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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카데미 확대 추진에 '먹구름'

설립 기부자에게 “작위 받을 수 있다”고 답변
학교장 ‘1925년 작위 수여법’ 위반혐의로 구속
‘도덕성 문제’ 교육계 여론에 노동당 정부 곤혹

지난 3월 영국 현재 집권당 노동당은 여왕에게 상신하는 ‘대영제국 명예시민’ 작위 신청 리스트에 정치헌금을 기부한 사업가 4명의 이름을 넣었고, 이것이 ‘1925년 작위수여법’ 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적법성의 논란에 휩싸였다. 그 논란의 와중에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스폰서와 교장이 ‘1925년 작위수여법’에 저촉되었다는 혐의로 경찰의 연행 수사를 받고 있어, 2010년까지 아카데미를 200 개교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영국 여왕은 해마다 정부가 추천하는 천명에 가까운 시민에게 ‘대영제국 명예시민 (Member of British Empire)’ 작위를 수여한다. 여기서 작위를 받은 사람은 공식적으로 Sir 또는 Madam 이라는 호칭을 쓰게 되며, 이것은 일종의 영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공헌도가 크다고 인정되는 사람들로서 연예인, 간호사, 학자, 건축가, 축구선수, 사업가, 탐험가 등 모든 직업 분야에 걸쳐있다. 이 작위는 단지 명예에 한정된 것이며, 이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슨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왕에서 상신할 그 수여자 ‘리스트’는 당시 정부가 작성한다.

‘1925년 작위 수여법’ 에는 ‘작위 수여라는 대가를 노리고 물건이나 돈 또는 서비스를 기부하고, 또 그러한 기부에 대하여 작위수여를 하겠다고 언질을 주거나 약속을 했을 경우, 이것은 유죄로 한다’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이 법이 적용되어 유죄판결은 받은 것은 1933년 단 한 건뿐으로 지극히 드문 사건이다.

‘정치헌금 사건’은 일부 사업가들이 노동당에 무담보로 거액을 돈을 빌려 주었으며, 이 대출자체는 위법사항이 아니지만, 그 사업가들 중에 4 명의 이름이 ‘작위 신청 리스트’에 들어있는 것이 밝혀짐으로서, 노동당이 지불하는 무담보 대출에 대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노동당은 위법행위를 한 것이 된다. 의혹이 불거지자, 노동당은 그 4 명의 이름을 ‘리스트’에서 삭제를 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그 이름이 삭제가 되었다고 해서 노동당의 도덕성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 ‘헌금-작위수여’의 불똥이 교육부 주요 사업 중의 하나인 아카데미 확대 정책으로 튀어 교육부와 아카데미 사업 확대를 반대하는 교사노조와의 사이에 미묘한 기류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2002년부터 영국 교육부는 취약지구에서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공립학교를 폐쇄하고, 민간에 매각, 정부가 학교 운영비를 부담하고 민간인이 운영하는 ‘공립민영학교’ 형태인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설립했다. 아카데미의 신설에는 통상 스폰서가 40억 원 정도를 출자하면 정부가 350 억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하여 완전히 새로운 학교를 지어 주고 있다. 정부는 2010년까지 200개의 아카데미를 만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현재까지 설립되어지는 학교의 숫자를 보면 그다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스폰서를 모집하기위해 다소 무리한 ‘오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반관반민 형태의 기관으로 2005년 SSAT (Specialist Schools and Academies Trust)라는 것이 발족했고, 여기서는 스폰서들을 모아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개별적인 상담에 응하고 있다.

구속된 런던 동부, All Saints Roman Catholic 중등학교 Des Smith 교장은 이 SSAT의 프로모션 위원으로 참가를 하고 있었다. 그 지역 국회의원인 Cruddas씨는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21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천명의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의 인생을 탈바꿈 시킨 훌륭한 교장” 이라고 평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현재 실명이 밝혀지지 않는 24세 금발의 미모의 여기자가 아카데미 스폰서 모집의 홍보를 해주겠다는 취지로 스미스 교장에게 접근, 저녁을 같이 하면서 비롯됐다. 그녀는 녹음기를 숨기고 저녁식사를 같이 한 뒤, 술자리로 옮겨서 “기부를 하면 작위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여기서 스미스씨는 “수상관저에서는 기부자들을 ‘작위 상신 리스트’에 넣곤 한다”라고 했고 “전형적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대답을 했다. 그녀는 추가로 “만약 5개의 아카데미 설립에 기부를 한다면?”라고 물었고, 그는 “아마 확실할거다. 기본적으로 만약 노동당 정부가 계속해서 있다면 (가능하다). 그리고 기부자가 작위에 관심이 있으면 데이빗 밀리밴드(현 교육부 차관급)에 접촉을 해 보면 좋을 것이다”라고 답변을 했다.

이러한 문답이 소문이 나자 노동당정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을 했지만, 수차에 걸쳐 수상관저에 드나들었고 교육부 핵심 정치가들과 친분이 있는 스미스씨와 정부와의 관계를 의심해 본다면 단순한 개인의 의견이라고 치부하지는 못할 것 같다.

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이번 사건으로 해서, 저의를 가지고 있든, 아니면 순수한 선의만 가지고 있든, 아카데미 설립기부자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안 하던 추가질문이나 조사가 실시될 것으로 추측이 되며, 이런 추가 조사는 기부자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노동당 정부의 아카데미 설립 정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은 높아진다. 더구나 교사노조와 같은 아카데미 설립 추진에 반대하는 세력들에게는, 이번 같은 사건은 정부 정책 추진의 반대논리를 만들어 내는데 호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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