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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成湯六責(성탕육책)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공자는 ‘허물을 저질렀거든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허물을 고치려면 ‘재를 털어야 숯불이 빛난다’는 속담처럼 먼저 가감 없이 잘못을 드러내놓고 사과하는, 반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주변에서 이해하고 여기서 새로운 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범부(凡夫)일지라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도층의 경우는 이것저것 재느라 그 어려움이 더 크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가 각종 매체를 통해 만나는 사과의 대부분은 진정성이 담긴 반성이 아니라 허물을 축소은폐하거나 변명인 경우가 많아서 자연히 그 효과가 없게 된다.

우리가 문헌에서 만나는 가장 유명한 사과는 상(商)을 건국한 성탕(成湯)의 사과이다. 즉위한 후 7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 농경사회에서 7년의 가뭄은 국가의 위기였다. 태사(太史)가 점을 쳤는데 ‘사람을 희생으로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고 했다.

‘비를 비는 것은 백성을 위해서이다. 희생으로 사람을 써야한다면 마땅히 내가 희생이 되리라.’

성탕은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목욕재계하고 손톱과 머리를 깎고 몸에는 흰 띠 풀을 둘러 희생의 차림으로 백마가 끄는 소거(素車)를 탔다. 죄를 짓거나 항복할 때의 자세다. 상림(桑林)의 들판에 나가서 하늘을 향해 자책(自責)의 말을 분출했다. ‘성탕육책(성탕의 여섯 가지 자책)’ 또는 ‘상림육책(桑林六責)’으로 불리는 고사이다.

저의 정치가 절도가 없어서 입니까.
백성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게 만들어서 입니까.
궁궐이 너무 화려해서 입니까.
나랏일이 여인들의 청탁으로 이루어져서 입니까.
뇌물이 성행해서 입니까.
비방을 일삼는 이들이 득실대서 입니까.
어찌하여 이다지도 비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자책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 수천 리에 큰 비가 내렸다. 지도자의 진정성이 담긴 반성에 하늘이 감응한 것인지, 정말로 이러한 사실이 있기나 했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순자’와 ‘사기’ 등에 나오는 전설 같은 이 고사는 전통시대에 지도자의 반성이 요구되는 각종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상소문과 토론에서 늘 인용되던 보전(寶典)이다.
 
성탕의 시대에도 분야별로 일을 맡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었을 테지만, 그의 진정성과 용기가 담긴 이 반성은 순백색이며, 남을 탓하는 조건 없는 반성문이다. 그래서 구차한 사과를 접할 때면, 욕조에 ‘苟日新,日日新,又日新’(大學)의 문구를 새겨놓고 매일의 혁신을 다짐했던 성탕의 자책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그의 용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미 3천 6백여 년이나 지난 아주 옛날의 일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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