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만큼 성큼성큼 큰 걸음을 걸어서 가고 있습니다. 겨울이 금새라도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할 것 같습니다.아침마다 투명한 레이스 자락을 펼친 듯 하얀 서리가 내린 들판 사이로 햇살이 눈부십니다. 빠알간 화살나무 잎의 가장자리에 흰 서리는 수를 놓은 듯 곱습니다. 어제는 학교의 화단 가장자리에서 말라가던 칸나를 베어내었습니다. 저는 이번 주 도우미 교사여서 아이들과 함께 수레에 칸나 줄기를 실어 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렸습니다. 해바라기 마른 줄기도 함께 정리를 하였습니다. 가을 저녁 무렵 비스듬히 넘어가는 햇살 사이로 이따금 노란 은행나무잎이 날아와서 금방 쓸어 놓은 길을 다시 어질러 놓습니다. 저는 이 가을걷이를 하듯 그렇게 하는 화단의 정리가 참 좋았습니다. 아직은 푸른기가 조금 남은 칸나의 줄기와 해바라기 마른 줄기에서는 짙은 가을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짙은 커피향 같기도 하고, 묵은 메주냄새 같기도 한 뭐라 말할 수 없는 깊은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발밑에 밟히는 마른 잎의 소리와 감촉도 참 좋습니다. 긴 대나무 빗자루로 학교 진입로에 뿌려진 플라타너스의 커다란 잎사귀를 쓰는 것은 제가 즐기는 가을의 일과입니다. 새잎도 좋
점심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였습니다. 초봄 흰꽃을 두둥실 피워올렸던 목련나무의 노란 낙엽들이 화단에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우수수 떨어진 잎이 그대로 한 무더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앞 노란 국화밭에 앉아 차를 마셨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농부들은 들판에서 바쁘듯이 선생인 저는 학교에서 그동안 이룬 실적들을 펼쳐놓는 시범학교보고회로 바쁩니다. 그리고 학교축제도 준비해야하고요. 많은 손님들이 학교에 오고, 그리고 행사 순서에 맞게 보고서며 프리젠테이션, 실적물이 나와야 하니까요. 올해 우리 학교의 독서시범 주제는 '다양한 독서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적 표현 능력 신장'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독서 동아리 행사입니다. 전교생을 10개의 동아리로 만들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 뒤 독후 활동을 자기들 스스로 만들어 하는 것입니다. 어떤 동아리에서는 '공개수배'의 형식을 빌어오기도 하고, 연극활동을 하기도 하고, 어떤 동아리는 인형극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활동을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생각이 자라고 있을까?'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연어]라는 소설을 읽고 그
우리 학교에서는 해마다 독서활동으로 독서 엽서쓰기, 독서 마인드맵, 독서 신문만들기, 독서동아리 발표대회, 독서골든벨 등의 행사를 일년 내내 합니다. 기본적으로 독서공책이야 늘 쓰지만, 신세대 학생들에게 문화상품권이라는 상품으로 유혹을 하면서 다양한 독서행사를 통해서 책읽기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작품을 몇 작품 소개합니다. 태양의 아이를 읽고 그린 여학생의 작품입니다. 참 예쁘죠? 한별이라는 여학생이 읽고 만든 마인드맵인데,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대한 것입니다. 남학생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졸라맨을 등장시켜 만든 마인드맵이랍니다. 귀엽죠? 그리고 덤으로 학생들의 독서 엽서 몇 장도 소개합니다. 방학 중에 아이들이 책을 읽고 엽서에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제가 받게 됩니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은 표지 디자인입니다. 삼국지 표지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이 가을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바람의 노래를 들어보는 시간 되세요.
우리 학교가 있는 경남 의령의 작은 강마을은 그대로 익어버릴 듯 더운 여름볕이 내리붓고 있습니다.그저께가 말복이었으니 지금은여름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 햇볕 사이에 연분홍색 익모초꽃이 피었습니다. 옛날 숙직실 뒷편 구석에 쑥과 비슷한 익모초가 한 포기 자라는 것을 봄에 보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내가 틀렸나 하고 옆에 계신 행정실장님께 여쭈어 보니, 익모초가 맞다고 하더군요. 익모초(益母草)는 이름 그대로 여성 즉 어미니를 이롭게 하는 약초입니다. 어릴적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께서 익모초를 찧어 그 생즙을 짜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쓰디쓴 그 물을 마시고 나면 이상하게도 입맛이 다시 살아났습니다.그렇게쓰디쓴 약초 익모초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탄스럽습니다. 선머슴같이 껑충껑충 뛰어다니던여자아이에게 찾아온 분홍 첫사랑같습니다. 익모초에 대한 전설을 찾아보았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아들 단둘이 살아가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잘 못하여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팔 다리가 저리고 배가 아파 늘 고생하였습니다. 어머니의 병은 아들이 열 살이 넘도록 낫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안 곗날이어서 지리산 뱀사골을 다녀왔다. 일년에 한번 모여서 얼굴이나 보자고 하면 시작한 계가 이제는 인원수가 40-50명을 넘어 통째로 빌린 민박집이 잔칫날처럼 시끄럽고 소란하였다. 운무가 휘감은 지리산과 아름다운 뱀사골 계곡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실상사에 들렀다. 실상사는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을 마주하고 지리산의 웅장한 산자락이 감싸안은 들판에 세워진 절집이었다. 입구에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돌장승이 인상적이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시골남정네같아 보이기도 하고 장난기 많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보이기도 하여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실상사로 올라갔다. 실상사 앞에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 백련이 함초롬하게 피어나서 보는 이를 즐겁게 하였다 불사 중이어서 다소곳하게 아름다운 절집을 감상하기는 어려웠지만 늘씬하고 아름다운 통일신라시대 석탑과 멋진 석등 그리고 흰 배롱나무꽃이 눈부시게 피어 여름향기가 아른아른 풍겨나왔다.
어제 저녁 드디어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D-War)를 보러 갔다. 며칠 전부터 두 아들이 보고 싶어한 영화이기도 하고, 나역시 한 때 우리나라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사람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소재가 우리나라 이무기의 전설이 바탕이 된다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아이 아빠 퇴근시간에 맞추는 것과 저녁밥을 어렵게 해결하고 네 식구는 모두 영화관으로 향했다. 첫날이어서 앞에서 네 번째 좌석 밖에 없었다. 조금 가깝기는 해도 시간에 맞춘것에 감사하며 영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첫부분에 등장하는 한국의 민속화와 용그림이 외국배우들에 의해 소개되니, 나도 모를 뿌듯함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우리 나라의 풍광이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이 영화가 전통드라마가 아닌 SF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용서가 되었다. 줄거리는 아주 오랜 옛날 우주에는 천상을 지배하는 용과 그를 후계하기 위해 수행하는 이무기들이 있었다. 이무기가 하늘의 용이 되기 위해선 가장 순수한 물질, 여의주가 필요했다. 현재로부터 500년전, 한반도의 조그만 마을에 여의주를 품은 한 '나린'이란 이름의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때를 기다리던 악한 이무기 '부라퀴'는 여의주를 취하여 천상을
학교 옆 강둑에 달맞이꽃이 아침나절 환하게 꽃등을 켜고 있습니다. 흐린 날씨 덕분에 그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어 즐거운 날입니다. 달맞이꽃은 그 이름처럼 저녁 무렵 달이 떠오를 때면 피어나는 야생화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는 아니고 귀화 식물인데 키가 멀대처럼 커서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여름 저녁 무렵에 피는 동그랗고 노오란 꽃은 수줍은 소녀 같아서 참 어여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달맞이꽃은 여리게 안개비가 내린 아침에 보는 것이다. 햇살이 비치면 금새 시들어버릴 꽃이 안개비에 젖어서 애처롭게 피어 있는 모습은 처연하게 아름다워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유혹에 못 이겨 노란 한 송이 꺾어들면 고운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맑고 청아한 향기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이 피고, 그 꽃마다 꽃내음도 참 다양합니다. 모란은 현란한 색채와 크기에 어울리게 숨이 막힐 듯 짙은 향기로 다가서고, 흰색의 꽃으로 피어 노란꽃으로 지는 금은화꽃은 고운 세모시 한복을 입은 전통 미인처럼 다정하고 따뜻한 향기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저녁 무렵 시골처녀처럼 수줍게 피어나는 분꽃은 여릿여릿 처음 화장한 처녀에게서 나는 분내처럼 묘하게 마음을 당깁니다. 젊은 연인처럼 상쾌
아침에 경남 함안군 법수면의 길가를 따라 심어진 나라꽃 무궁화를 보았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푸른 들판 사이의 길가에 핀 무궁화를 감격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잘 가꾸어진 무궁화 한 나무 마다 몇 백송이의 크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을 이야기하라면 무궁화를 말합니다. 아니 무궁화 예찬론자입니다. 무궁화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꽃이 얼마나 멋진 꽃인지 내내 열을 내어 설명합니다. 이런 제 마음과 달리 요즘은 무궁화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길가 심어진 꽃을 본다고 해도 가꾸지 않아 덩굴이 타고 올라가서 꽃조차 보이지 않은 나무가 많고요. 얼마나 속이 상한지 모르겠습니다. 무궁화는 가꾸기가 어렵지 않은 꽃으로 조금만 돌보아 주면 초여름 부터 가을까지 매일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흰색 단심 계열의 무궁화를 좋아합니다.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 마치 흰 모시적심을 입고 찻물을 따르는 소녀같습니다. 분홍의 무궁화꽃은 사랑스러운 새댁의 연붉은 볼처럼 해사하고 곱습니다. 무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침의 한국의 나라꽃답게 아침을 사랑하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무수히 보석처럼 피어
강마을 중학교에서는 1학기말 고사를 7월 초에 치릅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의 손에 저마다 책이 들려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시험에 나올 문제를 예상합니다. 네 과목의 시험을 오늘 쳤는데 끝날 즈음의 학생들의 표정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생각보다 국어를 잘 쳤다고 현철이는 희희락락 하였고, 모범생 귀윤이는 두 개나 틀렸다면서 짜증을 내었습니다. 병래는 지금까지 국어시험 중 제일 잘 치렀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상훈이는 기술·가정 과목에서 많이 틀렸다고 도우미활동하면서도 걱정을 합니다. 시험 기간에 도우미교사는 참 난감하다. 학교에 도우미의 할 일은 쌓여 있는데도 시키지를 못합니다. 잡초라도 조금 오래 뽑을 것 같으면, “시험 못 보면 선생님 책임”이라며 엉뚱한 데다 화풀이를 하는 녀석들 때문에…. ‘진작 좀 공부하지!’ 이런 말이 입에서 맴을 돕니다. 2학년 반장 상정이는 이번 주 도우미입니다. 상정이와 도우미 활동을 같이하면 교사인 저는 참 좋습니다. 말없이 궂은일도 척척 해치우고,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면이 친구들 눈에는 영농후계자처럼 보였나 봅니다. 학생들이 부지런한 농부 같은 상정이에게 '
학교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예전 사진 몇 장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희 학교 옆을 휘돌아 흐르는 남강엔 다리가 건설되지 않아 학생들은 아침이면 이렇게 나룻배를 타고 등교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송도나루입니다. 사진촬영을 위해 나룻배에 앉아 있는 학생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뒤에서 모여 구경하는 잔치 같았던 체육대회에서 부채춤을 추는 여학생들과 수학여행 중에 찍은 사진, 사격 시범을 보이는 학생들과 관람중인 아이들 .... 그 때 그 시절 사진을 모아보았습니다.
강마을의 하늘은 흐립니다. 그리고 이따금 비가 내리고 드문드문 여우볕이 나옵니다. 안개비 짙은 아침이면 유난히 고운 달맞이꽃이 길가에 노란 등불이 되어 출근길의 절 기다립니다. 아닙니다. 사실은 제가 더 보고싶어하지요. 며칠 전 발가락에 상처가 났습니다. 그런데 이 상처를 그대로 방치했다가 곪아버렸습니다. 무지한 제 행동으로 인해서 열이 나고 가래톳이 생겨서 한밤중 응급실로 가서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작은 상처 하나도 이렇게 방치했다가는 얼마나 심한 일을 당하는지 호되게 경험하였습니다. 그래서 옛어른들은 매사에 작은 일이라도 미리미리 처리해 두어야 다음에 힘들지 않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출을 하거나 무슨 사고를 일으키기 전에 학생들은 우리들에게 작은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스스로 도와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수업시간에 산만하기도 하고, 이유없이 반항을 하기도 하여 자기가 괴롭다는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행동으로 계속 교사에게 부모에게 보여주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이러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야단을 치거나 벌을 세우기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교사는 레이
장마기간이어서 강마을은 온통 물냄새로 가득합니다. 흐린 하늘엔 무수한 잠자리가 날아오르고 주황색 원추리꽃이 화단 기슭에 피어났습니다. 원추리는 제가 좋아하는 여름꽃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옛 여인들은 규방 가까이 원추리를 심었다고 합니다. 원추리는 여인의 꽃으로봄철 연두빛새싹은 나물로 무쳐먹거나 된장국에 넣으면 맛있는 반찬이 됩니다.그리고 여름철 주황과 노랑의 어여쁜 꽃이 피면 그 꽃을 따서 밥과 같이 지어 먹었다고합니다. 그러면 밥색깔이 노랗게 변해서 참 곱다고 합니다. 원추리는 우리 말로 근심을 풀어주는꽃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은 여인들의 사랑을 받은 꽃입니다.원추리는 한자로는 훤초(萱草)입니다. 원추리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편에 나온다. “어디서 훤초(훤草)를 얻어다 뒤꼍에 심을까[焉得훤草, 言樹之背]”라고 했다. 여기 보이는 훤초(훤草)가 바로 훤초(萱草) 즉 원추리이다. ‘훤(훤)’은 잊는다는 뜻이다. 원추리의 다른 이름은 망우초(忘憂草)다. 근심을 잊게 해 준대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술이기(述異記)』라는 책에는 오(吳) 지역에서는 이 꽃을 근심을 치료해 준다는 뜻으로 요수화(療愁花)라고 부른다고도 적혀 있다. 정민/문화와 나 20
아침 등굣길에 보니 1학년들이 뭔가를 희희락락거리며 들고 오고 있습니다. 신이 난 표정으로 저희끼리 뭐라고 확인하는 것을 보니 아마 조리 실습에 쓰이는 것인가 봅니다. 기술가정 담당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실습 주제가 '달걀을 이용한 창의적인 요리'라고 합니다. 기본 실습 외 저희끼리 창의적인 요리도 만들어 본다면서 아이들의 기대가 대단하고 전합니다. 이층 기술가정실에서는 오후 내내 무엇인가를 만드는 냄새가 온 학교를 휘감고 있습니다. 수업하러 가는 길에 슬쩍 보니, 앞치마에 머릿수건을 한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이 전문요리사보다 더합니다. 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2학년과 3학년 남학생 몇 명은 쉬는 시간마다 그 앞을 얼쩡거리며 나중에 좀 달라는 눈짓을 1학년 동생에게보냅니다. 꽤 요란하고 시끄러운 몇 시간의실습을 모두 끝내고 평가 시간이 되자, 선생님들 앞에 자신들이 만든 요리접시를 들고 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쟤들이 만든 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모두 속으로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자랑스럽게 차려놓고 선생님들께 평가를 해 달라고 하면 선생님들은모두 환하게 웃으며 하나씩 입에 넣지만 표정은 천차만별입니다. 지난 해 조리실습을
아침에 귀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분홍의 꽃을 매달고 선 자귀나무입니다. 여름이 시작된 남쪽 땅엔 거의 모심기가 끝나갑니다. 학교 근처의 논들도 수박하우스를하는곳을 빼고 찰랑찰랑 물이 넘치는 논에 모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무논 옆 산 언저리에는 참 예쁜 우리의 여름 야생화 자귀나무꽃이 피었습니다. 자귀나무꽃이 피면 반갑습니다.마치분홍빛 털이 공작새 깃털처럼 보슬보슬 자귀나무꽃이 어여쁘게 피어있었다. 자귀나무는 '사랑나무', '합환목' 이라고도 불리는 여름철 야생화입니다. 공작깃처럼 고운 분홍빛 꽃도 예쁘지만잎도사랑스러운 나무입니다. 자귀나무의 잎은 밤이면 마주난 두 잎이 꼬오옥 안고 자다, 아침이 되기 무섭게 내숭스럽게 떨어지는... 그래서 자귀나무를 안마당에 심어놓으면 그 집 부부의 금슬이 좋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내일이 단오이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우리 야생화를 소개하면서 첫 수업을 시작하려고 자귀나무에 대한 내용을 찾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붉은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꽃과 저녁마다 서로 맞붙어 잠을 자는 잎이 매우 인상적인 나무다한자로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등으로 부르며, 이 나무를 집 앞에 심으면 가정이 화목해
조금 있으면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강마을은 6월의 뜨거운 열기가 바깥에서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초록빛으로 변한 들판에는땅내맡은 어린 모들이줄을 서서 자라ㅏ고 있습니다. 이렇게 첫여름이 손짓하는 6월의 아침, 강마을 중학교 교무실에서 잠시 차를 한 잔 마시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학교라는 바쁜 일상에서는 차분하게 앉아 제가 좋아하는 녹차를 우려 마시기는 좀 곤란하고, 그냥 일인용 다기에 한 줌의 차나 아니면 티백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십니다. 마음에 아련아련 보랏빛 수국이 꽃구름처럼 피어날 것 같은 오늘 아침에는 쟈스민차를 마셨습니다. 짙은 이국의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아는 분이 중국을 다녀와서 선물한 것으로 '말리화'라 불리는 쟈스민 꽃향기가 스민 화차(花茶)를 마실 때면 김혜린 씨가 그린 만화 비천무에서 나왔던 '설리'의 안타까운 사랑이 생각납니다. 설리의 춤 속에 섞여나던 말리화 향기, 그리고 슬픈 사랑이 향기롭고 아련하여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차 향기는 산사 풍경소리가 어우러진 깊은 차입니다. 십여 년 전 오랜 벗이 출가할 즈음 저 역시 도심의 절집에서 학생회의 지도교사로 있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엔 눈 맑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