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첫 친구가 생겼어요=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가족과 충분한 애착을 경험해야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형성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정과 사회 속에서 '관계맺음'에 대한 개념을 규정하고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세대간의 관계를 배워서 자연스레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김숙경/ 한울림 ▶진성이와 엄마의 행복한 책읽기=아들이 쓴 독서노트에 엄마가 평을 쓴 책. 주인공 진성이의 어머니는 독서지도사 강습을 받아가면서까지 아들에게 꿈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독서지도를 몸소 실천한다. 163편의 독서노트가 들어있으며 문학, 전기, 신화, 역사 등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아들의 독서행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간 어머니의 노력과 지혜가 담겨있다. 노진성·이문순/ 인간과자연사 ▶아틀리에 탐험기=어린이를 위한 화가와 그림이야기.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20세기 사진과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만드는 방법과 도구를 설명했다. 전문적인 내용은 걸러내고 어린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만 집어넣었다.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함께 미술 작품이 만들어진
서울예술단(예술감독 신선희)은 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뮤지컬 ‘태풍’을 공연한다.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환상과 사실이 교차하면서 화합을 통해 새시대의 희망을 그린 걸작이다. 이를 우리 연극계 최고의 흥행연출가로 꼽히는 이윤택씨가 한국적으로 각색, 연출했다. 이씨는 “철지난 인문주의자의 깃발이 얼마만큼 이 시대에 통용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무대를 준비했다”면서 “난삽하고 시끌벅적한 이 시대에 강요하지 않고, 잘난체 하지 않는 한편의 셰익스피어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출의도에 따라 이씨는 막중한 느낌을 주는 정면무대를 피해 무대를 사선으로 길게 늘어뜨려 관객들이 편하게 볼수 있도록 배치했다. 또 바위섬 등의 소품도 앙증맞게 배치하고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기 보다는 전체의 앙상블을 중시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 역을 맡은 유희성, 미란다 역의 이승희, 퍼디넌트 역의 홍경수씨의 노래와 연기가 두드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선희 예술감독의 화려한 무대와 체코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의 음악도 아름답다. 안무 박일규. 02-523-0986
##크리스마스 상식& etc...## 매년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똑같은 레퍼토리가 포장만 슬쩍 바뀐 채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올해도 TV는 '나 홀로 집에'를 방영할까. 10여 년 넘도록 변함없이 7살에 머물러 있는 맥컬리 컬킨도 이젠 좀 자라게 해주면 안되려나. '다이하드'는? 런닝셔츠 바람으로 환기통을 기어다니고 맨주먹 붉은 피로 수십 명의 악당을 무찌르는 브루스 윌리스여, 부디 올 크리스마스엔 편히 쉬시기를. 지루한 도돌이표일지라도 존 그리샴처럼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할 수도 없으니 불평은 접어두자. 교실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지 않은가.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상식과 해프닝을 모았다. #O, HOLY NIGHT 크리스마스에는 왜 양말을 걸어두는 것일까? 주머니도 있고 가방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좁디좁은 양말인가 말이다. 양말의 기원은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터키의 니콜라스 주교. 사람 좋은 이 주교는 어느 날, 가난한 귀족의 세 딸이 구혼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정을 듣고는, 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몰래 도와줄 방법을
겨울 방학을 노리고 찾아오는 블록버스터 전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평양에서 온 고분벽화와 유물을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고구려!'를 비롯 현대조각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는 '오귀스트 로댕-위대한 손'전, 그리고 ‘달력 그림’‘이발소 그림’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복제품을 만들며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양화로 자리잡은 '밀레전'까지…. 놓칠 수 없는 '빅3' 전시회를 둘러봤다. #특별기획전-고구려!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 서울에 온 북한의 고구려 유물과 유적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고분벽화와 유물'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특별전시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에는 '연가7년명일광삼존불' '불꽃뚫음무늬금동관' 등 북한이 자랑하는 국보급 유물 4점을 비롯해 북한 전문가들이 복원한 벽화무덤, 청동 기마상 등 모두 3백11점이 출품돼 한민족의 웅건했던 기상과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공동 전시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경대 서길수 교수는 "영강7년명금동관배 등 북한의 국보 문화재 4점뿐 아니라 나머지 진품 유물 26점도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
우리나라보다 성평등 정도가 높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은 OECD 8개국.(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핀란드 스웨덴) 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고등교육 취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이들 국가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평등 교육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최근 발표된 OECD 교육지표를 토대로 8개국의 여성교육 현황과 성평등 교육정책을 비교·분석했다. #고등교육기회 고등교육기회의 수혜 및 성별 격차는 비교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높은 취학률을 보인 미국의 경우 여성의 취학률이 92.0%, 남성 71.0%로 여성의 취학률이 21% 포인트 더 높다. 미국은 물론 스웨덴(14% 포인트), 프랑스(12% 포인트), 핀란드(12% 포인트), 호주(6% 포인트)도 고등교육 기회가 여성에게 더 많이 열려있다. 상대적으로 일본과 독일은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가 남성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기관에 재학하는 학생의 성별분포 또한 스웨덴 미국 프랑스 호주 등의 국가는 여학생 구성비가 55%, 영국과 핀란드도 50%를 넘는다. 독일과 일본은 각각 45.3%, 36.2%로 일본의
“나? 굉장했어. 내가 무너져? 아직 멀었어” 주용욱 부산 전포초등교 교사. 그는 30년을 한결같이 연극판을 지켜온 '배우'다. 그러나 연극을 자신의 이름 내세우는 수단으로 삼은 적 없고, 화려한 조명 아래 한 번도 어깨에 힘주며 뻐겨본 적 없다. 연극배우, 주용욱. 그가 아서 밀러작 ‘세일즈맨의 죽음’의 윌리가 되어 무대(4~7일·부산교대 소극장)에 섰다. 그리고 이 시대 중년들에게 외친다. “아직 멀었어, 죽어도 못 죽어”라고. 회색 중절모, 회색 양복을 입고 회색 도시를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대. 한 줄 실오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몸짓. 그러나 여의치 않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 연극배우 주용욱(56). 그가 중년의 세일즈맨 윌리를 만난 것은 15, 6년 전이었다. 대학시절(1971년) 우연찮게 부산교대 교사극단 한새벌에 발을 디딘 이후로 연극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재부 극단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인상깊은 작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1940년대 미국사회를 살아가는 중년남자의 비애. '늙고 무능하다'는 죄목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자식들에게마저 홀대받는 아버지 윌리. 그때는 윌리의 고뇌가 깊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시절
가식 없이 굵고 건강한 선은 오윤 목판화의 상징이다. 제작이 싸고 쉽기 때문에 칼을 잡고 나무를 팠다는 오윤. ‘애비’ ‘칼노래’ ‘대지’ ‘아라리요’ ‘모자’(母子)…. 그의 목판화는 이 땅을 살아가는 이들의 한과 설움, 질긴 생명력, 신명으로 살아 움직인다.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는 '오윤 회고전'은 지난 96년 10주기 추모전 뒤 처음 마련된 작가 개인전으로 자연 친화적 서정이 흐르는 판화와 질박하고 토속적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테라코타 등 40여 점이 선보인다. 오윤은 일상의 콧등 시큰한 몰골을 그대로 떠냈던 사실주의자였다. 그에게 미술작품이란 가난한 자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몸짓이었으며, 그들이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 자체였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 서서 허무하고 비통할지라도 다시 살아야겠다고 일어서는 민중의 본능적 힘을 익살스럽고 낙천적으로 묘사했다. 현실을 '칼'같이 비판할지라도 늘 '춤사위'가 흘렀던 그의 판화는, 그래서, 오래 살아남을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문의=(02)725-1020
*대학 자율화·특성화 이 후보는 '대학의 자유와 자치'를 보장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력의 토대로서 대학의 자유와 자치를 강조하고 있고, 선언적 의미로서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임을 밝히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 전제를 대학의 자유와 자치에 두고 있음은 대학의 정신과 본질을 중시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자유와 자치를 보장하는 정책수단이 나타나 있지 않다. 노 후보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자율과 다양성을 향한 교육'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본방향 설정에 있어서는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자치라는 개념만큼 모호한 것도 찾기 어렵다. 우리의 현실에서 자치의 의미를 무엇으로 보아야 하며, 각 당에서 보는 자치의 개념이 무엇인지가 모호하고, 따라서 구체적 실천 가능한 개념으로 재규정하는 작업이 요청된다. 또 이 후보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누어 지방대학의 다양화, 특성화를 적극 유도하고 일류 대학을 육성한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노 후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으로 대학별 특성화를 유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대학의 특성화를 강조해 제시하고 있다. 대학
#교육관, 학교관, 교육정책관 이 후보는 우리 교실이 붕괴되었다고 진단한다. 붕괴된 교실과 학교를 살려 학생들에게 인성과 창의성을 조화롭게 향상시키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학교를 살린 대통령"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율과 책임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일선 학교, 지역 교육청, 그리고 대학 경영을 자율화하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학교 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하고 학교에 대한 사후 평가도 실시한다고 한다. 노 후보는 국가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을 형평성과 자유의 확충, 그리고 연대와 협력의 가치 강조로 설정했다. 교육의 형평성은 소외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 차별 시정 정책을 강조한다. 자유는 개인의 성장 기회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교육에서 자유를 보장하면 형평성이 깨질 수 있다. 이 후보는 연대와 협력을 세 번째 가치로 강조함으로써 자유와 형평성 원리간의 갈등을 절묘하게 봉합했다. #사교육비 두 후보 공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 후보는 사교육비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고, 노 후
대통령 후보를 검증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치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일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국교총(회장 이군현)과 한국교육행정학회(회장 노종희)가 교총 대회의실에서 공동 개최한 '2002 대선 교육공약 진단 토론회'는 이회창, 노무현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교육정책 공약 분석을 통해 검증하는 자리였다. 초·중등교육 및 교원정책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진동섭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두 후보가 한결같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교육 강조가 교육정책 공약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지, 득표 전략상 그런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선거운동 중 공약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꾸는 후보가 전략적 차원에서 교육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며 "현명한 선택을 위해 교육공약을 심층검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등교육과 교육행·재정 분야에 대해 주제발표한 정영수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후보는 균형 있는 공약과 이념적으로 방향 설정이 잘 되어 있고 실천방안들을 이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노 후보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 유도를 밝히고 있고, 국립
최근 몇 년간 되풀이되는 수험생의 성적비관 자살. 2003년도 대입수능에서도 예외 없이 학생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수험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은 교육정책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까, 아니면 고등교육의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국가의 지적 파탄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주곡일까. # 대중 영합’교육이 도쿄대를 망쳤다 ‘도쿄와 삿포로 사이의 직선 거리(831㎞)’가 100㎞ 이하? ‘지구 둘레(4만㎞)’가 6000㎞에서 1만㎞? 농담이 아니다. 일본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다는 도쿄대, 그것도 이과 학생의 일상 추정치라면, 저자가 이들을 ‘바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평론가인 다치바나 다카시 씨는 뉴턴의 역학도 모른 채 기계공학을 전공하려 하고, 의사지망생 중엔 고교시절 생물과목을 배우지 않아 중학생 수준의 생물지식을 지닌 경우도 있다고 폭로한다. 저자는 이것이 문부성 탓이라고 진단한다. 1980년대 이후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융통성 있는 교육'을 실시한 것이 심각한 학력저하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고교 이수과목을 줄이고 대입수험과목을 대학별 학과별로 자율화했으니 고교생들이 폭넓은 지식을 쌓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974년 7월 소설가 폴 오스터는 친구에게 1962산 타자기를 헐값에 샀습니다. 그때부터 쥐색 몸통의 수동타자기는 오스터가 두드리는 모든 단어들을 종이에 찍어나갔지요. 일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났지만 고장 하나 없었다네요. 청소하려고 가게에 들고 간 횟수는 대통령 선거를 한 횟수보다도 적었고요.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가 나왔을 땐 친구들이 손가락 한번 잘못 눌러 원고를 몽땅 날려버린 끔찍한 사연을 들려주었답니다. 기계치인 오스터는 당연히 타자기를 고수했지요. 80년대가 가고, 90년대를 지나면서 친구들은 그를 고집쟁이 늙은 염소라고 놀린답니다. 이제 타자기는 절멸 위기에 처한 희귀종이며, 20세기의 마지막 인공기념물이 되었으니까요. 도구였을 뿐인 녀석에게 이젠 각별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녀석의 종말을 감지한 오스터는 수소문 끝에 타자기 리본 50개를 구입했습니다. 마지막이란 생각에 쓰기도 조심스러워 잉크가 다 닳아 종이에 글자가 잘 안보일 때까지 타이핑을 한답니다. 타자기를 사랑한 작가는 많지만 오스터 만한 매니아도 드물지 않을까요. '빵 굽는 타자기'에 이어 '나의 타자기 이야기'까지, 타자기를 소재로 한 책을 두 권이나 내었으니 말입니다. 타자기
한 여자가 빨간 원피스를 입은 채 사진을 찍는다. 사진사는 "뭐 오늘 특별한 날이라도 되는가"라고 묻지만 여자는 그저 사진이 없어서 찍는다고 대답한다. 꽃무늬 빛깔의 화사한 배경을 뒤로한 채, 여자는 소리 없이 울다 웃는다. 한 남자를 사랑했고 문득 그를 떠나보냈으며 가정을 벗어나 싸구려 음식과 시간제 일자리로 생계를 연명한다는 여자. 채 물기가 마르지 않은 여자의 뺨 위로 빛이 쏟아진다. 홀로 찍는 가족사진 한 장과 함께 그녀는 혼자 시작할 것이다. 결혼이란 제도에 발이 묶인 채, 무심하게 천천히 늙어갈 일만 남은 우리의 마음속에 꺼지지 않는 유일한 불씨, 언제나 매혹적인 위반에 대한 충동. 그것을 우리는 '불륜'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이젠 너무 흔해서 새롭지도 않은 '불륜'이라는 재료로 요리한 영화.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한 변영주 감독의 '밀애' 역시 그렇게, 그저그런 메뉴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격정 멜로'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맛을 보고 나니, '불륜 영화'라기보다는 '여성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여성이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며, 다른 세계로 날아가려는 욕망을
“그거 아세요? 오럴 섹스를 하는 부부들이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훨씬 덜 싸운다는 조사 결과가 있어요. … 광고업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성적 이미지를 끼워 파는 지 모르시죠. 아니, 노골적이라는 말이 더 맞겠네요. 먹는다, 빤다, 탄다, 한다…” 극단 산울림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무한히 원하지만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소심증을 가차 없이 비웃는 이 연극은 한마디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자 그 뿌리에 놓인 사랑의 통증을 철저히 해부하고 치료하는 과정이다. 김형경씨의 원작 소설을 전옥란 씨가 각색했고, 섬세한 여성심리 묘사에 특히 뛰어난 사실주의 원로연출가 임영웅 씨가 연출을 맡았다. 성불능인 남편과 이혼한 후 여러 남자를 거치며 육체의 감각을 소진하는 인혜(박지오), 그리고 대학시절 성폭행의 기억 때문에 남자에게 문을 걸어 닫은 세진(이항나). 인혜가 '폭식증'이라면 세진은 '거식증'이다. 두 여자는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갈등하다 진실한 사랑을 찾아 한국을 떠난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느끼는 사소한 상처를 못 느낄 거에요. 여성이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상처를 갖고 시작하는 셈이지요. 그래서 여성들이 무엇인가를 선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고들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편견을 확고히 믿는 경우가 꽤있다.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이 우리에게 후한 점수를 받아온 것도 바로 그 믿음 때문이다. 기계로 대상을 촬영하니 사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전달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있다. 사진은 생각만큼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사진은 촬영에서 인화에 이르기까지 촬영자의 개입에 따른 여러 편집 과정을 거친다. 결국 우리는 보게끔 의도된 것만 보는 것이다. 현대 사진은 사진에 대한 기왕의 이런 고정관념과 ‘미신’을 깨는 데서 그 동력을 얻었다. 그 현장을 생생히 전해주는 전시가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이다. 이 전시의 출품작가들은 인형이나 미니어처를 동원해 촬영하기도 하고, 사진작가 스스로 배우가 되어 상황을 연출해 촬영하기도 한다. 혹은 광고나 미디어의 이미지를 ‘재활용’해 촬영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들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의도를 드러낸다. 12월 18일 오후 3시, 사진작가 구본창과 함께 하는 전시장 투어를 비롯 12월 29일까지 전시를 관람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진공모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