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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使臣以禮 (사신이례)

언제 어디서나 상하의 관계는 어렵고 조심스럽다. 노(魯)나라 정공(定公·BC.556-BC.480)이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도리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임금은 신하를 예(禮)에 맞게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성으로 섬겨야한다(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고 답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임금과 신하가 각자의 입장에서 행해야 할 도리를 말한 것이라는 설과, 임금이 신하를 예로 부리면 신하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게 된다는 ‘보시설(報施說)’로 보기도 한다.

동파 소식(蘇軾·1037-1101)은 예의 중요성을 “임금이 신하를 쓰는 데 이익을 가지고 하면 그의 신하는 소인만 모인다. 어쩌다 나은 신하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자에 불과할 뿐이다. 벼슬과 녹봉만 생각하고 모인 자는 이익이 다하면 떠나고 위력 때문에 따랐던 자는 힘이 빠지면 배반한다. 그래서 이익으로 부리는 것이 예로 부리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여기에 “임금이 예를 갖춰 부리지 않으면 신하는 반드시 부끄럽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면 원망하게 되고 원망하게 되면 충성하려던 마음도 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군주시대에 쓰던 예와 충의 개념을 민주화된 오늘날에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모든 조직에서 지도자와 피지도자의 구도는 여전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예의 기본정신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비기존인(卑己尊人)이 근간이고, 충성은 자기에게 부여된 직위와 직책에 대하여 진심진직(盡心盡職)하는 자세이지, 사람에 대한 충성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자의 말은 그 울림이 오늘에도 여전하다.

지난 병오년에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 선생과 학생(각종 성추행), 경영층과 종업원(세월호, 대한항공 땅콩회항, 서울시향), 국가통치자와 각료(출장 중의 해임) 등, 소위 갑을 관계에서 드러난 차마 듣고 보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많은 일들은 하나같이 지도자의 재하자에 대한 무례(無禮)함 내지 무배려, 이에 따른 재하자의 부끄러움과 원망,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이 보여준 자신들의 직무에 대한 무책임(不忠)이 어우러져 빚어낸 사건들로 요약된다. 이는 그간 우리의 교육에서 윗사람에 대한 예(事君以忠)는 강조하고 윗사람의 재하자에 대한 예절(使臣以禮)의 교육과 실천은 소홀히 해온 결과가 아닐까.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을미년 새해를 맞아 우리의 각급 공동체에서 상하관계가 힘이 아닌 상호 예로 대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교육의 마당에서는 나의 상대방에 대하여 배려할 줄 아는 예절교육의 비중이 더 많아지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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