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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혼성애 교육’으로 속앓이하는 학교

교육하지 않다가 왕따 발생시 학교에 모든 책임물어
종교계 사립학교 “종교 신념상 교육할 수 없다” 고수


신학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 그 효력이 발효되는 ‘2006년 평등법(Equality Act 2006)’에서 ‘혼성애자’ 문제를 놓고 영국 국교 성공회와 교육부가 아직까지 이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06년 평등법’은 “개인이 어떤 형태의 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시설 이용, 교육을 받는데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학교에서 완전히 정착을 하려면 학교는 전체아동을 대상으로 ‘혼성애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는 교육을 해야하지만, 성공회는 여기에 반해 ‘혼성애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가르쳐야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1975년 성차별 금지법’은 남녀 성 또는 장애에 의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2003년 법(Employment Equality(Sexual orientation) Regulation 2003)’에서도 대학에서의 동성애자(레즈, 게이), 양성애자(바이섹슈얼), 반성향자(헤테로색슈얼)를 포함한 ‘혼성애자’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2006년 법’이 추가한 부분은 그 차별금지 적용 범위를 사회전체에 확대하고 ‘학교 영역’에까지 내려온다는 것이다.

이 법령이 학교에 적용되면 먼저 ‘학생 자신이나 보호자 또는 가족이 혼성애자라고 해서 입학이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학교에서 볼 때 이런 문제는 그다지 일반적이지도 않고 흔한 경우가 아니기에 크게 염려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불씨를 안고 있는 것은 2005년 10월에 발효된 'Higher Standards, Better schools for all'이라는 백서의 규정과 ‘2006년 평등법’이 겹쳐지는 부분이다.

영국에서는 학교 안에서 왕따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2005년 백서’는 특히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뿌리를 둔 왕따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실천 강령을 만들어 두고 있다. 다시 말해, 학교는 소수 민족 자녀, 비기독교 학생이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학생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왔듯이, 혼성애자 아동 역시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 혼성애자의 숫자 자체는 사회 구성원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비율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례들은 국민 전체의 관심사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육과정’에 들어오면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

현재 영국에서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교과목은 PSHE(Personal, Social and Health Education)이다. 이 과목은 한국의 국민윤리, 도덕 그리고 보건 같은 과목을 합친 것과 유사하다. 즉 사회통합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교과목이다.

영국에는 윤리나 도덕과목의 수업이 없는 대신에 종교교육이 들어있다. 영국 교육법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1944년 법’에서는 모든 학교가 조례와 같은 형태로 ‘기독교형’ 예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조례 형태로 예배를 실시하는 학교는 초등은 88%, 중등은 17%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1988년 국정교과과정 제도가 도입이 되었을 때, PSHE의 과목은 ‘가르쳐야 된다’라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의 수위에서 가르쳐야 될지 그것은 개별 학교 학운위의 결정에 맡겨져 있다.

이제 혼성애 교육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뜨거운 감자’는 각 개별 학교 단위의 학운위의 손에 넘겨지게 된다. 만약 혼성애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을 경우, 지방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지방교육청은 가해자를 색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혼성애 교육을 적절하게 했는가 아닌가를 살펴보게 된다. 여기서 혼성애 교육을 ‘대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학교는 왕따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혼성애 교육을 하자니 아직 선뜻 내키지를 않고, 안 하자니 사후에 생길 사건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이 결정이 더욱 고민스러운 곳은 전체 학교 수의 약 30%를 차지하는, 교회와 같은 종교법인체가 설립한 사립학교들이다. 이러한 사립학교의 학운위에는 교회가 파견하는 목사나 신부가 2-3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혼성애 교육’을 종교의 신념상 허락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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