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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디지털화 – 문명의 이기인가, 욕망의 맷돌인가

"전자교과서의 편리함과 정보 검색의 유익성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편리함과 유익성은 사용하는 자의 온전한 의식이 담보될 때만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생각해 보자. 요즘 학생들은 온갖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어 ‘정신줄’을 놓고 있다"

올여름 긴 장마 끝의 폭염과 예기치 않은 호우 그리고 태풍의 북상 등 온갖 기상 이변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환경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 아닌가 한다. 난 지금 제주도에서 잠시 휴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장흥에서의 배편을 위해 내려오는 도중, 부여 부근에서 엄청난 국지성 호우에 휘말려 휴가 자체를 포기할 뻔했다.
 
방학의 끝자락에서 난 이곳 제주도에서 주로 산책과 독서에 주력하고 있다. 요즘 나나미의 신간, 하루키의 소설, 공지영의 산문집 그리고 논어와 성경을 읽고 있다. 독서와 사색, 그리고 명상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무릇 삶에서 타인과 더불어 나누는 소통의 즐거움은 핵심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사색의 진중함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방학 내내 탈진할 정도로 학생들의 논술 지도에 주력했다. 갈수록 학생들의 문장력이 급격하게 하락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독서량 부족이 절대적인 원인이다. 독서의 힘이 사색과 사고의 틀을 형성해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학생들은 집단 난독증(難讀症, DYREXIA)에 빠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와 문장력 약화는 뉴미디어의 등장과 첨단 디지털 개인기기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제시되는 영상과 문자는 상상력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한다.

그래서 평소 주변의 학생들에게 운동과 독서량을 강조한다. 젊을 때의 운동은 평생 건강을 유도하는 길이니, 그 중요성은 두말이 필요 없다. 문제는 젊은 시절 독서량의 확보에의 습관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전자 기기들은 이용할 줄은 알아도 몰입하지는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용할 줄은 알아도 멀리해야 하는 새로운 경이원지(敬而遠之)이다. 특히 페이스 북, 트위터 등 SNS 서비스를 멀리하고, 시간 나는 대로 독서량을 절대적으로 늘릴 것을 강조해 둔다. 미래 사회는 창의력의 시대이고, 이 점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지닌 이가 궁극적으로 이 사회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근자 교단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업무의 편리성보다는 부담만 더 늘어나 있는 형국이다. 현재 모든 교육적 프로세스는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문서시스템, 행정정보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 에듀파인, 창의적 재량활동시스템, 나이스-급기야 지난 2010년대를 기점으로, 오늘의 교육 현장은 가르치고 배우는 소통의 광장이 아닌, 행정 처리의 아수라장으로 변화되고 말았다.

얼마 전 보도로 인해, 난 망치로 뒷골을 맞은 것처럼 정신을 추스르지 못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전자교과서를 상용화한단다. 나는 이에 대해 참으로 격하게 반대한다. 반드시 교육적 낭패가 되어 그 후유증 부메랑이 되어 교단 전체를 강타할 것이라 크게 믿기 때문이다.

달포 전, 난 8차 고등학교 문학교과서 필자로 참여해 검정을 통과한 바 있다. 교과서를 만들면서 항시 간직하는 신조는 ‘교과서는 교과서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서다움’이란 교과서로서의 전범성과 공익성 그리고 정형성을 가리킨다. 특히 그 정형성은 신매체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통해 파괴되어서는 아니 된다.

전자 교과서는 사용의 편의성과 정보 검색의 유익성이 있다. 다만 그 편의성과 유익성은 사용자의 온전한 의식이 담보될 때만이 의미가 있다. 한데, 요즘 학생들은 온갖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되어 ‘정신줄’을 놓고 있다. 거의 매체 중독, 디지털 중독의 어딕트(addict) 상태이다. 이들에게 전자교과서를 던져 놓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와인 감상법을 강의해 주는 것과 같다. 이 점에서 핀란드, 싱가포르 등 교육 선진국들이 전자 교과서 시행을 보류했다는 사실을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자는 제자 자장과 자하의 성품을 비교하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교육계의 디지털 신봉이 과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아야 한다. 사람을 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데 우리의 교육은 십년은커녕, 내일도 알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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