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엎드리는 학생이 있다. 슬쩍 다가가서 등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많이 피곤하니?” 쑥스럽게 얼굴을 든다. 깨우는 방식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짜증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물었다. “왜 엎드렸어?” “어젯밤에 늦게 잤어요.” “왜 늦게 잤는데?” “게임하느라….” “그랬구나. 왜 늦게까지 게임을 하게 되었을까?” “기분이 나빠서요. 기분 좀 좋아지라고….” “무슨 일 때문에 기분이 나빴는데?” “혼났거든요.” “왜 혼났는데?” “게임 많이 한다고….” 배움이 느린 학생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종종 꺼내는 일화다. 학생들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성인도 때로는 문제의 시작이 무엇인지, 변화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인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아직 어린 학생이니 오죽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물어봤다. “그럼 네가 수업시간에 엎드릴 때, 선생님이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음…. 깨워주셨으면 좋겠어요.” (“깨워달라고? 네가 엎드리지를 말아야지!”) 이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꾹 누르고 다시 물었다. “그래? 왜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도 깨우는 선생님은
싱아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선 풀일까 나무일까. 열매를 먹는 걸까, 잎이나 줄기를 먹는 걸까. ‘싱아’라는 말에서 시큼한 맛이 날 것 같긴 한데 어떤 맛이 날까.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초판을 낸 후 이 같은 궁금증이 많았는지 개정판 표지 다음에 싱아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여 놓았다.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m 정도로 줄기가 곧으며, 6~8월에 흰 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고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예전에는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일제 강점기, 해방 후 혼란기, 6·25 발발과 1·4후퇴에 걸쳐 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고 할 정도로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글이다. 작가가 고향 경기 개풍군 박적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은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세 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등 대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은 데다 무엇보다 대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떠나 밤새도록 200㎞를 달려온 미니버스는 캄캄한 마을 쥐로비치에 여행자를 토해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을에서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걸어야 할지, 당최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그냥 걸어가야 한다면 북극성을 따라가기라도 하겠지만, 오늘 밤은 이곳에서 자야 했다. 불빛이 보이는 나지막한 아파트를 향해 걸었다. 어둠 속에 걸어오는 사람이 있어 수도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지금은 수도원을 닫았으니 300m 정도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파란색 기차가 보일 거요.” 이 밤중에 파란색 기차는 어떻게 알아볼 것이며, 쥐로비치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마을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볼 심정으로 더듬거리며 두리번거릴 뿐. 그때 갑자기 번쩍 들어온 가로등 불빛 그리고 잠시 후 꺼졌다. “가로등 인심 한 번 각박한 동네군.” 멀리 희미한 조명을 등대 삼아 다시 걸었다. 비포장길을 걸을 때 신발이 내는 소리가 꽤나 요란했다. 그 소리에 동네 개들이 마구 짖기 시작했고 인기척에 공장 같은 곳에서 불이 켜졌다. 그때 아까 행인이 말한 파란기차가 보였다. 객차 두 칸이 숙소로 쓰이는 것 같았다. 여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수도원에 머물려고 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과 안전에 철저한 학교, 대면수업과 온라인학습 병행 등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내실 있는 학교, 교원학습공동체와 같은 교과협의회가 활발하고 행정과 담임업무를 분리, 교사들이 수업에만 전념하는 학교. K-에듀의 모범답안이 있다면 꼭 들어맞는 학교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구암중학교. 한마디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마다 빈 교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곳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학급수가 늘어나고 교실마다 학생들이 빽빽하다. 학생 수만 1,200여 명. 과대학교에 과밀학급이다. 교육여건이 좋다고 할 수 없는데도 학생들이 몰려온다. 지난 2019년 신입생은 그해 졸업생보다 100명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신입생이 40명가량 넘쳤다. 찾아오는 학생들을 막을 재간이 없는 학교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뿐 아니다. 교사들 역시 너도나도 근무를 지원한다. 전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선호학교로 지정됐다. 코로나19 대응 철저... 학부모들 “학교를 믿는다” 서울 관악구 고갯마루에 위치한 구암중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첫 번째 키워드는 안전이다. 지난해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학교교육활동
지난 해부터 지속된 여러 공직자 자녀의 대학입시, 논문 출간 등과 관련된 문제들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교육에 있어서 공정성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미 대학을 졸업한 일반인들에게까지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교육의 공정성은 주로 대학입시 문제와 함께 다루어진다. 공직자 자녀들의 대학 입학을 위한 스펙 만들기 역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창의적체험활동)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이 공정성을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대학입시라는 점을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학교교육과정과 교육의 공정성은 그리 상관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45년 교수요목기 이래 국가 주도로 개발된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실천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1997년 7차 교육과정 이후부터 교육과정에 대한 의사결정의 분권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가교육과정의 영향력을 학교현장에서 무시하기는 어렵다. 또한 교육과정정책(예: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등 학교교육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역시 국가의 주도로 도입되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
필자는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4학년 1학기 수학 1단원에서 아이들은 억·조 단위의 큰 수를 배운다. 단원평가에서 ‘1억이 들어간 문장을 만드시오’라는 문제가 있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적었다.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 세상에! 이마를 탁 쳤다. ‘무슨 애가 이런 되바라진 말을 써?’가 아니라 ‘이렇게 똑똑할 수가!’하고 감탄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엄마가 집값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걸까? “1억 가지고 좋은 집 못 사”라고 아이에게 직접 말하는 부모 모습이 상상됐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발령받았던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문장을 아이가 썼다면 ‘애가 벌써부터’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제공한 ‘전국 평균 아파트값 추이’ 그래프에 따르면 2010년 5억 4천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2021년에는 10억 9천만 원까지 올라갔다. 집값이 5억 원 넘게 오르는 동안 내 월급은? 벼락부자와 벼락거지 벼락부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벼락거지는 별안간에 생겼다. 벼락거지는 소득에는 변화가 크게 없는데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말하는 신조어다. 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는 단어들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집단면역’, ‘코호트 격리’란 용어는 과거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나 사용했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2018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후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사용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의 의미 성인지 감수성은 영어로 ‘gender sensitivity’인데 과거에는 성별 감수성 혹은 젠더 감수성이라고 하였는데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성인지 감수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인지 감수성이란 무엇일까? 아직까지 통일된 해석은 없으나 ‘일상생활 속에서 성별에 대한 차별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 ‘성별의 불균형에 따른 유·불리함을 잡아내는 것’, ‘성폭력·성희롱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 등으로 이해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2018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초로 판결문에 등장하였다. 성희롱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근무한다. 일반행정직도 있고, 시설직·전산직·사서직도 있으며, 공무직과 교육전문직도 있다. 그렇지만 보건복지부의 경우 보건 및 복지 전문가가 중요하고, 대학은 대학교수가 가장 중요한 것과 같이,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교육청에서는 장학사·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이 가장 중요하다. 중요 정책방향이나 규정은 중앙정부로부터 나오지만, 교육전문직이 어떠한 능력과 태도를 갖고 정책과 행정에 임하느냐에 따라, 교육기관에 미치는 여파와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장학사·장학관 역량 배양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전문직은 크게 장학사(연구사)와 장학관(연구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학사로서 필요한 역할·능력에 대한 인식은 많이 연구되어 있으나, 장학관 특히 팀장급 장학관이 가져야 하는 역량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교육청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도교육청 팀장과 교육지원청 과장급이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기술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역량(Competency)은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행동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크게 두 가지 핵심요인 즉, 능력(ab
마흔 무렵의 일이다. 불혹(不惑)에 들던 때이니,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함에도 기억은 생생하고 부끄러움은 선명하다. 나는 그때 교직(1974~1978)을 떠나, 연구소로 옮겨온 지 11년째 되던 해였다. 그러니까 내 자의식 속에 ‘선생으로서의 정체성’은 좀 희미해진 때였다. 그해 입동 무렵 어느 날, 절친한 고향 친구 S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병석에 오래 계셨던 어른이시다. 빈소는 경기도 포천 이동(二東)이다. 고인이 사시던 집에서 조문받고 장례를 모신다고 한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는 일은 드물었다. 대개는 집에서 장례를 모셨다. 오후 6시, 서둘러 퇴근하여, 사당동 어디쯤서 빈소에 갈 친구 몇몇이 모였다. 누군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간단히 저녁 요기하고 오후 7시가 넘어 출발한다. 어두운 지방도로, 길을 물어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는다. 빈소에 조문하고, 이쪽 방으로 건너오니, 오래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이 한 방 가득 우르르 몰려 있다. 함께 섞여 앉으니 오랜만의 추억담으로 질박한 언어들이 오간다. 고향 친구, 허물없는 사이 아닌가. 문상객을 위해 술이 들어오고 밥이 들어오고, 그 술과 밥 위로 오래
나를 표현하는 문서,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즉, 이력서는 자신의 과거 행적을 요식화하여 기록한 문서이다. 지원자가 과거에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보여주는 서류인 셈이다. 교육전문직 전형에 응시할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는 각 시·도교육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응시원서를 제출할 때 개인정보와 소속·연구실적·가산점 등 전형방법상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여 서류전형이 먼저 진행되는 교육청도 있고, 1차 시험에서 선발인원의 일정비율 인원이 합격 후 해당 응시자에게 2차 전형 전 자기소개 자료를 요구하는 교육청도 있다. 또한 자기소개 자료를 1차 전형 후에 제출한다고 해도 면접전형 점수에 포함되지 않는 교육청도 있다. 어떤 교육청은 심층면접 시 제출한 자기소개 자료를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직접 하고,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는 일정한 틀이나 형식을 요구하지는 않으나, 항목은 구별하도록 예시가 되어 있고, 자신의 이력을 어떻게 세분화하여 작성하느냐에 꽤 많은 생각과 시간을 요구 받는다. 가.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은 ◦ ‘나는’으로 시작되는 문장이 중복되는 문구(80.2%) ◦ ‘우등생, 반장, 1등’(71.4%) ◦ ‘엄격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