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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감사로 몸살앓던 학교에 '숨통'

과도한 학교 평가, 교육감사원장 교체 후 대폭 완화
모든 학교 ‘이 잡듯’ 뒤지다 문제학교만 집중적 조사
교사에 대한 평가 “실효성 없다”, 시범 실시 후 폐기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영국의 교육감사 현장에서도 적용이 된다. “내 생각에 현재 1만 5천 명의 부적격 교사가 있다”는 말은 10년 전 크리스 우드헤드라는 교육감사원장이 했던 말이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잘 하고 있다”는 이 말은 지난 달 교육감사원장으로 임명된 크리스틴 길버트씨가 한 말이다.

변한 것은 감사원장의 말 뿐만이 아니다. 10년 전에는 학교감사를 받으면 학교가 몸살을 앓았다. 10명 안팎의 감사원들이 일주일간 학교에 머무르면서 그야말로 구석구석 이 잡듯이 뒤져보고 살폈다. 실제로 감사가 끝나고 몸살로 앓아눕는 교장이 허다히 있었다. 이제는 한 두 명의 감사원이 학교에 와서 하루만 보고 간다.

영국의 교육감사원(Ofsted)은 ‘학교의 선택권을 행사하는 학부모에게 학교를 공정하게 평가하여 학부모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라는 명분으로 1992년 발족됐다. 초대 원장인 크리스 우드헤드씨는 97년 노동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임기를 2000년 말까지 이어간 7년간의 ’장수‘를 누린 원장이다. 90년대는 말 그대로 감사원장과 교원단체와의 ‘처절한 투쟁‘의 역사였다. 2000년 우드헤드 감사원장의 사임설이 나오자, 전국교사노조 대변인은 “이제 교사들은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다”라고까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만큼 당시의 학교감사는 학교를 ’옥죄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 감사 방법은 많이 누그러워 졌고, 2005년부터는 학교별로 ‘자기평가’ 를 해서 그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4년 주기로 모든 학교에 나가던 감사도 잘하는 학교는 그 주기를 늘리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교에는 집중적으로 감사를 나가는 형태로 바꾸었다. 그 배경에는 학교 평가의 틀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감사원 자체도 정부로부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감사방법을 강구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학교감사는 그 결과가 공표되고,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가 그 보고서를 보고 학교를 선택하기에, 이러한 보고서는 학교의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 10 여년 사이의 경과에서 실제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힘은 학부모의 선택권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예측하지 못했던, 학교 내부 세력 간의 견제 수단으로서 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영국의 학교 안에서는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있다. 학운위, 교장 그리고 교사이다. 중간관리자 그룹, 부장급 교사를 또 하나의 세력권으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교장 측에 기울어지는 경우도 있고, 교사 측에 기우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교총이나 전교조처럼 단체가 분리되어 별개의 세력을 형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세력들 사이에 하나의 세력이 학교에 어떤 점을 개선하고자 할 때, 때때로 반대세력의 저항에 부딪친다. 대개의 경우, 그러한 저항의 명분은 ‘지금까지 잘 해 왔는데, 뭣하러 사서 일거리를 만들려고 하느냐’ 하는 식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개선점을 제시하면 그것이 공론이 아닌 ‘한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되어 묵살된다. 그리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쪽에서도 조금만 잘 못하면,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의 형태를 띠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의 결과 보고서는 ‘공인된 증거’로서 그 힘을 발휘한다. 영국 감사의 특징은 감사가 끝나면 감사팀장이 약 10장 정도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 지방교육청, 그리고 교육부 장관에게 각각 송부한다.

학교에서 이 보고서를 받으면, 하나의 세력이 그 보고서를 들고 다른 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 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학운위의 학부모 대표가 교사의 수업을 관찰하고 수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들 경우, 교장에게 이야기를 해서 특정 수업의 질을 개선하도록 제의를 한다. 하지만 이런 제의는 당사자 교사에게 요구되었을 때, 대체로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잠시 ‘흉내’만 내다가 그만둔다. 또한 반대로, 학교 교사에 대한 재교육이 충실하지 못하다든가, 교장의 리더쉽이 부족하다든가 하는 지적이 나오면, 교사들이 이런 점을 평소에는 교장에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런 감사보고서를 들고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감사보고서 덕분에, 학교 내 세력들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반대세력의 저항을 밀어낼 수 있다.

영국의 이러한 감사 보고서는 교사의 개별적인 수업에 대한 평가의 서술은 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수업을 교과목 별로 분류하여 장단점을 표기하는데, 여기에 장점이나 단점으로 지적이 되면, 그것은 어느 교사의 수업에서 지적이 된 것인지 학과 연구부장은 짐작을 할 수 있다.

현재 영국에서는 교사에 대한 외부평가제도는 없다. 90년대부터 교사에 대한 업무 능력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자 수차에 걸쳐 시도를 했지만 방법론이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어 논의 단계, 또는 시범 실시 후에 폐기 되었다. 그 대신, 연구부장이나 교장에 의한 내부 평가가 있으며, 이러한 내부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해고된다. 영국의 교사는 학교에 의해서 채용되고 해고된다. 현재 교장의 업무 능력 평가는 실시되고 있으며 그 업무는 학운위에 주어져 있고, 학운위는 교장을 해고 할 수 있다.

현직 감사원장 크리스틴 길버트씨는 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으로 18년간 근무했으며, 영국에서 최악의 교육 취약지구로 불리는 런던 타워 함렛 지구의 교육감으로 6년간 재직하다가, 감사원장의 공채모집에 응모하여 채용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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