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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험 비용 증가로 혼란 늘어

매년 6월 300만명 시험…서술형 채점관만 3천명

영국의 교육부는 시험 채점비용을 줄이고자, 올해 처음으로 ‘Educational Test Service Europe’(ETS)라는 시험 실시 전문 대행업체에 위탁을 했다. 하지만 수천 명에 이르는 시험 채점관들과 ETS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성적처리 마감을 앞두고 혼란이 예기되고 있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영국 학생 학부모들은 온통 시험에 신경이 곤두선다. 영국은 2학년, 6학년, 9학년, 11학년, 13학년, 5개 학년 전국 일제고사 시험이 5월과 6월에 걸쳐 실시된다. 그 시험 대상 학생 수는 약 300만 명에 이르고, 채점해야 될 학생들의 답안지는 950만 장에 이른다. 이 답안지는 컴퓨터 채점이 아닌, 서술형 답안지이기에 수작업 채점에 동원되는 채점관의 인원수도 약 3천명에 이른다. 이 채점을 놓고 불거지는 문제들은 아주 다양하고, 해마다 불만을 수습하느라 정부로서는 아주 곤혹스럽다.

매년 유사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올해 시험 채점관들이 제기한 ‘시험 실시 기관과의 의사소통’ 문제는 예년과 다르다. 채점을 하다보면, 채점관 개인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이 수없이 생기고, 이러한 문제들은 즉각 상부 담당자와 논의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채널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TS에 아르바이트 시험 채점관으로 고용된 한 중등 영어교사는 “한 아이가 답안지에 ‘Fuck off(엿 먹어라)’라고 써 놨는데, 채점의 가이드라인에서는 한 개의 단어라도 기술이 되어 있으면 ‘0’점을 줄 수 없게 되어있다. 이런 것을 어떻게 해야 될지 이메일로서 문의를 했는데, 아직 일주일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다”며 의사소통 채널이 막혀있음에 갑갑해 한다.

이런 단순한 문제도 그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현재 영국의 평가시험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 즉 ‘비용’에 이르게 된다.

영국의 학교들은 ‘단위학교 책임경영체제’ 로 되어 있으며, 교육부에서는 ‘시험 응시료’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주는 예산은 없다. 교사는 ‘교육자’라는 입장에서 보면 가르치는 제자에게 한 명이라도 더, 한 과목이라도 더, 시험을 치르고 학력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서 졸업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또 한 편으로서는 쪼들리는 학교 살림에, 시험을 봐도 합격하지도 못할 정도의 학생이라면 은근히 시험 응시를 포기하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비용의 인상을 유발한 사유, ‘뜨거운 감자’는 교육부에 넘어갔으며, 교육부로서는 학교나 시험 실시기관에 추가예산 지원을 하기보다는 ‘효율성을 높여라’ 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라는 말은 간단하게 말하면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말이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그러한 ‘값 싼 방법’ 중의 하나가 컴퓨터 모니터에서의 스크린 터치식 문제출제와 채점이다. 이 문제출제와 채점은 현재 운전면허시험과 같은 것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나오자 시험실시기관들은 “그 방법은 어떤 단순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저한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하고자 할 때는 가능하지만, 학생들의 복잡한 학습 성취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부는 일단 상급학교 진학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6학년과 9학년 시험의 실시는 ETS라는 회사로 ‘용역 거래처’를 바꾸어 버린 것이다. ETS사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럽에 들어와서 현재 18개국에서 국가시험의 용역을 받아서 실시하고 있는 회사이다.

기존의 시험실시기관들에 아르바이트로 고용되어 채점을 하던 교사들은 이전 채점 방식에 몸이 굳어 있고, 새로 용역을 받은 ETS사는 채점 교사들에게 “당신들이 적당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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