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Real love 로봇으로 태어난 데이빗은 불치병으로 냉동실에 있는 친아들을 대신하기 위해 모니카에게 입양됩니다. 모니카는 이미 프로그램된 데이빗의 내장형 칩에, 각인을 합니다. 이 각인에 의해 데이비드는 모니카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각인된 프로그램은 '사랑 받기'를 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Let it be 친아들이 돌아옵니다. 자신과 다르게 대우받는 아들을 보며 데이빗은 아들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답습하려 노력합니다. 모니카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사랑을 얻을 수 있을거라 말하는 아들에게 데이빗은 “난 그렇게 하
1. '진주만'에 대한 기억 '미국과 영국을 쳐라'/하옵신 대조(大詔)를 내리시다/12월 8일 해뜰 때/빛나는 쇼와 16년/하와이 진주만에/적악을 때리는 황군의 첫 벽력/웨스트버지니아와 오클라호마/태평양 미함대 부서지다/이어서 치는 남양(南洋)의 해공육/프린스오브웨일즈 영함대 기함/앵글로의 죄악과 운명을 안고/구안탄 바다 깊이 스러져 버리다/아시아의 성역은 원래/천손(天孫)민족이 번영할 기업/앵글로의 발에 더럽힌 지 2백년/우리 임금 이제 광복을 선하시다 香山光郞이란 '일본신민'이 1942년 1월에 쓴 '진주만' 찬양 시입니다. 香山光郞은 1945년 이후 '춘원 이광수'라 불렸던 사람입니다. 松村紘一도 '기명하라, 12월 8일'이란 진주만 기습 찬가를 지었습니다. 그는 또 누구냐고요. '불놀이'란 시로 잘 알려진 '주요한'이랍니다. '사슴'의 여류시인 노천명도 진주만에서 전사한 일본군인 9명(소위 9군신)을 찬양한 '흰 비둘기를 날려라'를 쓰며 당시 조선인들에게 성스러운 황군의 전장으로 어서 나가라고 선동했었지요. 2. 영화 '진주만' '진주만'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1970년 미·일합작으로 만들어진 '도라 도라 도라'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미국의 20세기
"우리, 다시 시작하자" 제가 기억하는 영화 속 가장 슬픈 대사 중 하나는 "다시 시작하자"입니다. 장국영과 양조위(해피투게더)의 서로 생채기만 내던 사랑에서 비롯되었던 그 말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제 삶의 언저리를 돌았습니다. 슬픔의 이유는 물론 '다시 시작할 수 없음'으로 인한 것이었지요. 세상이 버렸던 남자, 강재가 파이란을 만나러 가는 그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마치 마취에서 깨어나듯 파이란의 절절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게되자 힘이 들었어요" 스물 두 살 처녀의 수줍은,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편지는 마치 깨진 유리 파편처럼 강재의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그의 답장은 그래서 피를 토하는 듯한 오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지상에서 그에게 유일하게 허락되었던 사랑을 허망하게 보낸 그는 거의 폐기처분 직전에 자신의 삶에 눈을 뜨게 되지요. 파이란의 사랑이 강재에게 '개안(開眼)'의 아픈 깨달음을 준 것이지요. 살아가다가 보면 가끔 나란 존재가 이 세상에 덩그마니 던져진 작은 돌덩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삶에 실망하고 고통을 느낄 때조차 이런 나를 이해하며, 나를 위해 기도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당장 얼굴부터 찌푸려지시나요. 잊을 만하면 한번씩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하는 우리네 사회지도층은 갖가지 범죄와 파렴치 행위를 선도하는 음지(陰地)의 리더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지도층’의 미덕은 그들이 가진 부(富)를, 정신 자산을, 인품과 양식(良識)을 앞장서 나누고 베풀고 보듬는 데 있겠지요. 진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다하는 사람, 여기 그런 씨앗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김충용(60) 청기와예식장회장은 서울 성서초등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이다. 물론 모교도 아니고 손자가 재학중인 것도 아니다. 단지 지역주민 자격으로 참여해 6년째 봉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냥 돈 쓰는 자리"라며 웃지만 운영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정확하게 돈, 시간, 관심을 모두 쏟아야 하는 자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김 회장은 96년 학운위에 참여하면서 학교담장 벽화 그리기 작업부터 시작했다. 페인트를 사고 학부모들과 함께 한여름 땡볕아래서 우중충한 회색 담벼락에 동화를 그렸다. 학교가 지역주민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장도 만
붕괴되어가고 있는 우리교육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한국교총은 한국교육의 새 희망을 찾기 위한 2001 기획토론회를 마련한다. 14일 오후2시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는 그 첫 번째 토론회의 주제는 '위기의 교사, 새로운 도전과 희망'. 교육주체인 교사의 위기극복 방안은 무엇일까. 기조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 한국교육의 새 희망을 찾아서(김인회 연세대 교수) 미국은 1983년에 자국의 운명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그 위기의 원인을 바로 미국의 공교육 부실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 보고서를 보면서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너나 없이 떠들어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개혁 정책의 특징은 손을 대는 만큼 교육현장은 붕괴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교육개혁 정책과 다른 특징이다. 원인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다. 미국의 교육개혁 정책은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개혁의 목표로 설정한 다음,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 수립 및 추진과정에서 연방정부가 획일적 독점권력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이른바 유인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 교육의 장점은 교육현장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다. 우리는 지
졸업시즌입니다. 졸업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설렘'이 어리는 이유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또 다른 시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요즘 대학원을 다니는 선생님들이 정말 많아졌더군요. 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 없는 시간 쪼개가며 애쓰시는 당신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2월에 학위를 취득하시는 모든 선생님들! 정말 축하드립니다. #청춘스케치 Reality Bites 감독 : 벤 스틸러 / 주연 :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벤 스틸러 MTV 세대 초창기, 소위 X세대로 불리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인상적인(?) 대학 졸업식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콜라처럼 톡 쏘는 연애담으로 이어지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일상들을 담아낸다.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 벤 스틸러의 삼각 구도와 멋진 OST만으로도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작품. 레이나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 청운의 꿈을 안고 텍사스 TV 방송국에 입사하지만 고지식한 프로그램 진행자와의 갈등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의 연인이자 가수지망생인 트로이 역시 실직상태로 그녀의 아파트에 얹혀 사는 신세. 이들 사이에 방송국 부사장이 끼어 든다. #
프로이드가 평생 고민하고도 알 수 없었다고 했던 여자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그 남자는 정말 행운아일까. '왓 위민 원트' 는 ‘어쩔 수 없이’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생마초 남성의 회개기와도 같은 영화다.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는 바람둥이 닉 마샬(멜 깁슨)은 욕조 안에서 전기에 감전된 뒤 여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는 여성들의 진심을 귀로 들으면서 ‘찬사’와 ‘흠모’라고 착각했던 부하 여성들의 눈길이 사실은 상사에 대한 형식적 예절과 가면을 쓴 경멸이라는 걸 깨닫는다. 또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깔보았던 상사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에게 진정한 동료애를 느끼게 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속물적이고 남성우월주의자인 한 남성의 개과천선 과정을 따라가지만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은 닉 마샬이 아니라 오히려 달시 맥과이어였다. 탄탄대로인 닉의 앞길을 막으며 상사로 부임한 달시는 여지껏 헐리우드 영화가 그려온 전문직 여성의 모습에서 진일보했다는 면에서 닉보다 신선한(?) 인물이다. “성공할수록 실패자가 되는 것 같았어요.” 달시가 털어놓는(물론 마음속에서지만) 이 대사는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 속 콧대높은 젊
설 잘 쇠셨어요. 신사(辛巳)년 뱀의 해는 진정한 새 천년의 시작이지요. 뱀은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앞만 보고 전진할 뿐이라나요. 기민하고 슬기롭게 상황판단을 잘하는 뱀처럼 새해에도, 아니 새 천년에도 선생님들 모두 자기 발전과 혁신하시길 기원하면서….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길다란 몸뚱이, 소리 없이 발밑을 스슥하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 촉감, 미끈하고 축축할 것 같은 피부, 무서운 독을 품은 채 허공을 날름거리는 길다란 혀, 사람을 노려보는 듯한 차가운 눈초리. 게다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한 교활함까지…. 하지만 뱀에 대한 이런 지나친 혐오는 그만큼 관심이 깊음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 겨울잠을 자는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때문에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불사 재생 영생의 상징인 동시에 무덤의 수호신, 지신으로 인식되어 왔다.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다산성은 풍요 재물 가복의 신이며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지혜와 예언 능력, 끈질긴 생명력과 짝사랑의 화신으로 문화적 변신을 하게 된다. 뱀은 지혜롭고 상황 판단을 잘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의 뱀은 지혜의 신, 아테네의 상징물이며 후일 논리학의 상징이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접고 집짓기를 하기 위해 학원에 가야만 할까. 전문적인 미술가 교육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미술교육을 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에 문을 연 '화랑닷컴(www.farrang.com)’이 그 열쇠를 제공한다. 이 곳에서는 3~12세 아이들이 마우스를 이용해 점과 도형, 대칭 등의 의미를 익히며 구성과 색감놀이를 하고 원시시대의 벽화와 그리스시대의 성당건축을 보며 미술사를 접할 수 있다. 햇빛과 점을 기본으로 삼았던 19세기 인상주의 미술에 대한 이해도 넓혀갈 수 있고 피카소를 비롯한 미술대가들의 작품세계도 작품과 함께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 ‘두 그림의 다른 점 찾기’처럼 그림의 기법과 표현을 집중해야만 풀 수 있는 게임, 그림카드 만들어보기 등도 마련돼 있으며 부모들을 위해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미술·음악 등 문화공연 일정과 박물관 등의 정보도 담겨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국내외 어린이들의 그림 1000 여 점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되는 갤러리. 아이들이 전문가의 그림 평을 보며 그림에 대한 독자적인 생각을 키워갈 수 있다. 그밖에 유료회원을 위해 자신의 그림을 올릴 수 있는 개인갤러리를 마련, 1년 간 10 여
옛 친구를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편하게 말을 놓을 수 있는 건 10년, 20년 전 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올 연말엔 유난히 동창회 모임이 많아 보인다. 인터넷의 보편화와 옛날이 그리울 만큼 팍팍한 현실 탓인 모양이다. 앨범 속 그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알아보기는 할까... 영화 속 동창회에서도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당신의 동창회와 얼마나 닮았는지, 혹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시길. # 페기 수 결혼하다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캐서린 터너 / 1999년 니콜라스 케이지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창회 소재 영화. 니콜라스뿐만 아니라 짐 캐리, 헬렌 헌트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코믹 드라마로 오랜 기간동안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아 온 작품. 콜럼비아 75주년 기념으로 재출시 되기도 했다. 영화는 동창회를 통해 유발될 수 있는 복잡다단한 심정을 폭로한다. 이혼 위기에 놓인 43세의 페기 수는 고교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동창회 퀸으로 선발된다. 꼭 끼는 고교 시절의 드레스와 들뜬 기분, 게다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한 편의 영화는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잔영은 한동안 입가의 미소로 머무르기도 하고, 때론 옆자리 사람을 향한 따뜻한 눈웃음으로 변하기도 하지요. 아침 저녁 서늘한 가을바람을 귓가로 흘리며, 뽀송한 스웨터 깃을 여민 채 보는 한 편의 영화는 이 가을 당신의 영혼을 한층 성숙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가을은 단연 프랑스 영화의 계절입니다. 보도 위를 구르는 낙엽도 그렇고, 길가의 스피커에서 울리는 샹송도 그렇지요. 지루하리라는 지레짐작으로 놓쳤던 프랑스 걸작을 이 번 가을엔 한 번 감상해 보세요. 반전영화인 르네 끌레망의 ‘금지된 장난', 까뜨린느 드느브 주연의 ‘쉘브루의 우산', 세련된 바이올린의 선율이 기억나는 '금지된 사랑', 그리고 고전 ‘남과 여', 비극이어서 더욱 잊을 수 없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상시 ‘녹색광선', 웅장한 클래식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아침' 등이 당신의 선입견을 날려 드릴 테니까요. 최근작을 원한다면 다니엘 오떼이유 주연의 '걸 온더 브릿지'를 권합니다. 칼잡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프랑스 영화 특유의 슬픔이 잘 묻어나는 작품이랍니다. 낭만적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다면
통일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요즘 남북한 중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인물을 비교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경남대에서 논문 '남북한 중등학교 국사교과서 등장인물의 비교연구'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선규 교사(경남 진해고)가 그 주인공. 김교사는 남한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와 북한 고등중학교의 "조선력사" 등 3종류의 남북한 국사교과서를 대상으로 등장 인물의 유형과 빈도, 공통 등장 인물과 한쪽 등장 인물의 정도, 그리고 공통 등장 인물에 대한 설명과 평가의 일치 여부 등을 비교·분석했다. 연구결과 가장 큰 특징은 남북한 교과서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133명으로 전체 735명의 1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한이 인물을 보는 시각차가 매우 큼을 반영하는 것으로 남한교과서에는 학자 문인 국왕 왕족 정치가 군인을 비롯 등장유형이 다양한 반면 북한은 정치가 군인과 피지배층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봉건 반외세 활동을 한 인물들을 부각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한의 교과서에는 북한 교과서에 전혀 언급이 없는 문무왕, 진흥왕, 진덕여왕 등 고대 왕이나 왕족이 43명 등장하는 반면 북한 교과서에는 설죽화, 관수, 김보
건달은 어쩌다 건달이 됐을까.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다가 사소한 싸움이 자존심을 건드려 시비가 벌어져 우발적 사고를 치면 `그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형사는 어떨까. 때로 자신이 건달인지 경찰인지 헷갈릴 때가 있지만 아쉬운 소리 안듣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안전한 공무원인 만큼 별 불만은 없다. 그렇게 그렇고 그런 깡패와 형사가 지하주차장에서 만나 쓰러질 때까지 혈투를 벌인다. 류승완 각본·감독·주연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고교시절 패싸움을 벌이다가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깡패와 경찰로 운명이 갈린 두 친구의 삶을 4편의 단편으로 엮은 이 영화는 정말 독특하다. 독립영화지만 재미는 상업영화 못지 않고 액션영화지만 코믹과 공포도 섞여있다. 당구장 주인의 냉소적 발언과 고교생 패싸움을 현란하게 갈마들며 편집한 1부, 전과자에 대한 냉대와 살인에 대한 악몽을 몇 개의 선명한 이미지로 표현한 2부, 형사와 깡패의 격투사이에 당사자의 인터뷰 내용을 유사 다큐멘터리로 녹여 넣은 3부, 뛰어난 사실감으로 대파국을 그려낸 4부는 제각기 `따로'이지만 `또 같이' 어우러지면서 묵직한 주제를 펼쳐낸다. 철저히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분노와 폭력, 그리고 좌절
`어린왕자'의 사랑이 경진학교 학생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4일 오전 10시 경기 일산소재 경진학교 체육관. 극단 수레무대(대표 김태용)의 연극 `어린왕자'가 시작되자 280여 정서장애 학생들은 신기한 듯 무대를 쳐다보았다. 이 번 공연을 위해 새로 제작된 세트, 아이들과 호흡을 일치시키기 위해 무대적응 리허설도 꼼꼼하게 한 때문일까.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어린왕자 인형의 동작,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몸짓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본지 2000호와 생텍쥐페리 탄생 100년을 축하를 위해 기획된 `어린왕자가 학교를 찾아갑니다'는 이렇게 그 막이 올랐다. 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아이들은 배우의 동작을 흉내내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부르기도 하면서 연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집중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1시간 남짓의 공연이 길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상상외의 집중력을 보여줘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어린왕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공연이 끝나자 배우에게 몰려가 사인을 부탁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오랫동안 공연장을 뜨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비행사역의
한국교총은 회원들의 현장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테마여행을 마련했다. 7월19일부터 13박14일 일정으로 첫 탐방 길에 오르는 유럽문화 테마 체험을 직접 기획한 권동훈(40) 서울양정고 교사를 만났다. - 유럽문화체험 여행을 기획한 동기는. "90년부터 유럽만 10여 차례 이상 다녔다. 학생과 동료교사, 동호회 등을 인솔해 여행을 하면서 보다 많은 교사에게 질높은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 이번 여행의 특징은. "음악, 미술 등 교양프로그램 중심으로 구성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에서의 오페라 '아레나' 감상을 비롯 일반 여행상품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 6개국의 특징있는 중소도시 미술관 방문 등 독특한 문화체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항공권, 숙식을 비롯 모든 예약을 직접 한다는데. "여행사나 가이드를 거치지 않음으로서 많은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절약된 비용만큼 회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알차게 프로그램을 조절할 계획이다. 교사들의 참여가 늘어 정보가 축적되면 과목별 테마여행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여행에 대한 지론이 있다면. "여행은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과 하느냐도 무시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