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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성’ 보다는 ‘원만성’을 추구하라

어떤 농부가 좋은 씨를 자기 밭에 뿌려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농부가 자고 있는 동안에 농부의 원수가 몰래 밭으로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 씨를 덧뿌리고 갔다. 싹이 나고 결실할 무렵 가라지도 제법 자라났다. 집주인의 종들이 와서 가라지를 발견하고 ‘우리가 가서 가라지들을 뽑기를 원하십니까?’라고 주인에게 물었다. 종들은 분부만 내리면 얼른 달려가서 가라지들을 왕창 뽑아낼 기세였다. 그런데 주인은 ‘가만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된다.’는 예상외의 대답을 했다. 추수 때까지 기다렸다가 곡식과 가라지를 갈라내자는 뜻이었다. 위의 예화는 예수가 말한 천국 비유 중 하나이다.


이 비유가 어디 천국에만 해당하겠는가. 우리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영역에서도 가라지 같은 존재들을 뽑아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가라! 이 가라지야!’ 하고 속으로 수도 없이 외친다. 그런 가라지들만 뽑아내면 나의 영역이 훨씬 안정되고 평온해질 거라 기대한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가라지들에 더욱 예민하여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비난과 험담에 빠르고 말들이 칼날처럼 표독스럽기 일쑤이다. 기어이 가라지를 뽑아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완벽주의는 결국 인간관계와 사회관계들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완벽주의는 부부관계를 파괴하고 동료관계를 파괴하고 사제관계를 파괴한다.

정신의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완벽주의자, 즉 완전성을 추구하다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치료했다.

어떤 귀부인이 조금만 눈에 거슬려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정신질환까지 얻게 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그 부인은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뺨을 때리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자기가 볼 때 그 의사들이 성심성의껏 치료하지 않고 있다고 여겼다. 워낙 사회적 지위가 높은 귀부인이라 뺨을 맞아도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의사들이 할 수 없이 그 부인을 선배인 카를 구스타프 융에게로 보냈다.

귀부인의 참지 못하는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후배에게 이미 전해 들은 후 융은 상담실에서 그녀를 첫 대면을 했다. 상담이 시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부인은 또 융에게 달려들어 뺨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융은 몸을 피하며 오히려 그녀의 뺨을 때렸고 부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히 자기 뺨을 때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귀부인은 융의 권위에 굴복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완쾌됐다. 귀부인은 아마도 자기를 때려줄 사람을 일생동안 기다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수많은 임상실험과 치료 사례들에 기초하여 카를 쿠스타프 융은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삶의 지침을 남겼다.

‘완전성을 추구하지 말고 원만성을 추구하라!’

집주인의 종들은 눈에 보이는 가라지들을 완전하게 뽑아내고자 했지만 주인은 한동안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원만하게 자라도록 ‘가만두라’고 했다. 여러 문제 많은 학생들을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이 새겨둘 만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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