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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교사는 바빠야 한다

3월 신학기에 교사는 바빠야 한다. 어떻게 학급을 경영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감동적인 구상들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 신상정보들을 파악하여 그들을 어떻게 훌륭한 인격체로 만들 것인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이제 다시 3월이다. 학교마다 입학식이 끝나고 활기찬 새 학기가 되었다. 입학식을 치른 아이들과 진급한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교사와 눈 맞춤하고, 교사도 아이들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새 학기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3월은 늘 그렇게 새로운 인연으로 출발한다.

어찌 보면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운명적이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우리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기대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우리 아이의 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 하며 아이를 챙겨 등교시킨다.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는 것은 역시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꽃봉오리가 도톰한 입술로 망울지는 3월은 이렇듯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러나 요즘 보듯이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기대 이상으로 우려를 하고 있다. 새롭게 만나는 학생들이 아무 문제없이 교사의 지도를 잘 따라 줄 것인가 걱정하는 것이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착한 아이들도 다수이지만, 개중에는 공부도 않고 말도 잘 안 듣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정으로부터 방치되어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이 학급에 끼어든다면 올 한 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학교폭력이다, 인권이다 하여 교사들을 힘들게 하더라도 사실 그런 아이들은 일부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의 신념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교사라면 그들을 보듬어 가슴에서 녹여내기 위한 배짱과 강단이 있어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대하듯 아이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처방을 내릴 줄 안다면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쉬운 길을 가고자 했다면 우리가 교단에 섰을까. 고군분투하여 결국 사람 하나 만드는 일이 교직이라는 건 애당초 우리가 각오했던 부분이다.

그래서 3월 신학기에 교사는 바빠야 한다. 어떻게 학급을 경영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선배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감동적인 구상들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 신상정보들을 파악하여 그들을 어떻게 훌륭한 인격체로 만들 것인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급훈은 또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고 교실 환경도 어떻게 꾸밀 것인가 디자인도 해야 한다. 자리 이동이나 청소 당번까지 세세하게 교육적인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가정환경도 파악하여 부모 이상의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가야 한다. 교사가 손가락이나 입술로만 아이들에게 지시한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더러는 엄격하게 더러는 부드럽게 아이들의 마음을 연주해야 한다. 마치 애인을 대하듯, 깜짝 선물도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생활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몰래 수업료를 대납해 주어도 좋다. 시험이 끝나면 가벼운 단합대회를 계획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쉽게 보여서는 안 된다. 나이가 젊은 교사라 하더라도 선생님은 선생님의 고유한 권위가 있어야 한다. 자칫 교사인지 친구인지 모호하게 대해서는 안 되고 자애로움과 고매함의 양면성을 지닌 스승이어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의 집으로 찾아가 이마를 만져주어야 하고, 아이가 잘못하면 스스로를 준엄하게 책망할 줄도 알아야 한다.

더러는 꽃동네와 같은 시설을 교사가 함께 찾아가 봉사하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가슴에 새겨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왜 우리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더불어 사는 삶이 왜 중요한 것인지, 올바른 가치관이 왜 필요한지 알게 해야 한다.

교사는 또 진로와 진학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추고 아이와 상담하여 특기 적성에 맞는 미래를 설계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생각이 단편적이다. 부모조차 진학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해주는 인생 설계사여야 한다.

철없는 아이와 시시콜콜 싸워야 하는 선생은 그래서 외로운 존재이다. 문득 훗날, 성인이 된 모습으로 아이가 찾아와 “그때 선생님을 만났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 한 마디가 우리의 면류관이다!

아, 이제 3월이다. 세상 모든 생명들이 엽록의 물을 길어 올리는 이 시절, 우리는 우리의 초록빛 꿈을 안고 묵묵히 우리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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