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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교폭력 피해 책임’은 어디까지?

23세 여성 12년 전 사건 제소…교육청 합의금 지불
“개인적 피해에 책임 일부 물을 수 있다” 첫 사례
“학교 제소하면 보상받는다” 잘못된 인식줄까 우려

2월 21일 영국의 모든 주요 언론에서는, 소피 아모르(Sophie Amor)라는 23세의 여성이 12년 전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관할 지방교육청, 토파인 교육청을 상대로 제소를 하고 3년에 걸친 쟁의에서 4000만원 상당의 배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모르 씨가 제소를 한 내용은 “지방교육청은 ‘안전한 교육의 장소를 제공할 의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를 게을리 해, 초등학교 7년간 교내폭력 왕따(불링)로 인해 나의 아동기는 파괴되었으며, 그 여파로 자살 시도도 있었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토파인 교육청은 제소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4000만 원을 지불한 것은 공인했지만, 교육청의 실책이 있었다는 아모르 씨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토파인 교육청 대변인은 “이 배상금은 지방교육청이 지불한 것이 아니고 지방교육청이 이러한 법정 분쟁을 대비해 가입해 둔 보험회사가 ‘합의금’ 형태로, 보험회사의 판단에 의해 지불했다”며 “변호사에 의해 보험회사에 청구된 금액은 1억 5000만원이었고, 최소한의 수준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그 지불의 주체가 지방교육청이었든, 보험회사이었든, 학교폭력에 의해 자신의 학령기시절이 파괴되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함으로서 개인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방교육청에 그 책임의 일부를 물을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첫 사례로서 이례적이다. 더구나 ‘2004년 아동법’ 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과 안녕(safeguard the wellbeing)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명확하게 명기를 하였기에 앞으로 학교와 지방정부는 학교 내 불링(bullying)에 대해 한층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내다보인다.

아모르 씨의 어머니 이사벨은 “아모르는 동급생들보다 6~7센티 정도 키가 크고 덩치도 컸다. 그녀는 그냥 순하고 착한 아이였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서 점점 말이 없어지고 종국에는 벙어리처럼 되고 말았다.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에게 50번 이상을 어떻게 해 달라고 간청을 했고 수차례에 걸쳐 면담을 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나중에 학교장은 그 애가 귀머거리가 아니냐고 아이를 탓했다. 아모르는 14세가 되던 해, 우울증 환자로 진단을 받고, 정규학교를 떠났다”라고 밝혔다.

아모르 씨는 “그냥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었다. 하루도 불링을 당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비웃고, 웃고, 손가락질하고, 침 뱉고, 떠밀고, 주먹질을 했다. 하루는 떠밀려 넘어지는 바람에 눈가에 여섯 바늘을 꿰메는 사건도 있었다. 아홉 살 때는 간질병 약을 한 병 다 털어 넣고 자실까지 시도했다. 내가 지금 학교에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회정의의 실천이다. 나는 단지 내가 겪었던 비참한 과거를 또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학교는 분명하게 아이들에게 불링을 해서는 왜 안 되는지 가르치고, 명확한 지침이 만들어져서 게시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아모르는 현재 대학에서 아트를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인 기피증 및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등하교에는 어머니가 대학까지 배웅과 마중을 나가고 있다. 그리고 심리치료사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와 그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국 지방정부 협의회 의장 일리슨 킹씨는 “학교 내 불링은 피해자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그 그림자는 평생을 끌고 가기에, 학교, 지방 교육청, 커뮤니티 조직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서 불링을 근절해야 된다”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번 사례는 과거에 불링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학교를 법원에 끌고 가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해 줄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를 했다.

이에 반해, ‘전국 불링 대책 연합회(Anti bullying Alliance)’ 대변인 사이먼 블레이크씨는 “이번 ‘합의금’ 지불은 지방교육청과 학교에 분명한 경고를 했다”며 “하지만 (학교나 지방교육청 관계자들이) 정작 마음에 새겨 두어야 될 것은 그러한 벌금을 지불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아니라, 불링을 당한 피해자가 평생 동안 안고 가야 될 고통과 상처”라고 불링 근절의 목적이 무엇인지 오판되지 않도록 당부를 했다.

지난해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초등에서는 4명에 한 명, 그리고 중등에서는 3명에 한 명이 수차례에 걸쳐 불링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에서 우려되는 사회 현상의 하나로, 일부 법률회사들이 “No win, No fee”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는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면 우리들과 상담해 달라” “제소를 해서 패소하면 재판비용은 청구하지 않으며, 승소를 하여 보상금을 받으면 나눠먹자”라는 형식의 광고이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의 태만이나 정부기관의 실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 개인에게 그 보상의 권리를 찾아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변호사 집단을 배불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풍조가 만연되면 교육재원으로 쓰여 질 예산이 보험금이나 재판비용으로 지불되고, 사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험금은 비싸지게 된다. 교육분야의 통계는 아직 나온 것이 없지만, 국민의료보험 공단의 경우, 전체 예산의 20% 정도가 재판 비용, 합의금 또는 의료사고의 보상금으로 지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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