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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최신기술 이용한 '커닝'에 골머리

부정행위 막기 위해 첨단 기술 도입
시험지 봉투에 '전자 테그' 붙이기도

영국의 3대 시험기관 중의 하나인 ‘에덱셀’ (Edexcel)은 이번 여름 시험 철을 맞아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세 가지 최신 기술을 도입했다. 하나는 육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작은 글씨로 시험 실시학교의 이름을 시험지에 ‘새겨 넣는 것’ 이며, 두 번째는 시험지 봉투에 ‘전자 테그’를 달아두는 것이고, 세 번째는 시험 답안지를 스캔해서 ‘베낀 것’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개발이다.

‘커닝’의 유혹은 영국의 아이들이나 한국의 아이들이나 다름이 없고,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커닝’의 방법은 대체로 유사하다. 깨알보다 작은 글씨로 만든 ‘커닝 페이퍼’, ‘손바닥에 메모하기’와 같은 ‘구식 방법’은 이제 귀여운 수준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커닝’의 방법도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전송, MP3나 PDA를 이용한 전자메모, 휴대폰에 카메라가 장착되면서 시험지를 통째로 찍어서 전송하여 외부에서 답을 찾아 문자로 전송해주기, 휴대폰에 인터넷 기능이 장착되면서 인터넷을 서치해서 답 찾기 등이 이루어지고, 리포트 과제물과 같은 경우는 모범 답안을 수 만 장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두고 과목과 주제에 따라 최적의 답안지를 골라서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회사도 생겼다.

이처럼 학생들이 궁리해 내는 부정행위도 있지만, 간 큰 학교나 교사들은 미리 배달된 시험지 봉투를 뜯어서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주고 학교 평점을 올리려는 사건도 생기곤 한다.

최근 들어 영국의 시험기관들이 이처럼 긴장하는 배경에는 부정행위의 여파가 뒷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부정행위는 순식간에 수 천 명의 수험생 사이에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으며, 만약 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뒷수습을 아무리 신속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빠듯하게 돌아가는 대학 입학 사정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의 입학식이 연기될 가능성이 생긴다.

3년쯤 전부터 영국에서는 ‘극동지역 유형’ (Far East type) 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자국 학생들의 ‘부정행위 기술’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극동지역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을 지칭하고 있었다. 2006년 부정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학생 수는 1500명에 한 명 꼴이었으며, 이는 전체 수험자의 약 0.06%로 비교적 작다. 그 중에 1887명은 휴대폰을 숨겨 들어 온 경우였다. 물론 각 학교는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지만 모든 수험생들의 몸수색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일부학교는 반경 30미터 이내에서는 휴대폰의 전파를 교란시키는 장치를 구매하여 시험을 실시하는 강당에 설치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캐너와 함께 연결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유사한 형태의 답안지가 있을 경우, 그러한 답안지들을 뽑아내어 학생들 간의 부정행위 여부를 가려내기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험지의 답안지 뿐 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작성한 ‘리포트 과제물’ 도 걸러낸다.

시험지 봉투에 달아 둔 ‘전자 테그’는 일반 백화점에서 도난 방지용으로 의류에 부착해 둔 도구처럼 생긴 것으로, 여기에 배달되어야 되는 주소와 학교명이 기억된 칩과 발신 장치를 심어두고, 현재 시험지의 봉투가 어디에 있는지 추적 할 수 있으며, 시험지 봉투가 정해진 시간 이전에 개봉이 되면 시험기관 본부의 컴퓨터에 신호가 오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대책을 실시하는 배경에는, 거의 매년, 시험 실시 하루 전에 학교에 배달된 시험지가 도난 또는 내부인의 소행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2003년에는 런던 남부 ‘아키비숖 랜프란스’ 라는 학교의 교사는 중등교육 졸업 시험 수학 문제지 네 장을 사전에 유출한 죄로 3 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며 교사자격은 박탈되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한 절도범이 학교에 배달되어 보관중인 대입 학력고사 수학과 화학 시험지를 훔쳐 인터넷에 올린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2006년 에덱셀이 학교에 배달한 시험지의 봉투는 62만 개였고, 그해 시험 개시 시간 이전에 봉투가 열린 사건은 70 건을 넘었다. 그리고 그해 전자제품을 이용하다가 발각된 부정행위의 학생 수는 1276 명이었다.

그리고 시험지에 육안으로 인식할 수 없는 글자를 새겨 넣음으로서 시험지를 복사하지 못하도록 예방책도 만들었다.

2002년 여름, OCR 이라는 시험기관에서는 대입 학력고사 답안지를 채점한 뒤에, 등급의 일률적 평가절하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 천 명의 수험생들이 재평가 해 달라는 압력을 넣었고, 그 뒷수습을 하느라고 대학에서는 신입생 선별작업이 늦어지고, 9월에 시작하는 입학식이 한 달 가량 늦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으로 당시 교육부 장관 에스텔 모리스씨는 장관직을 사임했다.

지금과 같이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만에 하나 그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2002년 사건’과 같은 대 혼란이 얼마든지 재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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