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말씀들 중에 일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말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문구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내 오른편 뺨을 친다면 나도 반사적으로 상대방의 뺨을 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왼편 뺨도 돌려대라니 ‘참아도 너무 참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인내심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당서(唐書)의 ‘누사덕전(婁師德傳)’에 보면 당나라에서 존경 받는 사부였던 종인(宗仁) 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종인 선생이 하루는 제자들에게 참는 일에 관해 가르쳤다. 그러자 한 제자가 물었다.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곧 닦아야 합니까?’ 종인 선생이 대답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침을 곧 닦으면 화를 내는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침이 얼굴에서 저절로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얼굴의 침이 저절로 마르도록 하라는 의미의 문구가 사자성어로 ‘타면자건(唾面自乾)’이다. 침뱉음을 당하는 일은 어쩌면 뺨을 맞는 것보다 더 모욕적인데, 그것까지 참으라니. 종인 선생도 예수 못지않게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그런데 침 뱉음을 당했으면서도 침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은 침을 뱉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효과도 있다. 과연 상대방이 침 뱉음을 당할 만큼 못된 짓을 했는가,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지나치게 반응한 것은 아닌가, 저렇게 묵묵히 참는 상대방인데 더 이상 화를 낼 필요가 있는가. 침을 뱉은 사람이 이렇게 자기를 돌아봄으로써 화를 누그러뜨리고 침 뱉은 일에 대해 사과를 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폭력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전에는 학생들 사이의 폭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즈음은 교사와 학생 간의 폭력 문제도 종종 언급된다. 심지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례도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감히 밟지 않는다’는 옛 예절을 들먹이는 것은 이젠 시대착오적인 발언으로 치부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이 먼저 ‘타면자건’의 자세를 취한다면 심각한 사태로 발전되지 않을 사례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대개 모욕적인 말들을 주고받는 끝에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는 것은 침 뱉음 당하는 일만큼이나 수치스럽고 견디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때 마치 얼굴의 침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타면자건’의 자세로, 맞받아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있으면 모욕적인 말을 쏟아낸 사람이 어느새 조금씩 어투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보게 된다. 격해졌던 마음이 어느 정도 화가 풀려 마음의 균형을 되찾으려고 내심 신경을 쓸 것이고, 교사의 인내가 학생을 돌아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 이쪽에서 정상참작이 될 만한 사안을 예시하며 변명도 하고 사과하면 상대방도 대부분 누그러지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악에 받쳐 모욕적인 말들을 마구 쏟아낸 일에 대해 사과까지 할지도 모른다. ‘타면자건’은 상대방의 분노를 마르게 하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