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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삼성오신(三省吾身)

청소년 시절 ‘논어’를 읽으면서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일생의 가르침이 된 구절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교사가 되어 가슴속에 깊이 새겼던 것이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증자(曾子)의 말이었다. “나는 날마다 내 몸을 세 가지로 살핀다. 남을 위해 일을 꾀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들과 사귀면서 믿음직하지 않았는가? 익히지 못한 것을 남에게 전하지 않았는가?[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여기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삼성오신(三省吾身)’이다. 원문 첫 구절의 ‘삼(三)’은 ‘세 번’이라고 직역할 수도 있지만, ‘세 가지’로 옮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또 끝 구절 ‘전불습호(傳不習乎)’는 ‘스승께 전수받은 것을 복습하지 않았는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나, 스승의 입장이 된 증자의 말이라는 점에서 앞의 번역문이 더 타당할 것이다.

교단에 첫 발을 내디딘 초임 시절, 나는 이 구절을 무수히 되뇌었다. 그리고 이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맡은 학생들을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했는가?’ ‘동료 선생님들에게는 언제나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는가?’ ‘나 자신이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하는 자문(自問)이 이어졌다.

생각하면 참으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시절이었다. 때론 형편이 어려웠던 아이들의 ‘특별활동’을 위해 운동장에 야영캠프를 구축, 그들과 더불어 여름방학 전 기간을 봉사했던 적도 있었고, 독서실 대신 ‘교실 자율학습’을 선택한 아이들을 위해 몇 해 동안을 매일 밤 10시까지 그들과 함께했던 적도 있었다. 연 4회의 학생 면담을 꼬박꼬박 실행하면서도 교재연구 중 의문이 있으면 먼지 켜켜이 쌓인 도서관 서가를 뒤져가며 해결을 시도했고…. 어디 그뿐인가. 2주마다 돌아오는 숙직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찾아온 동료 교사들과 밤을 새워가며 바른 교육자의 길을 토론하기도 했다. 분주다사했지만, 그래도 보람과 기쁨으로 엮어진 교사 초년병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그 후 수십 개 성상(星霜)이 흘렀다. 그러면 지금은 어떠한가. 이 엄중한 물음에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그 순수한 의욕과 열정 대신 나태와 무사안일로 채워진 오늘의 내 모습에 부끄러움이 앞설 뿐이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으련다. 이제부터라도 다시금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날마다 나 자신을 세 가지로 돌아보며’ 교사의 책무를 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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