고 있으나 지난 10년 사이, 부적격 교사라는 딱지가 붙어서 해고된 교사는 단 10명뿐이다.

이러한 번거로움과 ‘낮은 승률’ 때문에 학교와 교사는 서로 간에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자, 학교장은 나쁘지 않는 추천서를 써 주는 조건으로 사직을 권고한다. 쫓아내고 싶은 학교는 그 교사가 옮겨가는 학교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적 단위로 본다면 그 부적격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전하고 있을 뿐, 교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더구나 구인난에 허덕이는 취약지구의 기피학교에 몰리게 되면, 수준 낮은 학생과 저질의 교사가 모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교사면허제가 실행단계로 접어들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영국 정부는 전통적으로 변호사, 의사, 교사와 같은 전문가 집단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존중하고 간섭은 소극적이다.

교사들도 GTCE를 통해 자율적으로 교사의 자격증을 통제하고 교사 윤리강령을 집행하면서 정부의 간섭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GTCE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만약 정부가 교사면허제라는 법적 틀만 만들어 놓고, 그 집행을 GTCE에 위임할 경우, 유럽인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전문가에 대한 정부의 간섭 금지’ 조항을 피해갈 수 있다. 또한 GTCE가 교사면허제 집행을 미지근하게 한다면, 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싸우지 않고 GTCE라는 하나의 협의회 기구만 옥죄면 된다.

그 다음 넘어야 될 산은 누가 어떻게 교사를 평가하는가 하는 방법론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론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학부모 만족도 등을 조합해 교장이 최종 소견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여기서 일정한 점수를 획득하지 못하면, 교사 면허증은 갱신되지 않는다.

영국은 외교 전략에서도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어부지리를 획득하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과거 20년간 교육에의 통제력을 확대해가는 중앙정부의 전략을 살펴보면 항상 그러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도 권한의 하향이동(Devolution)으로 지방 교육청은 껍데기가 됐고, 법인화된 학교는 전쟁터로 내 몰렸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재정분배권을 확보했다.

교사 면허증의 전략도 역시 비슷하다. 교사 협의회는 내부에서 난투극이 벌어지게 될 것이며, 성적평가·학부모 평가·교장 소견서를 조합함으로서, 교사는 누가 총을 쐈는지도 모른 채 총알을 맞게 된다. 결국 중앙정부는 교사의 통제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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