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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심장은 몇 ℃인가

12월, 또다시 학년 말이 되었다. 기온 뚝 떨어진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딸랑거리고 직장인들은 망년회 얘기로 의기투합을 한다. 학교도 기말고사가 끝나고 진학문제와 학년 마무리로 바쁘다. 그리하여 선생들은 나이스를 붙잡고 손가락이 뻐근하다.

선생은 그렇다 치고 학생들은 안녕한가. 아침에 까맣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꼭 무슨 콘서트의 방청객으로 오는 아이 같다. 왁자지껄 발걸음도 가볍다. 패션 가방을 매고 오는 아이, 빈손으로 오는 아이, 제각각이다. 가방을 맨 아이가 기특하다 싶어 물어보면 등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맨단다. 그리고 가방을 매야 패션이 완성된단다. 가방 속엔 달랑 책 한두 권과 머리빗, PMP가 전부인 아이. 여학생 가방에는 BB크림과 매니큐어, 헤어 스트레이터가 눈에 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천만다행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아이는 줄었지만, 학생 차림이 아니다. 머리를 퍼머하거나 염색하고 쉬는 시간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들. 교복이 아닌 패딩점퍼를 입고 멋스러워 하는 아이들. 아, 우리 선생들도 저렇게 입고 다녀볼까나. 자율이란 명분으로 일탈 한 번 누려볼까나.

학생들의 80% 정도가 이런 모습이라면 과언일까. 이제는 너 나 할 것 없이 그 흐름에 휩쓸려 모범적인 학생도 놀림당하지 않으려고 그 부류에 편승한다. 부모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물론 상관이야 했겠지만 아이에게 지고 만다. “저 나이에 저런 것 한 번 쯤 할 수도 있잖아요”, “요즘 애들은 못 이겨요”라는 입장이다. 선생도 마찬가지다. “요즘 애들은 다 그래요.” 선생도 손 들어버린, 총체적인 자포자기의 합작품!

고3들은 수능도 끝나 아예 학교에 오지도 않는다. 사실 올 필요도 없다. 와야 아무 대책이 없으니까. 수능 끝난 다음날부터 등교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 설령 순진한 아이 몇몇이 학교에 왔다하더라도 떠들다 간다. 선생들도 아이들의 그러한 모습에 개의치 않는다. 찾는다고 올 아이도 아니니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시간을 보내다 퇴근 준비를 한다.

아시아의 명문 대학들을 본 적이 있다. 교토대, 싱가포르국립대, 홍콩 과기대 등 그 안에서 공부하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눈길과 심장소리에 전율한 적이 있다. 젊은 나이에 알아서 미래를 준비하는, 그저 공부가 좋아 공부하는 이들의 눈매가 사뭇 가슴 찡했다. 저렇듯 고매한 정신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저 말초적 쾌감에 빙의되어 ‘순수 이성’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상당수 아이들.

물론 우리 주변엔 기특한 아이들도 많다. 통속적인 가치관에 젖지 않고 바른 정신으로 건실하게 공부하는 아이도 많다. 자식의 거울답게 부모가 반듯하게 살며 정말 삼나무처럼 멋있게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편협한 의미의 공부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정신을 말하는 것인데, 다수의 아이들은 숨 막히는 열정 없이 그저 스포트라이트만 받고 싶어 한다.

향료를 싼 종이에서 향기가 난다던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싸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선생이라는 사람들. 어쩌면 변화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채찍질하며 오늘날 교육에 탄식해야 하거늘, 너무 태연자약하며 산다. 교실에 들어가면 오만방자하게 구는 아이들을 꾸짖지 않고 구경한다. 선생으로서의 위엄을 가지고 아이들의 행실을 바로잡아주어야 할 텐데, 그게 아쉽다!

최근에 올라오는 신문 기사를 보면, 아름다운 미담도 있지만, 흉흉한 기사도 보게 된다. 어린 학생의 폭행이나 절도, 젊은이들의 무례한 언동들. 막 가자는 식이다. 실로 종교와 사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 애미 애비도 몰라보는 패륜적인 사회로 변질되었다. 아, 정말 이 세상의 부모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 세상의 선생들은 어디에서 무슨 환시(幻視)를 보는가.

올 겨울엔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 하나를 넘고 싶다. 세속의 도시를 벗어나 대관령 어디쯤에서 칼바람으로 살아가는 황태를 만나고 싶다. 눈 부릅뜨고 노려볼 뜨거운 목숨에 나를 질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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