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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결 기미 안 보이는 '무단결석 줄이기'

한 해 2천억 투입해도 실형받는 학부모만 늘어나
원인놓고 정부-학교-학부모 서로 "남의 탓" 주장

지난달 27일 가디언지는 자녀의 무단결석 방조로 유죄를 선고받은 학부모의 수치를 입수, 보도했는데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최대 3개월의 실형을 언도받은 학부모가 총 71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상습범’이 아닌 경우는 최대 2500파운드(약 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2006년 한 해에만 2952명이었다.

무단결석 문제는 ‘십대 미혼모’ 문제와 함께 영국 교육부 정책 중에 ‘난치병’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아동 빈곤 퇴치(Children in Poverty)', ‘사회통합정책(Preventing social exclusion)’ 등의 일환으로 ‘무단결석 줄이기(Truancy Sweeps)' 정책을 펴 왔으나 무단 결석률은 0.7%를 전후로 매년 미세하게 움직일 뿐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무단결석 줄이기’ 정책은 2000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이를 위한 예산은 연 평균 약 2000억 원. ‘1998년 사회질서법(Crime and Disorder Act of 1998)’은 경찰에게 학교 시간대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을 즉결 심문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무단결석 학생으로 밝혀지면 강제 연행하여 학교로 데려다 주는 역할까지 하게 했다.

2003년에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학부모가 발생했으며, 그 어머니의 항변은 이 정책의 실패를 예견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학교의 잘못인데 왜 학부모를 탓하여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가? 지금 내 아들은 나보다 체격이 크고 힘도 세다. 내가 어떻게 아이를 학교에 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학교가 변하지 않는 한, 형기를 마치고 나오더라도, 나는 또 다시 형무소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단결석 줄이기’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표류하기 시작하면서 제각각의 이해집단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변명과 이유가 주장되고 있다. 2003년 당시 교육부는 무단 결석률이 “지난 3년 사이 0,723%에서 0.657%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학기 중 가족휴가를 떠나는 것을(이전 같으면 무단결석으로 처리했겠지만) ‘체험학습’으로 간주해 공결로 처리한 결과였다.

학부모 단체가 무단결석의 원인을 ‘재미없는 학교’를 만든 학교로 돌리자, 교사 집단에서는 “국가교과과정의 도입과 학교평가의 강화로 학교는 시험 준비에 집중하게 돼 수업은 여유가 없어지고, 아이들은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됐다”며 정부에 책임을 넘겼다. 정부는 정부대로 “가족휴가를 가기 위해 학기 중에 아이들을 빼내도 된다고 여기는 학부모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풍조’를 뿌리 뽑겠다고 벼르는 형편이다.

이렇게 학교, 학부모, 정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정작 무단결석 줄이기 대책에 대한 뾰족한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영국 정부는 2013년부터 의무 교육 연한을 18세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현재 중학생도 통제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 고등학생까지 의무교육으로 확대한다면 무단결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북부, 노팅험 지방에서의 시도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지역의 ‘지역사회 봉사자’인 낚시광, 믹 레이버스(Mick Leivers)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Cornerstone Angling Skills Training’의 지원을 얻어 ‘청소년 낚시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10여명의 ‘무단결석자’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학교 대신 호숫가나 냇가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레이버스는 “아이들을 처음 만나 낚시하러 가자고 권유를 했다. 다행히 그들은 낚시를 즐기게 되었다. 호숫가의 쓰레기라든가, 물고기, 수초들을 보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일종의 방통고 형태인) ‘Open college network’에 등록해 ‘자연 환경’, ‘스포츠 코치’ 같은 학력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낚시 일지'를 쓰고, 잡은 물고기들의 무게나 크기를 재고, 각 물고기들의 특징을 찾아가면서 공부도 한다.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조차도 무척 힘들어 했던 아이들이지만 작년에는 이 클럽 회원 열 명 중, 일곱 명이 칼리지에 진학했다”라며 만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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