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 내용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다른 분야는 두고라도 공교육 정상화에 관한 내용은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여당의 개혁정책이 공교육에 끼친 결과를 보면 더욱 적절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말하면서 3년 동안 정부가 행한 교육정책은 십 년을 내다보지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일조일석에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의 살아온 정서와 거리가 있는데도 새로운 교육이론을 무리하게 도입하고 과시적인 업적에 연연해 교육현장이 혼란의 수렁으로 빠지게 했다. 또 교육개혁은 결국 현장 교사들의 손으로 완성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국민을 이간하는 여론몰이로 교사들이 방황하게 만들었다. 오랜 기간의 검증이나 연구도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우된 교육정책으로, 우리는 정보선진국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음란 성인사이트 접속율 세계 1위라는 오명과 자살사이트 등 비윤리적인 이용의 증가, 영어 지상주의에 따른 국어교육의 위축을 낳고 말았다. 혹자는 그런 것들이 학교에서 교사가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밀려드는 잡무와 새로운 것들을 습득할 기회의 빈곤, 오도된 여론에 밀려 긍지를
2001-02-19 00:00사실 재임 5개월 밖에 안 된 이돈희 전임 장관이 경질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너무 잦은 교체라는 여론의 부담도 있고 또 업무수행 상 크게 드러난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였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전임 장관은 교육개혁의 주체인 교사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 `학원 강사는 연구활동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는데 비해 교사는 도무지 연구하지 않아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학부모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교원단체와 교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물론 교사들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윗사람 눈치만 보며 `예스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교사와 학원·강사를 비교한 것이다. 공교육 전반에 관한 책임자인 장관이 영리추구가 목적인 입시학원과 전인교육을 해야 할 학교를 단순히 비교해버린 것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교사 역시 족집게가 되어 학생을 오로지 일류대에 들여보내야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 어찌 그런 것인가. 잡무가 많다는 불만은 접어두더라도, 지식전수와 인성교육 등을 통해 인간을 길러내는 교사의 본분과 사명을 애써 외면한 그 발상이 교육부 수장으로는 자격미달이었던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2001-02-19 00:00`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개학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보고싶고 선생님도 보고싶어요. 겨울방학 숙제는 다했어요. 책도 많이 읽었어요. 선생님이 약속한 선물이 기다려져요.' 썰렁한 교무실 문을 들어서자 한 통의 편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숙이의 편지였다. 지난해 3월. 새 학년을 담임하면서 미숙이와 나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가정 환경은 무척 가난했고 엄마 얼굴조차 모르는 데다 기초학력이 부족해 학습에 흥미를 잃어 학교 오기를 싫어했던 아이. 그 미숙이가 내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글씨는 삐뚤삐뚤, 맞춤법이 틀리고 문장이 올바르지 않으면 어떠랴. 미숙이가 편지를 썼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설레었다.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미숙이의 편지를 몇 번이고 읽었다. 읽을 때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미숙이의 아름다운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미숙이와 함께 했던 지난 1년간은 참으로 값지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학기초부터 나의 지혜를 총 동원해 미숙이를 지도한 결과는 2학기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방학을 하면서 나는 미숙이에게 표지를 예쁘게 꾸민 과제물을 만들어 주었다.
2001-02-19 00:00지난 2월 6일부터 8일까지 국회에서 있었던 3당 대표연설들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해온 교육개혁과 향후 과제에 대해 큰 시각 차이를 보였다. 집권여당의 한화갑 최고위원이 그간의 교육개혁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개혁의 추진과정이 미숙했고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원칙과 기초를 소홀히 했다는 반성은 지난 과오를 정확하게 지적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이해찬 장관 시절에 정년단축 등의 중요한 사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밀어 부쳤던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간주하여 그들을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시켰을 뿐 아니라 정년단축을 통해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는 등의 허위정보를 유포하기까지 하였다. 실제로는 퇴직한 초등교원의 3분의 1정도가 교단에 복귀함으로써 정년단축의 의의가 상당부분 상실되면서 교단에 공백과 혼란만을 가져 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장관은 불과 몇 개월 동안에 교육부관료를 중심으로 `교육발전 5개년계획 시안'을 작성해 4만 5천부를 인쇄하여 배포하였고 요약본은 60만부를 배포하였다. 그후 광범한 의견수렴과정까지 거쳤으나 장관이 바뀌면서 방치하여 무
2001-02-19 00:00서울홍파초등학교장 우정남 지난 20여년간 우리 보통교육은 유네스코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도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교육 제도와 방법의 개선, 선진 기자재의 배치 등 교육 등 여러 면에서 개선을 시도하고 교육게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 붕괴의 우려가 크게 제기되고 있다. 학교 교육에 대하여 "신뢰가 없다", "위기의 학교", "교육 대란", 그리고 "교육붕괴", 내지는 "학교 붕괴"라는 극단적인 표현 등이 그것이다. 많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비롯한 많은 학교에서 교실 수업의 효율성을 크게 문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우려는 교육 발전 과정에서 교육정책 입안자와 학부모, 교원들간에 우리 교육의 이상, 정책 방향, 교육 현장의 바램과 실상과 애로 등의 실체가 충분히 이해하고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제적인 교육여건의 개선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들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적 자원의 과감한 투입이 크게 요구되고 이와 함께 학교예산 회계제도의 효율적인 개선이 요구되었다. 이제 학교예산 회계제도가 새로이 도입되었다. 예산 증액에 못지 않게 중요한 으미를 지닌다. 이 제도로 일상경비, 도급경비, 학
2001-02-19 00:00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지 벌써 몇년이 지났다. 가입당시와 비교할 때 변화되지 않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각종 교육여건 지표의 비교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중 가장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OECD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보다 못한 실정이다. 이는 학급당 학생수, 교원당 학생수, GDP대비 공교육 투자,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수준 등의 지표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동안 OECD 수준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투자가 증대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개발원은 최근 OECD 국가의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앞으로 5년간 369조원이 추가로 투자되어야 한다는 교육재정 규모의 적정수준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과거 20년간 교육투자 유보분 37조원과 앞으로 5년간 순수하게 추가로 투자해야하는 332조원을 합한 규모이다. 이러한 추가 소요 재정 규모는 우리나라의 현행 GDP의 절반을 넘어서는 막대한 규모라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는 어려운 규모라 할 수 있다. 보고서는 경제수준에 걸맞는 교육투자만을 계속한다고 할 경우 선진국을 따라 잡는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점도 함께 밝히고 있다.…
2001-02-19 00:00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들이지만 한번더 짚고자 한다. 정부는 고령교사 1인을 내보내면 젊고 활기찬 교사 2.59명을 더 쓸수 있어 국가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IMF 상황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 했다. 일부 국민들은 학교의 속사정도 모른채 정부의 교원정년 단축에 찬성의 손을 들어주었고 지금도 교원정년단축은 잘 된 정책이라고 믿고 있다. 여기에다 학생체벌 금지조항을 만들고, 대통령이 절대 피해 없게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고도 교원과 공무원의 연금을 줄였다. 정부는 이처럼 교원의 사기를 꺽는 정책들을 잇따라 수행하는 한편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국가가 살아 남으려면 교육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교육입국을 말하고 OECD 국가 수준으로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교육정책은 목표와 처방이 따로 놀고 이율배반적이라 국민도 교원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OECD 수준으로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교육입국을 이루겠다는 목표의 이행상황을 살펴보자. 국민의 정부가 취한 대표적인 교육개혁 조치랄 수 있는 교원정년 단축 정책은 유감스럽게도…
2001-02-12 00:00"따르르릉" "네, 용강중학교 상담실입니다" "선생님, 저, 민경이예요. 기억나세요?" "으응, 노래 잘 부르던 양민경이…" "네, 저 이번에 대학 들어갔어요. 서울 음대 성악과에" "우아! 축하한다. 얼굴 좀 보자" "네, 선생님" 6년 전, 내가 한강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우리 반이었던 아이다. 성적도 우수하고 평범한 군인 가정의 자녀라서 예능 방면으로 나가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원래 아이들 노래 듣는 걸 좋아하는 습관이 있어서 별다른 종례사항이 없을 때는 노래 잘 부르는 아이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그때 민경이는 늘 단골 손님이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면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듣곤 했다. 소풍 때면 여러 학급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또 민경이를 불러냈다. 나는 그때마다 힘찬 박수와 함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네가 대성하면 얼굴보기 힘들어질 거라고도 했다. 그 후 3년 뒤, 다른 학교로 전근 가 있는데 그리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서울예고 진학했어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난 국민학교 때는 미용사가 되고 싶었다. 심심하면 동네 아이들
2001-02-12 00:00최근 정치권과 일부 급진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제·개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교육에 관련된 주요 정책들이 지나치게 여론몰이식 방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 나라 사학이 일제 강점기나 6·25 전란기를 거치면서 애국과 자유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국민교육에 공헌해 온 바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의 비리나 부조리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소수의 사학문제가 전체 사학의 비리로 과장되어 사학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썩은 나무 한 그루를 보고 숲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있어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더욱 심도 있는 논의와 충분한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첫째, 사학의 자주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사학의 학교 경영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며 학교법인의 고유한 권한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사학은 건학 이념에 따라 자주적·독자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초·중등사학의 경우 국·공립에 준하는 보충적 역할을 해 왔고, 이로 인해 사학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제약을 받아
2001-02-12 00:00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는커녕 `5년中計'도 아니다. 김 대통령 재임 3년 동안 벌써 여섯 번째 장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과거 어느 정부가 이러했던가. 철권 정치로 7년을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서도 4명의 장관이 평균 21개월을 재임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교육부 장관은 재임 기간이 평균 7개월이 안 된다. 이 때문에 `보고자료 만들고 이취임식 준비하느라 세월 다 간다'는 공무원들의 볼멘 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인사의 면면을 보면 교육이 얼마나 홀대받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초대 교육부 장관은 교육 문외한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었다. 바로 이 잘못된 첫 출발이 지금의 교육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어떤 장관은 부당 이권 개입 사실이 드러나 23일 만에 불명예 도중하차까지 했다. 97년 대선 때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며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교육부 장관은 나와 임기를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은 결국 空約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교육개혁을 실현하기는커녕 교육을 망친 정부로 오명을 쓰지나 않을 지 염려스럽다. 지난 역사를 보면 우리 교육은 수없이 많은…
2001-02-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