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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필요한 교사들

가람 이병기 시인의 체취가 묻어 있는 전주 다가산(多佳山). 그 앞을 흐르는 냇물을 보며 나는 유년을 보냈다. 그동안 세상 여행을 하면서 많은 강을 만났고 섬진강에 이르러 아, 이것이 ‘강’이로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황하를 본 사람은 여타의 강은 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니 어쩌면 나는 ‘강’을 더 찾아다녀야 할는지 모른다.

추운 겨울날,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저들도 이제 동안거에 드는구나.’ 부질없는 나뭇잎 다 떨쳐버리고 호숫가에서 묵언수행에 드는 성자들! 오직 사람들만이 분주히 움직이며 떠들썩하게 살아가는 건가. 오늘도 사람들은 욕망의 그릇에 담긴 오욕칠정으로 몸살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늘 고요함에 머무르지 못하고 부스럭거린다.

학교와 거리에서 많은 학생을 만난다. 바다에 녹조현상이 번져가는 것처럼 어느새 아이들은 유형화된 차림을 하고 있다. 어디서 보았더라, 생각해보면 텔레비전에서 본 아이돌 가수의 모습과 닮아있다. 딱따구리처럼 머리를 꾸미고 패딩점퍼, 줄여 입은 바지에 명품 운동화. 여학생들도 뒤지지 않고 선정적이다.
선생의 모습은 어떨까. 선생도 부스럭부스럭 말한다. “이제 선생 해먹기도 힘들어. 애들이 말을 들어야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한두 학생의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낙엽처럼 우수수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손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선생은 수수방관, 갑각류처럼 움츠러든 채 개인적 일로 열정을 달랜다. 선생은 선생대로 하루를 이처럼 보내고 학생은 아바타의 세계에서 하루를 보낸다.

대부분의 교사들을 꿈을 접었다. 그 꿈을 누가 접게 했을까. 교사 자신에게 일부의 책임이 있다면, 나머지의 책임은 학교 경영자에게 있다. 혁신에 대한 마인드는 알고 있어도 현장에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 타개의 비전을 제시하고 공동체의 역량을 결집해 열정을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그들도 생각도 많고 변명도 많다. “요즘 선생들은 말을 안 들어 해 먹기 힘들어!”

경영자란 교사들을 인격적으로 감동시키며 교육목표를 구현해야 하는 리더다. 리더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실천한다면 가능하다. 교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 서번트 정신(Servant Leadership)으로 접근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정년을 앞 둔 교장이나 교감은 일을 벌이려 하지 않는다. 권위만으로도 편히 대접받으며 지낼 수 있으니까.

오늘날 선생에겐 꿈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학교에 대한 설레는 꿈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실 그 ‘감동이 강물처럼 밀려오는 학교’를 본 적이 있을까. 그저 샹그릴라(Shangri-La)처럼 미지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상적인 학교가 실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맞갖은 학교는 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감동하는 학교, 교사가 긍지와 보람을 느끼는 학교가 분명히 있고, 또 그런 학교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견물생심이라고 그런 학교를 수소문해 벤치마킹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영자와 교사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도약하는 학교도 있다. 선생이 아이를 가슴으로 만나고 미래를 심어주는 학교도 있다. 선생들이 컴퓨터를 끈 채 책을 읽고 교재를 연구하는 학교도 있다. 경영자들이 밤늦게까지 수고하는 선생들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학교도 분명 있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배’는 산으로 갈 것이다.

올 겨울엔 진정 교사들이 성찰해야 한다. 겨울나무처럼 호수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죽비 소리를 들어야 한다. 교육감부터 두꺼운 옷과 편견을 버리고 현장을 MRI로 스캔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도 승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겨울나무를 묵상해야 한다. 또한 따뜻한 교장실에 앉아있는 경영자들도 집무실에서 나와 차가운 교실과 복도를 다니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생이 ‘교사론’을 다시 읽어야 한다.

요즘은 업무경감에 관한 설문조사다, 교원평가다, 늘어난 업무로 머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 것인가. ‘감동이 넘쳐 눈물겨운 학교’는 정말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올 겨울엔 황하를 건너 ‘샹그릴라’를 찾아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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