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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교실 – 우리는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요즘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려면 곤욕을 치르기 일쑤이다. 갈수록 이러한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급작스러운 체벌 금지, 학생 인권 조례 설정 등의 여파가 낳은 교실 분위기의 변화는 수업의 지형지세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다시 여름 방학이다. 유난히도 긴 장마 끝에, 폭염이 내리쬐고 있다. 영혼을 녹일 듯한 이 찜통더위는 2011년 지금 우리가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알려준다. 지난 시절 내게 거개의 방학은 독서와 여행 그리고 다음 학기를 위한 교재 준비 등으로 충당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비록 방학 중이라 해도, 학교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수업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폭염을 뚫고 와야 하는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에의 출석률과 집중도가 매우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이나 교사가 서로 원해서 선택하고 만들어진 수업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진지한 태도와 질문, 그리고 수업 내용에 대한 서로 간의 교감으로 인해 수업 시간은 훌쩍 지나가곤 한다. 수업을 앞두고 가볍게 설레기까지 한다. 그 진지한 분위기와 수업 공간으로서의 현장 교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굳이 방학 중의 방과후수업을 언급한 것은 학기 중 수업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학기 중의 수업이 그 양태가 많이 다르다는 점은 췌언(贅言)을 요하지 않는다. 요즘 교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실 안에서 수업을 진행하려면 곤욕을 치르기 일쑤이다. 이는 공·사립을 불문하고, 초·중등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예전과는 현저히 달라진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문제이다. 갈수록 이러한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한 시간의 수업 동안, 수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너무도 많다. 그 중 일등 공신은 우선 휴대폰, 스마트 폰 등 전자 기기들의 교실 유입이다. 여기에 체벌 금지, 학생 인권 조례 설정 등과 같은 외부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 교육적 조치들이 불을 붙였다. 이로써 순식간에 기능화되어 버린 교사들의 권위 추락이 난장판 교실을 만든 결정적 주범이 되고 말았다.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을 진정해 앉히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들다 보면 5분, 10분은 금세 흘러가 버린다. 수업 과정에서도, 기가 막힌 양태들과 대면하게 된다. 휴대폰이 무음으로 진동한다. 엎드려 졸고, 창밖을 내다보기도 한다, 하품과 기지개를 켜기도 하며, 책상 밑에서 몰래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도대체 교사를 무서워하지를 않는다. 물론 수업 진행을 위해 매섭게 혼내고 다잡아도 본다. 문제는 일정 부분은 과감하게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전체 수업의 맥을 이어가질 못하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체벌 금지, 학생 인권 조례 설정 등의 여파가 낳은 교실 분위기의 변화는 수업의 지형지세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오해를 없애기 위해 언급하지만 난 기실 오래된 체벌반대론자이다. 체벌을 통한 역효과도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난 체벌옹호론자들의 입장도 아주 소중하게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잠시 화제를 돌려 보자. 내 중․고 시절은 대량 교육이 이루어지던 은혜의 시기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폭력이 난무하던 야만의 시대이기도 했다. 공립중 시절의 음악 시간, 계명창을 제대로 못 한다며 까까머리 위로 무수히 쏟아지던 몽둥이찜질 – 그것은 그 자체가 한 편의 호러 영화였다. 사립고 시절의 물리 시간, 수업 시간에 키득거렸다며 불려나온 급우들을 변명하던 내게 가해진 폭력 – 그것은 죽음을 예감하던 린치였다. 이 사건들은 내 평생의 트라우마이다. 교사가 된 이후, 난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을 체벌한 적이 없다.

하지만 체벌 금지가 이런 방식으로 시행된 것에 대해서는 깊고 깊은 유감을 지닌다. 너무도 일방적이고 급작스럽게 실시됐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깊고도 광범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그리고 교육 관련 당사자들의 공청회를 통한 심사숙고, 이어서 예비 시행 등의 충분한 시간적 유격을 충분히 두어 마지막 순간까지 ‘간 보기’를 하며 진행되어야 했을 아주 중차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교실이란 교사가 쓰러져야 할 최후의 장소라고 굳게 믿는다. 학교 교실이 살아야 학교가 산다.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교육이 살아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산다.

공자는 “나는 배움에 싫증 내지 않으며, 가르치기에 지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교사의 직업적 자부심과 ‘교학상장’이라는 교육 현장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요절이다. 나는 이 말의 고귀함을 믿는다. 그러기에 방학 중인 오늘도 교실을 향해 뚜벅뚜벅 우보(牛步)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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