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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群而不黨(군이부당)

연초에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사전 지식 없이 무심코 보게 된 영화였지만, 초입부터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흥남철수 장면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멎을 줄을 몰랐다. 어린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자신을 희생하는 주인공 덕수의 모습 위에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평생이 겹쳐졌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을 봉양하고, 다섯 동생과 슬하 여섯 남매를 공부시키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으셨던 아버지…. 귀가한 뒤 나는 서재에 보관된 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에 얼굴을 묻었다.

며칠 후 후배들과 함께한 자리가 있었다. 대화 중 나는 ‘국제시장’이 준 진한 감동과 여운을 말하며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았노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듣고 있던 한 후배가 말했다. “선배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 보니 진짜 우파(右派)셨군요.” 순간 나는 퍽 당황했다. 영화 한 편을 감동적으로 보았다는데 그것 한 가지로 나를 우파로 규정하다니. 하지만 그의 진지한 말투에 그 영화에 무언가 내가 보지 못한 하자(瑕疵)가 있는가 싶어, 어느 부분이 문제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 영화를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파독 광부·간호사’ 얘기라면 뻔한 것 아니냐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 일을 겪은 후 내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 ‘군이부당(群而不黨)’이다. “군자는 긍지를 지니지만 다투지 않고, 무리와 어울리지만 편당(偏黨)짓지 않는다.[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 ‘논어-위령공편’에 나온다. 같은 책 ‘위정편’에도 비슷한 의미를 지닌 구절이 있다. “군자는 두루 사귀어서 편파적이지 않고, 소인은 편파적이어서 두루 사귀지 못한다.[君子, 周而不比, 小人, 比而不周]” 공자도 이처럼 편당 짓거나 한쪽에 치우친 견해를 가진 사람을 매우 경계했다.

그 후배처럼 보지도 않은 영화를 한마디로 매도(罵倒)해 버릴 수 있는 용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자기만의 독단과 편견에 빠져 세상을 보는 사람은 내 주변에도 적지 않다. 이른바 ‘진영논리’의 포로가 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참으로 걱정이 된다.
 
만일 우리들 교육자마저 편파적인 생각, 정파적인 논리에 갇혀 학생들 앞에 선다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부터 항상 자신을 돌이켜보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자세로 교육에 임할 것을 거듭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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