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진해로 향했다.
진해는 중2때 군항제에 다녀온 이후 거의 매년 벚꽃을 보러 찾아가는 곳이다.
진해시로 가는 길목인 창원시 장복동에서부터 벚꽃터널이 이어졌다.
장복터널을 지나 진해파크랜드 앞에서 우회전해서 여좌천을 따라 내려섰다.
길이 끝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진해내수면연구소이고, 좌회전하면 로망스다리가 있는 여좌천과 만난다.
진해내수면연구소는 내수면 어업 진흥을 위한 조사 시험연구를 하는 기관으로 공식명칭은 ‘국립수산진흥원 진해 내수면연구소’이다.
1929년에 수산시험장 진해 양어장으로 출발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저수지 1개소와 야외사육지 50여개지, 실내사육동 2개동 등을 갖추고 있다.
저수지 뒤쪽에 펼쳐진 벚꽃이 아름답다. 저수지 위쪽으로 경남문학관과 진해시민문화회관, 장복산 주변의 벚꽃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수지 뒤쪽의 벚꽃나무 주변에는 쑥을 캐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봄풍경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수지에는 오리 등이 헤엄치고 노니는 풍경이 여유로웠다.
나오는 길에 야외사육지를 둘러보았는데 상어, 잉어, 붕어 등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었다.
300평 규모의 전시관으로 60여 종의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민물고기전시관도 있다.
1시간 정도 촬영을 한 후 ‘로망스다리’가 있는 여좌천으로 향했다.
내수면연구소 입구의 설영교 300m 아래에 있는 여좌천철교는 2002년 MBC드라마 [로망스]가 촬영된 후 ‘로망스다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곳은 드라마에서 채연(김하늘분)과 관우(김재원분)가 섬여행 후 다시 만나기로 했던 다리이다. 관우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만나지 못하고 채연이 기다리다 돌아간 곳이다.
드라마에는 잠깐 등장했지만, 드라마 시작시 나오는 타이틀 장면에 16회 동안 매번 등장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가고 싶어하는 다리가 되었다.
‘아니! 저게 뭐야?’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 다리는 더 이상 로망스다리가 아니였다.
작년 군항제까지만해도 드라마에 나온 장면과 똑같았는데, 그 다리를 뜯어내고 전혀 새로운 모양의 다리를 새로 놓은 것이다.
다리 난간도 더 높고 촘촘한데다 장식용 아치까지 만들어서 사진촬영시 멋진 벚꽃을 다리가 많이 가리고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못했다.
2002년 드라마 방영 이후 이미 10여 차례나 찾았던 곳인데, 너무나 허탈했다.
다리 주변은 꽃이 만개해서 절정을 이루는 터라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부신 선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다리는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데, 인사를 해왔다.
필자가 사는 상가주택 1층에서 미용실을 하는 사장님의 친형이다.
“벚꽃 촬영하러 오셨나 보네요.”
“네! 근데, 다리가 바뀌어서 영 사진찍을 맛이 안나네요.”
“그렇죠. 옛날 다리가 더 운치있고 좋았는데, 돈 들여서 더 망쳐놓았네요."
다리가 바뀌어서 영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열을 올렸다.
그렇게 헤어진 후 사진촬영을 하는데, 한 관광객이 코메디 프로의 유행어를 비꼬아서 한마디한다.
“인자! 이 다리는 로망스다리도 아니고, 로망스 촬영장소도 아녀!”
다리 입구에 세워진 ‘MBC 수목드라마 “로망스” 촬영장소’라는 안내판이 무색하다.
요즘 지자체에서는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는데, 진해시는 스스로 드라마 촬영장소라는 프리미엄을 돈을 들여서 망가뜨리고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예산낭비가 아닌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경화역을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