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학생의 장기 결석률이 점점 상승하더니 점차 초등학생의 장기 결석률도 상승세로 바뀌었다고 한다. 학생이 등교를 거부하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등교하지 않는 아이의 수가 급증하고 그들에게서 공통적 요인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신조어가 등장했다. ‘등교 거부’가 아니라 ‘부등교(不登校)’라는 보다 객관적인 표현을 사용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불편을 ‘위기’로 오해하는 부모 최근 일본에서는 수학여행 중 아이가 “재미없다”고 부모에게 전화하자,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항의 전화를 걸어 조치를 요구한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한다. 자녀에게는 어떠한 불편감도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극성이라고 하기엔 왠지 씁쓸하다. 어쩌면 아이가 재미없음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보다 부모의 불안이 더 큰 문제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우관계가 불편해진 초등학생 아이가 학교에 대한 반감을 표시하자, 홈스쿨링을 하면서 대안학교 정보를 찾는 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학교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필요성이 자녀의 불편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다. 최근 자녀가 교우
2025-11-27 14:46
학생들은 매일 뉴스와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접하는 ‘뉴스’는 더 이상 종이 신문이나 TV 저녁 종합뉴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털의 요약 알림, 유튜브 속 1분 뉴스, 인플루언서가 전달하는 ‘해석된 시사’, 틱톡의 재편집 영상까지 모두가 뉴스처럼 소비된다. 정보의 형식은 다양해졌지만, 진실성, 의도, 맥락은 제각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뉴스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사를 읽고 이해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발화 주체의 관점과 의도를 분석하며, 정보가 구성되는 방식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다. 특히 ‘팩트와 의견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고, ‘출처와 맥락을 의심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것은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시민 역량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접하는 정보 중 상당수가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기 어렵도록 배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허위 정보나 왜곡된 설명은 감정적 어조나 자극적인 이미지와 결합하며 믿음을 강화한다. 이를 단순히 “가짜 뉴스에 속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교실서의 뉴스 교육은 지식 주입이 아니라, 사고의 작동 방
2025-11-27 14:46
지난 10월 경주에서 개최된 APEC에 맞춰 우리 학교 경제탐험대 동아리는 ‘2025 Youth APEC’ 활동을 진행했다. 2025 Youth APEC은 청소년들이 각 나라의 대표단이 돼 자국의 경제, 정치, 사회 상황을 설명하고, 역내 국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협력과 상생의 의견을 발표하는 국제회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국제 감각 키운 Youth APEC 회의에서 싱가포르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싱가포르가 도시국가이자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혼합된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라는 점, 그리고 1인당 GDP가 세계 5위에 이를 만큼 높은 경제력을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또한 한국과 싱가포르 간 교역 구조를 분석하면서, 한국은 반도체나 정밀 가공 제품을 주로 수출하고, 싱가포르는 정제된 원유나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는 등 양국의 산업 구조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임을 확인했다. 다른 나라 대표단의 발표도 인상 깊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페루였다.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2011년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했으며,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유지해 1인당 GDP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2025-11-24 09:10
지난 14일 오전 10시, 춘천지방법원에서는 2022년 11월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사건 항소심 선고가 내려졌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학생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서도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심정으로 많은 교육 관계자가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유죄’ 선고에 탄식 나와 판결 결과는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였다. 결국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법정에 울려 퍼진 선고 결과는 안타까움과 절망의 한숨으로 번졌다. ‘이제 누가 감히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수십 명의 학생을 데리고 현장을 누비며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라는 기대는, 교육 현실을 모르는 이들의 요구다. 아무리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매뉴얼을 따르더라도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유죄 판결로 그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교사는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인솔교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과실’인지를 다루는 것이었다. 법원이 말하는 ‘주의’란 과연 어디까지인가? 도대체 얼마나 뒤돌아보기를 자주 해야…
2025-11-24 09:10“그래봤자 고작 몇십이잖아요?” 지난 칼럼에서 블로그가 돈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떤 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고작’이라는 말에 긁힐 뻔했지만 반박하기 힘들었다. 사실이니까. “심지어 블로그는 노동소득이잖아요?” 맞는 말이었다. 교사는 공무원이다. 블로그로 자본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다. 소위 말하는 ‘자동 사냥’을 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블로거는 땀을 흘려야 한다. 허리가 부서지도록 집필하든지, 목이 터지도록 강의하든지 말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얼마나 벌까? 우리는 다 안다. 그걸로 재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요즘처럼 주식 시장이 좋으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주식만 해도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고, 코스피 지수에만 투자해도 돈이 복사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힘들게 글 쓸 이유가 무엇이겠나. 하지만 필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블로그, 생각보다 돈 된다. 그 이유는 바로 ‘기록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내공은 ‘기록력’ 필자의 주력 분야는 부동산이다. 부동산 세계에서는 누구나 세금과 대출 정책을 주시한다. 그런데 2025년 10월 15일에 엄청난 대책이 하나 나왔다. 이걸로 누군가는 세금을 수천만 원, 수억 원 더 내야…
2025-11-20 11:56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끝났다. 수능을 두고 이런 이야기도 한다. 고3이 주연하고 전국민이 조연하는 초특급 울트라 스펙타클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말이다. 특히 듣기평가를 보는 시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도 멈추는 것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경적소리 울리는 것도 자제하도록 한다. 문제는 시험 이후다. 학생들의 누적된 스트레스와 긴장이 풀어지면서 학교생활과 생활지도를 하는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교사는 교내외 학생 생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교내외 생활지도 계획 수립 매년 수능이 끝나면 학교 밖에서 각종 사안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기분에 일탈행동을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번화가나 골목을 선생님들이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각종 사안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들의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생활방식을 점검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3의 경우 2월 말까지는 학생 신분임을 잊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 졸업식을 12월이나 1월 중에 한다고 하더라도 2월 말까지는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돼 처리될 수도 있다. 수능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주
2025-11-20 11:55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디지털 시민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디지털 시민성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감 있고 안전하며 윤리적인 태도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AI시대 더 중요해진 능력 디지털 시민성이 오늘날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우선 사이버 폭력이나 허위 정보 유출, 개인 정보 침해, 저작권 위반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최근 3개년 동안 사이버 폭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둘째,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를 분별하며, 타인과 더불어 협력적으로 소통하는 민주시민을 길러낼 필요가 있어서다. 2024년 정보통신부 설문조사에서 국민 39%가 가짜뉴스를 접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 중 42%가 가짜뉴스를 판별하지 못한다. 민주시민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의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바르고 정확한 뉴스의 전달자 역할을 한다. 셋째, 책임감 있는 정보 생산자를 육성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되지 않
2025-11-17 09:10
OECD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교수학습조사(TALIS) 2024’ 결과는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현주소를 명확히 드러냈다. 조사에 따르면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10%를 넘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비율은 2%. OECD 평균(46%)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일반학교 현장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애학생이 가능한 비장애학생과 같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소제한환경’ 원리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소제한환경’ 원리 정착 필요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은 여전히 ‘물리적 통합’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건물 안에 있다고 해서 진정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통합은 단순한 공간의 공유가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과정적 통합’으로 나아갈 때 가능하다. 현재는 통합교육이 일반교사 주도가 아닌 특수교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통합학급 수업은 일반교사가 담당하지만, 현실에서는 특수교사가 수업 지원과 조정 역할까지 함께 맡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사가 모든 학급의 교육과정적 수정이나 교수 전략까지 세밀하게 지원하기에는 업무 범위와 시간의 한계가 크다. 실제…
2025-11-17 09:10
“질문 있나요?”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치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두렵다. 엉뚱한 걸 물었다가 웃음거리가 되거나 선생님이 “그건 이미 배웠잖아” 하실까 봐 망설인다. 질문은 탐구의 시작이자 생각을 여는 열쇠지만 두려움이 앞서면 아무리 좋은 수업도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놀이 기반 질문 수업, ‘까바놀이’와 ‘까만놀이’다. 놀이라는 형식을 통해 질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자연스럽게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까’로 바꾸는 놀이 놀이 기반 질문 수업의 첫 단계는 까바놀이다. 평서문을 의문문으로 바꾸는, 말 그대로 ‘까’로 바꾸는 놀이다. 예를 들어 A학생이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B학생은 “여우는 스프를 먹습니까?”로 바꾼다. 이번에는 B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다”라고 하면, A학생이 “두루미는 화가 났습니까?”로 바꾼다. 이처럼 서로 번갈아 문장을 바꾸는 간단한 놀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까바놀이는 상대의 말이 틀렸더라도 그대로 받아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규칙이다.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고, 그
2025-11-13 11:27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권보호 5법이 제정됐지만, 현직 교사들은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교권 추락은 단순히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다. 이에 현직 교사로서 그 원인을 살피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교권 회복’이 출발점 먼저 교권 추락 원인은 교사-학생 간 신뢰 약화, 과도한 사교육 및 선행학습 과열, 학부모의 무분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남용 등을 들 수 있다. 이 문제의 공통점은 ‘상호 존중과 신뢰의 부재’다. 교권 회복은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전체가 서로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하는 문화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가 먼저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지도방식에서 탈피해야만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과거에는 과밀학급에 교사 중심의 지식 전달 수업이 주를 이루다 보니 수직적인 분위기의 지도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학습자 중심의 수평적인 분위기를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더 이상 통제와 명령의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배우는 동반자로서 다가가야 한다. 교사들
2025-11-10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