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엔(UN)과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우리 정부에 교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와 차별 개선을 권고해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교원의 학생 교육활동 등 공적 업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업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마저 금지하고, 정치후원금 기부 등 모든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기본권 침해 비판 단적인 예로, 교사가 특정 정치인의 SNS 게시물에 댓글을 쓰거나 ‘좋아요’를 클릭한 행위만으로도 고발돼 징계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중앙선관위는 교사가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의 글을 가족이나 친척과 공유하는 경우조차 위법성을 피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교사를 사실상 ‘정치적 금치산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사적 영역에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허용하고, 정치후원금 기부 제한 역시 폐지해 교사의 시민적 권리를 회
2025-05-26 09:10“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교사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부모는 자녀가 잘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아이는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 않고, 부모는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불안감을 떨쳐낼 비법이 있다. 바로 ‘자녀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아이는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기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그 시선을 잃는다. 잘 먹어야, 잘 자야, 무엇이든 잘해야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존재는 곧 조건으로 바뀌고, 그 조건이 채워지지 않으면 실망과 짜증,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까지 따라온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잘했어’는 성과, ‘고마워’는 존재 중심 자녀가 부모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잘했다’, ‘역시 너는 최고야’라는 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칭찬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처럼 들리지만, 때로는 조건적인 사랑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잘했어’는 결과
2025-05-22 16:58최근 대전지역 일부 학교 급식실 공무직 직원들의 파업으로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단위 학교가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관련 법령 및 조례의 조속한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다. 관련 법령 및 조례 개정 시급 우선, 대체근로 전면 금지에 따른 법적 공백이다. 학교급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서 정한 필수공익사업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대체근로에 대한 예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급식이 중단되더라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인력 투입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다. 둘째, 제도적 한계로 인한 학교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 학교장의 인력 채용 권한이 교육감에게 집중돼 있고, 정원 외 인력 채용 또한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장은 파업 등 비상 상황에서도 대체 인력을 자율적으로 채용하거나 민간 위탁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2025-05-19 09:10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교육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AI 기반 진단 시스템, 맞춤형 코스웨어, 학습 분석 대시보드 등은 교실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은 남아 있다. AI 시대 교사 역할 더 중요해져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교실 오케스트레이션(Classroom Orchestration)’이다. 원래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악기를 조화롭게 이끄는 지휘자의 역할을 의미한다. 교육에서 이 개념은 교사가 교실 속 다양한 요소(학생 수준, 학습 콘텐츠, 에듀테크 도구, 상호작용 방식 등)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며 의미 있는 배움의 흐름을 설계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말한다. AI는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제, 어떻게 사용돼야 할지는 여전히 교사 판단에 달려 있다. 기술은 도구고, 그 도구를 ‘교육적 맥락’에 따라 설계하고 연결하는 주체는 교사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하이터치-하이테크(High Touch – High Tech)’의 균형이다
2025-05-19 09:10디지털 시대의 학생들은 글보다 이미지를 먼저 읽고, 뉴스보다 댓글을 먼저 접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아는가’보다 ‘어떻게 읽고 판단하는가’다. 이처럼 미디어가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교실 속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한 정보 소비를 넘어, 다양한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아가 스스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해 실천할 수 있다. 정보 분석,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 이해, 디지털 시민성 교육, 콘텐츠 창작이다.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 학생들은 뉴스, 광고,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속에 담긴 메시지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의도와 숨은 의미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 교실에서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나 영상들을 비교 분석하며, 미디어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해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규
2025-05-19 07:35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삶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에서 땀을 흘리며 뛰놀던 아이들이 이제는 실내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신체활동 참여율 최하위 수준 실제로 대한민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참여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고교생, 그중에서도 여학생의 참여율은 심각하게 낮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 학생의 평균 체중은 증가했고, 과체중과 비만 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결과에서도 하위 체력(4·5) 등급 비율이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했다. 단순한 체력 저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교육 정책 전반에서 체육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방향이 뚜렷해진다. 프랑스는 ‘매일 1시간 체육’ 정책을 통해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신체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호주는 ‘iPLAY 프로젝트’로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줄였다. 독일은 70% 이상의 국민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갖추고 있
2025-05-12 09:10교사에게 있어 선생님이란 호칭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면 ‘선생님’이란 용어는 윗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 또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를 높여 부르는 말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호칭 다른 직업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사라는 직업은 ‘선생님’이라 불리며 존중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불특정한 상대방을 부르는 2인칭 대명사로 확장되면서 모든 사람이 ‘아무개 선생님’이 돼버렸다. 상대방을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현상이지만, 과거 선생님이란 호칭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교사들에게는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는 직업도 흔하지 않다. 직업란에는 ‘교사’라고 쓰면서 호칭할 때는 선생님이 되고, 졸업한 제자들을 만나게 되면 스승님이 되는 별난 직업이다. 물론 여기서 스승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승이 되려면 반드시 ‘제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스승과 제자는 자기력처럼 반드시 쌍으로 존재할 때만 성립되는 용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스승이 되기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에 한 번도 스스로 스승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누구에게 스승으로
2025-05-12 09:10우리는 평생 겸손하라고 배웠다. 돈 자랑, 자식 자랑, 배우자 자랑은 죄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블로그는 다르다. 포스팅을 쓸 땐 무조건 자랑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사람들이 내 글을 안 읽어준다. 물론 대놓고 자랑하라는 건 아니다. “나 잘났으니, 내 글 보세요!”라고 하면 정떨어진다. 밥맛 없는 글엔 바로 ‘뒤로가기 버튼’의 철퇴가 내려질 것이다. 그러니 자랑은 은은하게 해야 한다. 딱 내 글에 권위를 실을 수 있을 정도만 말이다. 글에 권위를 싣는다는 게 무슨 뜻일까? 예시로 함께 알아보자. 1. 수능 등급 올리는 법을 네이버에서 검색했다. 2. 아무 글이나 눌렀더니, 내용이 좋다. 3. 그런데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살짝 생겼다. ‘이 사람, 수능 전문가 맞아?’ 4. 글 중간에 사진이 하나 보인다. 글쓴이의 책상이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수능 성적표가 있다. 확대해서 보니 세상에, 작년 수능 만점 받은 성적표가 아닌가?! 5. 블로그 주인의 이름을 확인했다. 검색해 보니 작년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수능 만점자인 블로그 주인의 인터뷰였다. 그 뒤로 글이 다시 보였다. 이게 권위의 힘이다. 만약 글쓴이
2025-05-09 07:59교육부는 지난달 30일에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대책에 관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학교폭력의 정의는 학생이 피해를 본 경우 거의 모든 상황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가족 간의 해외여행 중 발생한 사안까지도 학교폭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결부하여 학교의 문제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문제로 보게 만드는 단어이다. 학교폭력의 용어 변경이 시급하다. 나아가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면개정이 필요하다. 1. 초등 저학년 학폭 ‘숙려기간’ 운영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 학교 현장의 안정을 위한 방법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매년 조금씩 변화됐다. 학교장 자체해결제의 도입,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의 변화 등 제도의 변화가 있었다. 가해 학생의 처분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삭제의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 이번에 예고된 초등 저학년 경미한 사안의 관계 회복 숙려기간의 운영도 절차만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교사들의 각종 민원 및 고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대
2025-05-09 07:58오는 5월 31일은 5·31 교육개혁 30주년이다. 5·31 교육개혁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며, 자율과 경쟁 다양성 확보에 초점을 뒀다. 학교운영위 설치, 학교 다양화, 비교과 학생부 기재 등 교육제도의 대부분이 이때 마련됐고, 교육 전 분야에 큰 영향을 줬다. 5·31 교육개혁 30주년 맞아 우리 교육은 아직도 이러한 틀 안에 머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제 30년, 한 세대가 지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그에 맞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나올 때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선 AI 기술혁신, 뉴노멀 사회의 출현, 세대의 변화, 사교육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AI 기술혁신은 앞으로 일자리와 사회구조 전반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AI를 필두로 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인재가 필요하다.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이를 키우려면 어떤 내용의 교육과 학습 방식이 필요한지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둘째,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회 전반에서 기존의 질서를 무너지고 뉴노멀 사회가 나타났다. 면대면과 오프라
2025-05-05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