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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홈스쿨링’도 정부 감사대상 추진

지난 10년간 아동 폭력·방치 등 위험요소 늘어나
교육부 백서펴내고 ‘부모 무관심’ 적극 개입 시사


영국 교육부는 지난 11일 ‘홈스쿨링의 현황과 문제 재고(Review of elective home education in England)'라는 백서를 출간했다. 영국에서 백서의 제안은 통상 법령 개편으로 이어지기에, 이 백서의 제안들은 앞으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수 만 명의 아동과 가족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규제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한국의 ‘교육기본법’에 해당하는 ‘1944년 교육법’ 31조 의무교육 조항에 “학교 및 그 밖의 장소에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라고 명시해, 부모의 자녀 교육 선택권을 국가의 국민 교육권보다 상위에 두고 있다. 이러한 ‘부모의 자녀 교육 선택권’은 ‘시민의 자유는 국가 권력으로 침해되지 아니한다’라는 역사적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국가가 제공하는 공교육을 거부하고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학부모들은 ‘뭔가 자주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회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그러한 시민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홈스쿨링을 거의 방임하는 자세를 취해 왔다.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이유들은 아주 다양하다. 통학거리가 너무 멀다거나, 부모의 종교나 문화적 이유, 또는 철학이나 사상적인 이유, 학교 시스템과의 불합리로 인한 이유, 단기간이지만 전학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간의 홈스쿨링도 있다. 물론 장애아동의 경우도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사이 홈스쿨링은 ‘자의적에 의한 보다 나은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 또는 방기’의 형태가 늘어났다. 학교 폭력이라든가, 부모들의 무관심등으로 인해 방치된 아이들이 ‘홈스쿨링 제도’가 가진 허점에 빠져 교육 안전망에서 사라져버리는 사례들이 때때로 보고되곤 했다.

영국정부는 2004년부터 ‘한 명의 아이도 빠짐없이(Every Child matters)' 정책이라든가, ‘2004년 아동 보호법’ 등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 대상의 아이들을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복지나 교육의 문제는 전국 150개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맡겨져 있어서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옮겨 다니는 경우, 아이들의 소재가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더구나 영국은 한국과 달리 주민등록 제도가 없어 이사를 하고 거주지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벌금을 내는 일도 없고, 주민등록 증서를 발급받아야 할 일도 없기에, 관공서를 찾아가야 될 필요성이 그다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록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정부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아동의 수가 얼마인지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교육청에 “홈스쿨링을 하겠다”라고 신고를 한 사람은 2만 명 정도로 파악을 하고 있지만, 신고조차 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유추하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 의 수는 약 8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인구는 약 5000만 명으로 한국과 비슷하기에 2만 명이든 8만 명이든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현재 홈스쿨링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학부모가 신청을 하면 장학사가 집을 방문하여 둘러보고 아이가 ‘방치’ 될 정도의 상황이 아니면 허락을 해 주는 형태이다.

런던 동남부 류이샴 지역에서 지금 13년째 세 명의 딸에게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다벤포드 씨는 “지난 13년 동안, 장학사가 우리 집을 찾아 온 것은 단 세 번뿐이다, 세 명의 딸들이 홈 쿨링을 신청할 때 한 번씩 왔다 갔다”고 했다.

홈스쿨링에는 국가교육과정도, 시간표도, 시설이나 장소, 공간,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증도 따지지 않는다. ‘연간 38주, 주 당 22 시간’ 이라는 기준을 정해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실행되고 있는지 장학사가 지켜보고 서 있지 않는 한 확인할 길은 없다.

영국에서 이런 홈스쿨링을 학부모가 쉽게 선택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외부평가 졸업시험 제도’ 라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졸업장 제도도 없고, 졸업식도 없기에 꼬박 꼬박 학교만 다녔다고 해서 무슨 졸업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의 ‘검정고시’ 같은 외부 학력 평가 기관의 졸업시험이 유일한 학력 증명이며,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번에 출간된 백서는 양날의 칼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국가 권력이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의 무관심으로 방치되는 아이들을 국가 권력이 보호한다는 점이다. 이 백서는 아직까지 어떤 형태로 감사를 할 것이며, 무엇을 살펴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감사를 해야 한다’는 점만 명문화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백서의 제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설령 감사 결과, ‘아이가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그 아이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이 백서는 단지 “강제로 학교에 보내도록 하겠다”고 만 명시를 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있음에도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는 그 백서의 제안이 효과가 있을지라도, 그러한 조건이 되지 않는 학부모들의 경우, 가령 서커스단처럼 여기 저기 옮겨 다녀야 되는 가족이라면 정부로서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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