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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⑩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비하자

우리나라 학생, 학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상급학교 진학이다. 공교육 기관이든 사교육기관이든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설명회에는 학부모와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정기 고사가 치러지는 때가 되면 학교는 한 등급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치열한 예비 입시를 치루는 전쟁터가 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열의를 보면 단순히 교육의 수요자라기보다는 상급학교(敎)라는 종교의 ‘신도’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공급자인 학교 또는 교육 관청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교육 수요자들만큼 과연 치열한 경쟁과 노력을 하고 있는가’하고 자문하게 된다. 명문고나 명문대는 새로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부동의 자리를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며, 선발 방법에 대한 제도적 제한 등을 이유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교육 수요자만큼은 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공교육기관 역시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는데 적극적이지 못하다. 수요자들의 판단은 냉정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된 학생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노력하는 것만큼 학교도 노력해 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최근 보도를 보면 미국 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은 2005/2006년 학기에 모두 5만8847명으로 인도, 중국에 이어 3위이고 증가율은 10.4%에 달해 주요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더 좋은 교육이 있다면 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 우리 교육 수요자들의 현 주소임을 공급자들은 깊이 느껴야 한다.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고 있는 교육 수요자들은 우리의 사정을 봐 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학의 영역을 우리나라에 국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교육 담당자들은 받아 들여야 한다. 세계적 교육 기관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열망을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 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6만 명에 달하는 소중한 우리 인재들에 대해 우리 공교육 기관은 그 학생들이 유학을 가는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 중에 귀국한 사람이 1995년에는 69.5%, 2002년에는 48.7%였으며, 최근에 과학 기술 분야 박사 학위 취득자에게 귀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73.9%가 미국에 남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부분 자신과 부모님들의 노력 사교육 기관의 도움으로 공부했기에 특별히 국가에 대한 고마움이나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인정하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리나라 공교육 기관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과 함께 고등학교에서 그리고 대학교에서 더 큰 세계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안내와 배려를 해 줘야할 때가 된 것이다. 교육과정과 진학 지도에서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비하여 우리의 소중한 인재들을 포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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