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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교실밖 공간을 재구성하라”

새 교육과정, 탐구중심 학습․흥미향상 디자인 요구
부지 확대․시설활용 극대화 등 고민거리로 떠올라


2008년 9월 새학기에 발표될 ‘교육과정 개정안’의 가닥이 잡히면서 ‘학교 공간의 활용도’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개정안은 아이들이 보다 탐구 중심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수업방식을 바꾸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신 교육과정 개정안 위원회 매기 알란(Maggi Allan) 회장은 “학교 공간의 디자인과 공간 활용은 신 교육과정의 실천에 핵심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이 신 교육과정은 ‘책상에서 주입되는 지식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개편의 중심에 두고 있지만, 시험과 학교평가의 중압에 시달리는 학교에서 어떻게 융합이 될지는 미지수이며 앞으로 커다란 연구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90년대부터 학부모에게 학교의 선택권을 주고, 매년 전국 통일 평가시험을 실시하여 학교의 성적을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로서는 시험의 중압감에 시달려 왔고 ‘책상에서 주입하는 지식’에 몰두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게 한다”며 교사노조 측으로부터 끊임없이 비판되어 왔지만, 정부는 ‘국민 기초교육 완성’의 이유로 그러한 비판을 묵살해 왔다.

다시 말해, 정부로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야 된다는 것과 동시에 학생들의 흥미 상실을 막아야 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내년의 신 교육과정 개정안은 이러한 정부의 고민을 담아낼 것으로 예측된다.

‘땅에서의 학습 (Learning through Landscape)'라는 단체의 수장인 알라스타 시먼 (Alastair Seaman)은 “학교의 옥외공간은 잠재적으로 엄청난 학습의 기여도를 가지고 있지만, 때때로 그 가치가 간과되고 있다. 현재 영국 학교들 부지의 63%가 건물 이외의 공간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25%의 시간만을 이 공간에서 쓰고 있다”라고 그 중요도의 인식과 활용도가 낮음을 강조하고 있다.

LTL의 ‘Ground for Improvement; Final Report(2004)’라는 보고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21개교의 ‘학교 공간 활용 극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그 성과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형태의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옥외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초등과 중등, 그리고 성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고학년의 남자 학생들은 운동장의 공간을 선호하는 반면, 저학년 아동이나 여학생의 경우, 운동장보다는 놀이기구나 정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학년 아동의 경우는 활동 반경이 작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만, 여학생의 경우, 과거에 비해 스포츠와 같은 활동적인 의욕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교사들 역시도, 학과목에 따라 관심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과학, 체육, 시민교육, 아트와 디자인, 그리고 영어 과목의 경우, 옥외 공간 활용 극대화 프로젝트의 결과 상당한 학습의 기회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공간 활용 프로젝트에 학생들과 교사들을 함께 참가시킴으로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학교 구성원들의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 커뮤니케이션 기술, 공동체에서 분할된 역할의 책임의식, 팀워크, 교과목에서 배운 지식의 실제 적용 기회, 같은 것이 향상된 것으로 관측되었으며, 예측하지 못했던 효과로서는 상당수의 ‘문제행동 아동들의 개선’이 보였다. 이러한 아동들의 행동 개선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주어진 어떤 역할에 대한 책임감 완수에서 보람을 느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참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학교 담 벽에 설치한 암벽타기 시설과 같은 것이다. 학교의 담 벽에 설치된 ‘암벽타기 시설’은 수직공간이기에 평면공간을 그다지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의 스포츠나 놀이 공간으로서 인기가 높다.




영국에서도 도심지 학교와 도시외곽의 학교간의 대지 면적의 편차치는 크다. 럭비 피치를 네 개나 갖춘 광활한 운동장의 학교도 있는가 하면, 축구장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도 많다. 그리고 특히 도심지의 초등학교 중에는 백 년 전 빅토리아 시대에 설립된 학교들이 아주 많다. 물론 백 년 전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그 목적과 역할이 아주 다르다. 그 당시는 취학율도 낮았기에 학교의 건물 자체가 크지 않고 아동의 활동을 중시하지 않았기에 운동장의 크기가 축구장 절반 정도인 학교가 허다하다.

런던 동남부 사독 지구의 ‘찰스 디킨즈 초등학교’의 경우 부지확대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이다. 이 학교는 지방교육청과 10여년의 절충 끝에, 지방정부는 학교 건물 뒤편, 길이 50미터정도 1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시영주택 두 채를 헐어내고 200평방미터의 부지를 확보해 주었다. 학교는 도로를 끼고 있으면 부지 활용도가 반감되기에 이 도로를 양쪽에서 막고, 이 도로마저 학교부지로 달라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오래된 학교들은 협소한 학교부지 문제뿐만 아니라, 건물 역시도 백년이 넘었기에 현재의 교육과정을 집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현대의 교육과정과 절충이 되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는 소방법과 관련된 실험실이다. 백 년 전의 교육과정에서는 불을 사용하는 실험 같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소방법에서는 화재 시 탈출구가 지면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불을 못 쓰게 하고 있다, 이런 경우, 학교들은 본관 건물에 실험실을 만들지 못하고 운동장에 대형 컨테이너를 개조한 교실을 만들고 여기에 실험실을 두고 있는 형편이다.

한 초등학교의 교장은 “가끔 비행 학생들이 학교에 방화를 해서 사회적인 우려를 사고 있지만, 때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교장도 있다, 왜냐하면, 불이 나서 학교가 홀라당 타버리면 깔끔한 새 학교를 지어주기 때문이다” 라고 농담조로 속내를 털어 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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