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나 졸업식 때에 널리 불리는 이 노래는 스코틀랜드의 민요로 알려져 있다. 민요는 그 나라 민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는 소박한 노래로써 대체로 오래된 노래일수록 작사자나 작곡자는 알려져 있지 않고 구전되어 온 노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기보법이 일반화된 이후에 만들어진 노래로 작사자와 작곡자가 알려져 있다. 이 민요의 가락을 작곡한 사람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영국사람 윌리엄 쉬일드(1748-1829)라는 설이 정설로 돼있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잉글랜드의 더햄(Durham)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전공하면서 작곡 공부도 해 두 방면에 뛰어난 음악가가 됐다. 그가 1783년 오페라 로지나(Rosina)를 작곡했는데 이 때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지던 한 민요가락을 정리해서 서곡의 주제가락에 사용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후, 1788년 이 서곡의 주제가락에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즈(1759-1796)의 시 ‘올드 랭 사인’이 붙여짐으로써 스코틀랜드는 물론 영국 전역에 걸쳐 유명한 민요로 불리게 되면서 그는 일약 스코틀랜드의 민족 시인으로 추앙을 받게 된다. 이 노래는 특히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민속악기인 백
2009-01-29 11:34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우리나라에 서양음악이 들어 온 것은 1900년을 전후로 기독교가 전래되면서부터이다. 이때 서양선교사나 천주교 신부들이 가져온 피아노, 바이올린 등과 같은 다양한 악기로 찬송가, 성가를 연주하게 되면서 서양음악이 소개됐다. 또 그들이 설립한 교회당이나 기독교계 학교 등을 통해 악기의 연주법이나 음악의 기초이론, 작곡법 등을 교육하게 되면서 점차 많은 음악가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이때는 일제의 강점기이므로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의 민족적인 전통음악보다는 서양음악을 장려했으며 학교를 통해 교육하기에 이른다. 이때의 작곡자들은 대체로 빼앗긴 조국과 두고 온 고향, 떠나간 임에 대한 그리움 등의 감정을 서정적이면서 애상적인 가곡을 많이 작곡하게 된다. ‘선구자’의 작곡자 조두남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두남은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음악에 눈을 뜨게 됐고 6세 때에는 동네의 성당 신부였던 조지프 캐논스에게서 피아노와 작곡의 기초를 배웠으며, 후에는 숭실학교에 입학해 말스베리 미국인 선교사에게서 작곡을 공부했다.
2009-01-12 13:35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 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우리 가곡 중에서 제목과 가사만 다를 뿐 똑같은 선율과 반주로 불리어지는 곡이 있다. 정지용작사의 '고향'과 박화목의 '망향', 이은상의 '그리워' 3곡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인 정지용과 박화목, 이은상이 쓴 시가 어떻게 똑같은 선율의 노래로 불리게 된 걸까? 우선 이 선율을 만든 작곡자 채동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자. 작곡자 채동선은 1901년 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태어나 순천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로 유학해 경기고등보통학교를 다니면서 1918년 홍난파에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음악의 길에 접어들었다. 1919년 3·1운동에 가담해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못 이겨 다시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됐다. 베를린 슈테르텐 음악학교에 입학, 바이올린과 작곡을 공부했고 1929년 귀국했다. 이후,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당시 일
2008-12-24 14:2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김영사)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생각과 이론을 현대의 사례들과 적절히 결부시킴으로써 그들에 대한 이해가 이 세상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전히 소중하고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도 역사의 줄기를 바꿀 만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경제사를 장식하고 있는 이들의 사상과 주장을 통해 경제학이 무엇이며, 경제적 사고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핵심 경제 원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비교우위론이나 합리적 기대 가설과 같은 경제 이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저자 부크홀츠의 재능 덕분에 일반인들의 머릿속으로 간결하고 재미있게 녹아들어간다. 그의 책에는 그래프가 없으며 수식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학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으며, 여기에 적절한 유머 감각과 신랄한 풍자까지 곁들여져 있어 딱딱한 경제학이 그의 손끝에서 부드러운 경제학으로 변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뿐 아니라 그와 같은…
2008-12-22 16:48열심히 쓴 글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많은 작품들에서 어떤 한 유형의 수필을 지향하는 경향이 눈에 띠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다소 기형적으로 형성된 수필 개념 탓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내면 체험을 시적으로 표현하려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그런 작품들은 매우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생각의 선이 가늘고 플라스틱 꽃처럼 향기가 없어 보였다. ‘겨울, 나는 행복을 굽는다’와 ‘석양’의 경우, 너무 미문주의에 흘러서 체험의 진실성이 약해지고 내용도 빈약해진 듯하였다. 그리고 ‘소쇄원’은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제재와 정서를 익숙한 태도로 다루어서, 독자의 감흥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이렇게 수필을 경수필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은 응모자의 거의 대부분이 지닌 고정관념 같았다. 그래서 탈개인적이고 비판적인 제재를 감성보다 이성, 느낌보다 논리 중심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찾기 어려웠다. 가작과 당선작으로 뽑힌 글들 역시 같은 경향이고,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지닌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응암골 황조롱이’는 사물과 만나는 필자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 그것이 다시 독자의 삶과 만나 공명하는 수필 특유의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아들의 신앙’ 역시 그런 장점이
2008-12-09 09:44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야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행복해야하고, 글을 읽는 사람도 행복해야한다. 수필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필을 쓰는 사람도 그리고 수필을 읽는 사람도 모두 행복해야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수필은 빛난다. 수필이 주는 행복은 오락이나 재미일 수 없다. 수필의 행복은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과 깊은 사랑을 원천으로 한다. 수필의 행복은 근원과 본질에 대한 순수한 성찰을 통해 자기를 창조하는 과정 속에 있으며, 미적 사유를 통해서 삶의 가치를 고양하는 가운데 존재한다. 수필의 행복은 사람으로 살아가야하는 버거운 운명 앞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그리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마음속에 자리한다. 나는 수필 쓰는 일이 행복하지만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수필 쓰는 일이 고통스럽기 조차하다. 그래도 쓴다. 그래도 써야한다. 쓰지 않으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수필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내 존재를 확인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붓 가는 대로 써도 수필다운 수필이 되는 날이 오면 참 좋겠다. 그 날이 오면, 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만큼 더 행복해질 것이다. 당선 소식을 듣고 먼저 거울을 보았다. 내 모습이 제법 괜찮
2008-12-09 09:43마당에도 안 계신다. 마루에도 안 계신다. 서둘러 사랑방 문을 여니 한겨울 오후의 옅은 햇살이 냉기 가득한 빈방을 지키고 있다. 가슴이 미어지더니 뜨거운 눈물이 펑펑 솟는다. 돌아가신지 25년이 지났건만 고향집에만 오면 아이처럼 아버지가 보고 싶다. 아내가 흉볼까봐 서둘러 눈물을 닦고 새로 지은 안채로 건너간다. 현관을 들어서니 형님 두 분과 형수님 두 분 그리고 제수씨가 이미 제사 음식을 장만하시느라 분주하다. 형제를 만나는 반가움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밀어낸다. 나는 세상의 모든 직함을 버리고 그저 계산댁 셋째 아들이 된다. 작은 방으로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다. 깨끗이 씻은 문어, 돔베기, 쇠고기 그리고 고등어 등이 소반에 담겨있고, 널찍한 도마에 놓인 큰 칼은 새파랗게 날이 서 있다. 손을 씻고 무릎을 꿇어 조심스럽게 도마 앞에 앉아 어육을 장만하기 시작한다. 어육을 장만하는 특별한 일은 의례히 두 분 형님께서 맡아하셨다. 어육을 다루는 절제된 손길과 경건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형님들의 아버지에 대한 흠모의 지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모의 숭고가 열락으로 승화하는 아름다움을 보았다. 몇 해 전에 어육 장만하는 일을 물러 받고
2008-12-09 09:42눈에 띄는 수작이 없는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6편의 작품을, 이야기의 새로움과 작가로서의 가능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다시 읽어 보았다. 여기에서 ‘내 이름은 캐빈’, ‘로봇과 나’, ‘멋진 누군가’ 3편이 최종심에 오르게 되었다. ‘내 이름은 캐빈’은 영어가 상용화된 미래의 이야기로 문장이 안정되어 있고 이야기도 거침이 없었지만 미래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사회 현실의 묘사가 어색하여 이야기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미래라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준비가 치밀했더라면 더 빛났을 작품이다. ‘로봇과 나’는 형과의 갈등과 화해를 무난히 그려냈고 과학과 종교의 만남도 상투적이지만 무난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잘 읽히는 대신 새로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작의적이었다. ‘멋진 누군가’는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이야기도 참신해서 쉽게 앞의 두 작품을 밀어냈다. 그림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흔치 않은 작품으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문장도 안정되어 있어서 투고작 중 가장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작품은 잘 읽히지 않는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동화의 1차 독자는 어린이이고 읽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
2008-12-09 09:40‘무언가를 쓰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은 마주칠 때마다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서 문창과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는 ‘나도 다른 이의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오만한 마음 탓으로 언제나, 어떤 쓰기에서도 그 욕심을 한껏 채워내지 못하였습니다. 제 그릇의 모자람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덜 차면 덜 찬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글에는 만족함이란 것이 없다지만, 게다가 제 글이 만족할만한 것일 리가 없지만, 글의 완성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언제나 제 자신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 순간들이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바보같이도 잘 쓰지도 못하는 게 쓰는 것만은 참 좋은가 봅니다. 동화를 쓰는 내내 아이의 마음을 담고 싶었고, 아이의 마음을 닮고 싶었습니다. 과장되거나 얕보지 않고 천진하고 진지한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글을 쓰도록 배우고, 익히고, 외우고, 살겠습니다. 부족하고 또 모자란 제 글을 추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한국교육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마음만…
2008-12-09 09:38일요일 오후예요. 바람이 들판의 풀꽃들을 잔잔히 흔들고 있어요. 햇살은 강물을 탱글탱글 윤나게 부풀려주고 강가에는 부들이 한껏 자라 올랐지요. 도요새 가족이 먹이를 찾아 거니는 들판에 우리 가족은 자리를 펴고 앉았어요. 우리 가족은 다섯이예요. 엄마, 아빠, 오빠, 언니 그리고 나. 여기는 그림책 속, 24쪽의 그림틀 안이에요. 그래요. 우리 식구는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랍니다. 사실 나는 책의 내용도, 제목도 잘 몰라요. 이웃의 글씨 가족이 앞 쪽에 바글바글 살고 있지만, 그 이웃은 아주 무뚝뚝해요. 나는 글씨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고요. 항상 책을 보는 사람들이 어린 친구들인 것을 보니, 아마 이 책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책인가 봐요. 친구들은 나들이 나온 우리 가족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놀러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하곤 하지요. 그렇지만 말예요. 항상 매일같이 이렇게 놀기만 하는 저는 사실, 공부도 해 보고 싶고, 집 안에서 쉬고 싶을 때도 있어요. 책이 덮여지면 우리 가족은 23쪽 이웃과 마주치게 된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 말없던 이웃가족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옆 쪽 가족은 오늘도 여행만 하고 있다
2008-12-09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