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속효(速效)를 바라는 제자에게 “근본이 서면 방향은 생겨나게 마련인데, 너는 자신의 한계를 긋는구나. (本立而道生, 今女劃)”라며 탄식했다. 분명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노릇하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원칙과 근본을 분명히 세우면 된다. 나머지는 자녀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면 된다.
옆집 아이들이 올해 고 1, 고 3 남학생들이다. 둘 다 성격이 좋고 예의가 바른 대한민국의 동량지재(棟梁之材)들이다. 그 부모와 마주치자면 부쩍 학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같이 차 한잔 하면서 일단 부모로서, 또 학부모로서, 그리고 수험생의 부모로 몇몇 가지 하기 어려운 충고를 했다. 명색이 교사의 말인지라 경청해줘 고마웠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담스럽네요”이다.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하여 차제에 옆집 부모를 위한, 아니 기실은 우리 모두를 위한 학부모 노릇의 핵심을 살펴보려 한다.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바로 이 학부모 노릇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때일수록 우선순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학부모라면 자신의 자녀들이 주체적인 자기주도의 공부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한다. 학교 수업에 최선을 다하게 하고, 더불어 학교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훈계하고 훈육해야 한다.
물론 자녀들은 이를 잔소리로 여길 수도 있다. 이때 솔선해 보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자주 책을 접하고 문화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며, 자녀와 더불어 창의적인 태도를 보여 주면 그것 자체가 교육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부지불식간에 이러한 부모들의 태도를 이어받게 되고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것은 생활 면담을 해보면 안다. ‘자녀는 부모의 틀림없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대학생도 필요할진대, 하물며 중·고등학생이라면 간섭과 훈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그 훈육의 정밀성이다.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훈계를 남발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자녀들이 공부할 때 어머니가 같이 독서하고, 쉬는 토요일 오후 아버지와 자녀가 같이 등산할 수 있어야 한다. 요는 가족 간의 소통 구조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것이다.
필자는 평소 두 아이와 여행을 많이 다녔다. 방학이 되면 첫째와 2박 3일, 둘째와 3박 4일 그리고 가족 모두와 4박 5일 하는 식으로 배낭을 메고 여행지를 돌아다녔다. 두 아이들은 현재 대학 졸업반과 신입생이다. 여전히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철없는 일면을 지니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족 관계와 친구 관계 등의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자의식과 인격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이게 자랑스럽다. 그러기에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를 그리고 교사라는 아버지의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 지면에 뜬금없는 가족 자랑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평소 가족 간의 유대감과 공감대를 가지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 자녀들의 인격 형성과 원만한 학교생활 그리고 학습 성취 향상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부모의 태도는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교사도 흠결이 많은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특정 교사에 대해 학부모들이 날카롭게 공격하게 되면 학생들은 해당 교사에 대해 아주 쉽사리 심한 불만에 감염된다. 이러한 일이 누적되면,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돌이키기 힘든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부모들은 집안에서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험담을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또한 자녀가 고 3이라면 입시 상황에 대해서 부모가 분명한 철학과 관심을 지녀야 한다. 부모가 일정한 안목을 가지고 대학 입시에 관한 정보를 모으되, 옥석을 가려 숙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교나 교사를 신뢰하고 대화의 통로를 분명히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개최하는 학부모 총회나 학교 설명회에 빠지는 우(愚)는 절대로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여기에서 학부모들은 그 학교의 교육 철학 더 나가서는 입시 지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지니고 있는 교육 소신이나 교육 지도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자녀들이 어떤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녀의 진정한 취향과 성향 그리고 실력과 적성에 맞게 담임선생님과 더불어 자녀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현명한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분명 대한민국에서 학부모 노릇하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원칙과 근본을 분명히 세우면 된다. 나머지는 자녀의 성향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면 된다. 공자는 속효(速效)를 바라는 제자에게 “근본이 서면 방향은 생겨나게 마련인데, 너는 자신의 한계를 긋는구나.(本立而道生, 今女劃)”라며 탄식했다. 학부모와 더불어 이 땅의 교사들이 가슴에 새겨 유의해야 할 만한 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