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학교 교실에 들어서면 보이는 급훈. 거기에서 우리는 ‘근면’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곤 했다. 우리의 어른들은 한 여름 나무 그늘에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베짱이에 비해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개미의 우화를 들려주시면서 부지런함과 근면함을 일깨워 주셨다. 개미처럼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공부하고) 일사불란하게 목표 달성을 위해 묵묵히 일만 하는(공부만 하는) 삶을 모범적인 삶의 제 1원리로 늘 제시해 주셨다. 60년대와 70년대 산업화 완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할 우리나라는 이렇게 교육받은 당시 청년과 어른들의 ‘부지런함’으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고, 그 ‘신화’는 우리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개미의 근면신화는 글로벌 시대에도 제 1원리로 강조되어야할까.
이젠 개미의 부지런함, 개미의 일사분란함 만으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 없이 주어진 길만 따라 무조건 일만 열심히 하는 개미의 근면 신화만으로는 정보화 사회에 적응해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은 이제 거미형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거미는 엉뚱하다. 개미가 집단적으로 먹이를 찾고 먹이를 나르고 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는 동안 거미는 당장은 필요 없어 보이는 거미줄(web)을 치는 일에만 몰두한다. 개미와 거미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개미는 조직 안에서 그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형 존재인데 반해, 거미는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이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Network를 만들어 내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미가 명령과 복종, 지시와 순종의 피라미드 사회를 형성하는데 반해, 거미는 각자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거미와 같은 독립형 인간,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NQ)이 글로벌 교육 패러다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사회구조가 산업화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면서 조직의 단결보다는 개인의 역량, 특히 네트워크를 뻗쳐 어떤 지식이나 정보, 혹은 정보를 갖고 있는 지식인과도 연결될 수 있는 역량 즉 Networking Power가 큰 가치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Networking Power를 갖는다 함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자유자재로 검색할 줄 아는 디지털 학습능력을 의미하며, 동시에 나를 중심으로 함께 고급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극적 의미에서 Network를 형성한다는 것은 남의 도움을 수동적으로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 나의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가 남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생각이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생각 지식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Communication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우리의 제자들을 개미형 인간에서 거미형 인간으로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나의 생각이 담긴 나의 거미줄(web)을 만들지 않으면 남이 쳐 놓은 거미줄(web) 속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