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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입신행도(立身行道)

중학시절, 해마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고전읽기 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효경(孝經)’이라는 책을 읽었다. 암기해야 할 많은 책 중 하나였다. 그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었다. 증자(曾子)의 물음에 답한 공자의 말이다.

“몸과 머리털과 피부는 다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헐고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고, 몸을 세워 도(道)를 행하여 후대에 이름을 떨쳐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천신만고 끝에 암기는 했지만, 어린 나이에 그 깊은 뜻을 알 수는 없었다. 그 후 고교에 진학해 ‘소학언해’에 인용된 이 구절을 배웠음에도 너무 낡고 고리타분한 봉건적 가치로만 여겨졌다. 극단적인 해석으로 머리털은 물론 손톱 깎는 것조차도 꺼렸다는 일부 유자(儒者)들의 행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성장해 나 자신이 부모가 되고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이를 가르치면서 그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어서도 그랬거니와 ‘입신행도(立身行道)’의 함의가 주는 울림이 매우 컸던 것이다. 성인의 말씀에는 빈틈이 없다는 생각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입신’이란, 국가·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출세하는 것이니, 이른바 사회 지도층이 되고,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됨을 말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행도’, 즉 올바른 도리를 행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탁월한 능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할지라도 그가 탐욕과 이기심에 매몰된 가치관으로 그릇된 처신을 한다면 그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최근 부단히 접하게 되는 이 나라 지도층의 비리와 부패상을 보면서, 또 도덕적으로 함량 미달인 이들의 고위공직 취임을 보면서 새삼 이 구절을 생각하며 깊은 자성과 회의에 빠지게 된다. 나는 지금 잘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우리 교육은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가치관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니라, ‘입신행도’가 중요함을 가르쳐야 한다. 정직과 겸양과 배려의 미덕을 실천하며 사심 없이 국가·사회에 헌신함으로써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고 그것이야말로 효도의 진정한 완성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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